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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능력과 관계없이 모두가 퇴출대상이다

'대학교수도 철밥통이 깨지고 있다. 정년이 보장되지 않는다. 각 대학이 승진요건을 강화하면서 대학교수들도 일정요건을 갖추지 못하면 승진이 되지 않음은 물론, 정년이 보장되지 않는다. 일부대학에서는 직급정년제를 도입하고 있다. 예전에는 명성만 가지고 정년까지 가는 교수들이 많았으나 이제는 명성만 가지고는 어림없다는 이야기다. 연구실적이 뚜렷하고 강의평가도 잘 받아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가 초,중,고등학교 교사들에게까지 밀려들고 있다. 대학교수들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대학교수도 평가를 받는데, 교사들이 왜 평가를 반대하는지 모르겠다. 교사들도 평가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이런 시각은 잘못된 시각이다. 우리도 하는데 너희는 왜 안하느냐는 식의 이야기는 설득력이 없다. 어디 대학과 초,중,고등학교가 같은 상황인가. 아니 어디 비슷하기라도 한가. 같은것은 오로지 학생들을 가르친다는 것 뿐이다. 대학교수는 매주 자기가 맡은 강의만 하면 된다. 강의시간도 초,중,고에 비해 월등히 적다. 강의만 잘 하면 그만이다. 자신의 노력만 있으면 얼마든지 연구실적 쌓고 강의평가 잘 받을 수 있다.

일부교사들은 이런 이야기를 가끔 하는 경우가 있다. '저런 사람들 때문에 교원평가가 필요하다.' 그러나 저런 사람이라고 지목하는 교사들은 극히 일부이다. 교원평가를 통해 어디 그들만 퇴출되겠는가. 전체를 상대로 교원평가를 하겠다고 하는데, 그것이 어디 쉽게 마음대로 될 것으로 보는가. 절대 그렇지 않다. 교원평가제 도입되면 능력과 관계없이 모두가 퇴출대상이 될 것이다. 본인이 능력이 없어서 퇴출대상이라고 생각하는 교사는 아무도 없다. 자신은 절대로 퇴출대상이 아니라고 생각할 것이다. 극히 일부를 퇴출시키기 위해 교원평가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나. 현재의 제도로도 부적격교사는 얼마든지 퇴출 시킬 수 있다. 이런 논리를 가지고 있는 교사들은 빈대 한마리 잡기위해 초가삼간을 모두 태우는 우를 범하는 것이다.

교원평가가 진정한 교육정상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지 않는다. 교육부의 의도대로 진행될 수 없다. 학교사정을 모르기 때문이다. 흔하디 흔한 중, 고등학교의 경우를 예로 들어 보겠다. 어떤 교사가 지난해에는 수업시수에 여유가 있어서 남들보다 2-3시간을 덜 했다고 하자. 시간적인 여유가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에 수업준비도 철저히 잘 할 수 있었고, 학생들 생활지도도 잘 할 수 있었을 것이다. 또한 각종업무처리도 제시간에 모두 해낼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해가 바뀌면서 교사수가 줄었다.(학급수 감축등의 원인으로) 자신의 교과에서 1명의 교사가 줄었다면 그 교사는 지난해보다 최소한 2-3시간의 수업을 더 떠안아야 한다. 1년사이에 모든것이 뒤바뀐 것이다. 수업부담이 높아졌는데, 그 교사가 지난해처럼 모든 것을 우수하게 완수할 수 있을까. 철인이 아닌다음에는 그렇게 하기 어려울 것이다. 지난해처럼 수업부담이 많지 않았다면 모든 것을 잘 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하소연 할 것이다.

위의 예에서 교사는 같은 사람이다. 그러나 교원평가에서는 어떤 점수를 받을까.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같은 교사가 1년사이에 평가에서는 천당과 지옥을 오갈 수 밖에 없다. 과연 평가에서 자유로운 교사가 있을까. 절대 그런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매년 상황이 바뀌는데, 어떻게 자신은 퇴출대상이 아닐 것이라고 속단할 수 있겠는가. 결국 교원평가제도입은 모든 교사를 퇴출대상으로 만드는 것이다.

교원성과급도 마찬가지 아닌가. 성과급의 등급과 교원평가를 묶어서 퇴출시킬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교원평가시행학교를 늘리면서 난데없이 교원성과급 차등지급을 50%이상으로 하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20%에서 갑자기 높아진 수치이다. 교원평가제와 성과급을 묶어서 교사를 평가하겠다는 의도로 밖에 볼 수 없다. 성과급의 경우도 학교상황이 매년 변하고 있는데, 어떻게 이것을 평가에 포함시키겠다는 것인가. 이해하기 어렵다. 결국은 자신의 능력보다는 주변의 상황으로 인해 평가결과가 달라질 수 밖에 없다.

누구도 안전할 수 없다. 자신의 능력과 관계없이 평가가 진행될 것이다. 같은 교사이면서 남의 이야기하듯이 평가가 어쩌구 하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모두가 똑같은 상황이다. 대학교수가 명성만 가지고는 안되는 것처럼 교사들도 자신의 능력만 가지고는 안된다. 모두가 잘못된 평가제도의 희생양이 될 수 있다. 교원평가가 성급히 시행되어서는 안되는 이유이다. 평가를 위한 제반여건이 갖추어질 때까지는 교원평가제 도입을 유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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