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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저는 홍길동 선생님입니다?"

 가끔 학부모와 전화통화를 하면서 이렇게 말하는 교사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저는 홍길동 선생님입니다.”

 때로는 TV 퀴즈프로그램 등에 출연한 교사들이 자신을 소개하면서 ‘저는 대한초등학교 홍길동선생님입니다.’라고 하는 말도 심심치 않게 보아왔다. 그럴 때면 귀가 간지러워진다. 스스로를 선생님이라고 존칭하니 귀가 간지러워질 수 밖에 없다.

 다만 교사들은 교실 학생들 앞에서 스스로를 ‘선생님’이라고 존칭하는 것은 교육정서상 고착화되어 쓸 수 있다 치더라도 최소한 제자가 아닌 상대방에게는 ‘저는 교사 홍길동입니다.’ 라고 하거나 평소 스스럼없이 잘  알고 지내는 사이라면  ‘저는 홍 선생입니다.’라고 하는 것이 맞다. 

 그뿐이 아니다. 내 핸드폰으로 전화를 받다보면  '저는 교무부장인데요'  '저는 운리부장입니다.'  이렇게 친절하게 자신을 밝혀주니 고맙긴 하지만, 겸양어와 존경어가 짬뽕된 말이라 혼란스럽게 하고, 스스로를 교무부장,윤리부장 이라고 높여부르니 내가 고개를 숙여 받아야 하는 입장이라 난처하기만 하다. 교무부장, 윤리부장이라고 스스로 존칭하는 것은 아랫사람에게나 가능할 지 모르지만 아무한테나 그렇게 말 할 일은 아니다. 그냥 저는 교무입니다. 자는 윤리입니다. 아니면 윤리부장 홍길동입니다. 라고 하면 편할 성 싶다.

 이뿐만 아니다. 전화를 걸다가 누구시냐고 물어보면
 ‘저는 홍길동모친입니다.’
 어디시냐고 물어보면
 ‘예, 여기는 홍길동댁입니다.“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들으면 몹시 거뷱해질 수 밖에 없다.  존경어는 남이 높여 불러주는 것이지 스스로를 높여부르면 꼴불견이 된다.

 가끔 교육청에 가면 장학사들이 좌중앞에서 자신을 소개하면서  ‘저는 홍길동 장학사입니다.’이렇게 스스로를 장학사라고 말하는 것을 듣곤 하는데 듣는 입장에서는 '이건 아니잖아!' 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저는 장학업무를 맡고 있는 홍길동입니다.’ 이렇게 겸손하게 소개하면 얼마나 좋을까. 최소한  ‘저는 장학사 홍길동입니다.’라고 해야만 옳다. 그 어려운 장학사가 되었다고 스스로 광내는 것도  아니고. 

 이름뒤에 직함을 넣는 것은 그 사람을 높이는 것이다. 예를 들어 대통령이 담화문 같은 것을 낭독할 때  맨 마지막에 가서 ‘대통령 홍길동’ 이라고 하지 ‘홀길동 대통령’이라고 하지 않는다. 같은 논리로 방송을 듣다 보면 ‘저는 대한대학교에 홍길동 교수입니다.’라고 하거나 ‘저는 승리당 홍길동의원입니다.’ 이렇게 말하는 아주 높으신 분들을 자주 접하게 되는데 하루이틀도 아니고 연이어서 그렇게 방송하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을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어떨 때는 어린이들이 이렇게 말을 하곤 한다.
 ‘선생님 전화 오셨습니다.’
 ‘선생님 하늘에서 눈이 오십니다.’

 어린이들이니까 귀엽게 봐주자 치더라도  우리나라 말은 존경어가 있어서 세계에서 으뜸가는 인간존중 언어인지는 모르나 그래서 좀 복잡하고 어색해 질 수도 있다.  이왕 존경어가 있으니 때와 장소와 이치에 맞게 써주어야 존경어가 아름다워지지 않겠는가. 존경어는 하도 복잡해서 나도 잘 모를 뿐만 아니라 때로는 헷갈리게 사용하는 경우도 부지기 수일 것이다.

 하지만 최소한
 ‘저는 홍길동 선생님입니다.’
 ‘저는 홍길동 장학사입니다.’
 이런 말은 고만 들었으면 좋겠다.

추신 : 이상은 우리학교의 사례를 꼬집어 이야기한 것이 아니고 일반적인 사례를 제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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