새 교육과정을 두고 교과이기주의니 어쩌니 하면서 의견이 분분하다. 그야말로 교육과정 개편과 관련하여 연초부터 교육계가 어수선하다. 이런 와중에 이번에는 중·고등학교의 음악·미술·체육 등 이른바 예·체능과목을 내신평가에서 사실상 제외하는 방안을 청와대와 교육인적자원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와 충격을 주고 있다. 한겨레신문의 22일자 인터넷판에 따르면 "전교조가 22일 공개한 교육과정 개정 관련 청와대와 교육부, 교육과정평가원의 최근 문건들을 보면, 정부는 음악·미술·체육 과목의 평가 후 결과처리를 현재처럼 점수로 기록하지 않고 ‘상·중·하 서술형’이나 ‘통과/미달’로 서술하는 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교육부는 최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음·미·체 평가 기록방식 변환 관련 연구’라는 6개월짜리 연구용역을 맡긴 것으로 알려졌다."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해당과목 교사들이 반발할 것은 불을 보돗 뻔하다. 또 교과이기주의로 몰아갈 가능성이 높다. 이미 일선학교에서는 이들 과목을 두고 추측이 무성했었다. 그 중에서 최근까지의 소문은 이들 과목을 통합할 것이라는 것이었는데, 어쩌면 앞으로 이어질 교육부의 행보에 대한 추측이었을 것이다. 그 추측보다는 덜 하긴 하지만 내신에서 빼겠다는 것 자체가 황당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이들 과목을 내신에서 제외하기로 한 것은 해당과목의 사교육이 성행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실제로 사교육이 성행하는 이유가 어디 이들 과목 뿐이겠는가. 아니 이들 과목이 가장 사교육이 성행하는 과목인가. 절대로 그렇지 않다고 본다. 누가 뭐라고 해도 사교육의 주범은 영어, 수학과목일 것이다. 그럼에도 이들 예·체능 과목을 사교육의 주범으로 몰아붙이면서 내신평가에서 제외할 것을 검토한다는 것은 왠지 이유가 궁색하다는 생각이다. 그보다는 주당 수업시수도 적기 때문에 그 중요성을 국어, 영어, 수학과목에 비해 낮게 보는 데에서 기인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그렇게 친다면 주당 수업시수가 많은 과목의 내신평가비중을 높이고 그렇지 않은 과목의 내신평가비중을 낮춰야 맞다. 우리학교의 미술담당인 A교사는 항상 이런 이야기를 했다. 미술교사들의 가장 큰 불만 중의 하나가 미술교육의 근본이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즉 학생들의 소질을 찾아내어 그에맞는 교육을 실시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수업시수를 늘리는 것은 물론 그 중요성을 학생들이 인식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중요성을 깍아 내리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미술교육에 역행하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이런 방안의 추진은 교과이기주의와 관계없이 매우 위험한 발상으로 본다. 예·체능 과목의 사교육을 줄이기 위한 방안이라고는 하지만 이렇게 한다고 해서 이들과목의 사교육이 줄어들 것이라는 근거가 없음은 물론, 상대적으로 국어, 영어, 수학의 사교육을 더욱 조장하는 꼴이 될 것이다. 또한 평가방법을 상, 중, 하나 통과/미달로 한다고 해도 결국은 거기에서 상을 받기위해, 통과를 받기 위해 사교육이 여전할 가능성도 매우 높다.
역으로 지금 현재도 시수가 적어서 이들 과목의 담당교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내신평가에서마저 빠진다면 이들과목은 완전히 설 자리를 잃게되고 관심밖의 과목으로 전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들 과목은 완전히 힘없는 과목이 될 것이고 담당교사 역시 힘없는 교사로 전락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번의 방안을 접하면서 힘없는 과목에 힘없는 교사들이라고 교육부에서 마음대로 내신평가에서 제외하려 한다는 생각을 갖는 교사들이 매우 많을 것이다.
리포터가 처음 교직에 들어와서 첫번째 담임을 했을 때 흔하게 있었던 일이 있다. 새학년이 되어서 담임을 맡게되면 학부모들의 관심은 그 담임이 어떤 사람이냐는 것 보다는 무슨 과목담당인지에 더 관심이 많았다. 즉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 담당교사가 담임을 하면 성공을 거두었다고 생각하고 그렇지 않으면 그저 그렇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이미 20여년 전의 일이다. 오래전의 일이긴 하지만 이번의 교육부안대로 진행이 된다면 국어, 영어, 수학은 더욱더 중요한 과목이라는 인식을 강하게 하고 예·체능 과목은 더욱더 소외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따라서 이 안의 추진은 절대적으로 옳지 않다.
이렇게 일시적인 처방으로 문제해결이 가능하지 않다. 일부과목을 내신평가에서 제외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그렇게 한다고 사교육이 감소하지도 않는다. 사교육은 학부모들의 의식개혁이 되어야만 감소할 것이다. 어떻게 바꿔도 사교육은 성행 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우리나라 교육의 구조이고 학부모들의 인식이다. 대학에서 논술비중을 높이자 기다렸다는 듯이 논술관련 사교육이 성행하고 있다. 또한 영재교육이 각광을 받기 시작하자 영재교육원에 입학하기 위한 사교육이 성행하고 있다. 이런 사정에서 내신평가에서 제외한다고 사교육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런 방법을 택하는 것은 재고되어야 할 뿐 문제해결의 본질이 아니다. 일부만을 놓고 해결하려하지 말고 전체를 하나로 놓고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본다. 이 문제를 놓고 또다시 교과이기주의로 몰아가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