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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지식노동자의 필독서 <부의 미래>


금세기 최고 학자 앨빈 토플러는 <미래 쇼크>, <제3의 물결>, <권력 이동>은 미래학 도서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를 내 놓으며 미래학의 석학으로 군림한다. 그의 책들은 다양한 분야를 섭렵하여 전 세계적인 문제를 분석하고 예측하여 조망해 주곤 했다. 지난 가을에 사 들인 이 책의 두께는 656쪽에 달해서 얼른 읽어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책을 사 놓고 군데군데 읽어보곤 했지만 끝까지 읽는데는 인내심이 필요한 책이었다.

그가 펴낸 다른 미래학 서적들에 비해 전문 용어와 신조어가 많으며 정치, 경제, 의학, 정보, 지식,문화 등 광범위한 주제들을 한꺼번에 펼쳐 놓고 읽지 않으면 뭔가 불안할 것같은, 숙제처럼 읽지 않으면 안 될 것같은 압박감을 주었다. 그는 이 책을 내놓기 까지 12년의 시간이 필요했다고 말한다. 나는 그의 책을 읽으면 불확실한 미래를 대비하는데 도움이 될 것같은 예감으로 책이 출간되자마자 사들인 책이기도 하다.

'제1부 혁명'부터 '제10부 지각 변동'까지 모두 10부로 이루어진 세계적인 석학인 토플러가 펼치는 <부의 미래>는 '미지의 세계로 들어온 것을 뜨거운 가슴으로 환영한다'는 메세지로 긍정적이며 희망적인 미래를 그렸다. 난해한 주제를 좀더 쉽게 접근하기 위해서 읽는 순서를 바꾸었다. 프롤로그와 에필로그, 역자 후기를 먼저 읽고 전체를 읽어 나가며 연필을 들고 읽는 것이 도움이 된다.

그의 책은 워낙 두껍고 전문적이어서 학위 논문을 준비하듯 진지하게 따라가지 않으면 행간을 놓치거나 먼저 읽던 곳으로 다시 돌아가 읽어야 한다. 먼저 '부'에 대한 의미를 '돈'으로 한정하여 읽지 말 것을 당부하고 싶다. 부와 돈은 동의어가 아니라고, 왜냐하면 때로는 부는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보이는 부(돈)와 보이지 않는 부(지식,정보등)를 지칭한다는 뜻이다. 오히려 후자의 의미에 가깝다고 보면 이 책을 읽어내는데 도움이 되리라.

솔직히 이 책은 한 번 읽고 서평을 올리기에는 무리가 따르는 책이다. <다빈치 코드>와 같이 흥미진진한 스토리 구성이나 실감나는 묘사가 주를 이루는 소설과 달리 시종일관 무겁거나 생소한 주제를 다루며 전 세계를 한 손에 올려 놓고 각국의 이슈나 문제점, 부의 동향을 해박한 해석을 곁들여 백화점에 물건을 진열하듯 펼쳐놓아서 각 코너마다 독립적으로 존재하므로 흥미 진진하게 읽기를 원하는 독자라면 상당히 인내심이 필요한 책이다. 한 마디로 이 책을 읽는 순간 독자 여러분은 미래 학자나 경제학자가 된 듯한 포만감을 느낄 것이다.

일단 '부'의 정의를 '갈망을 만족시키는 그 무엇'으로 입력시켜 놓기를 바란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이고 재미있는 부분은, 63쪽에 등장하는 '선두와 느림보'라는 대목이었다. 변화를 추구하며 발전하는 각각의 주체들을고속도로에서 시속100마일로 달리는 자동차에 비유한 것이 매우 흥미롭다.

1등은 시속100마일- 기업과 사업체,
2등은 시속 90마일 - NGO 시민단체,
3등은 시속 60마일 - 미국의 가족,
4등은 시속 30마일 - 노동조합
5등은 시속 25마일 - 정부관료조직, 규제기관,
6등은 시속10마일 -학교
7등은 시속 5마일 -UN, IMF. WTO,
8등은 시속3마일 - 정치조직
9등은 시속 1마일 - 법, 법은 살아있으되 간신히 목숨만 부지하고 있다고 진단한 그의 표현이 인상적이다.

속도가 느린 주체일수록 변화의 속도가 느리고 안일하다는 뜻이니 생각할수록 의미 심장하다.

특히 나는 학교 조직에 주는 점수에 관심이 컸다. 10마일로 기어가는 교육체계가 100마일로 달리는 기업에 취업하려는 학생들을 준비시킬 수 있겠냐고 일갈하는 대목에서는 한참 동안 머물러 있었다. 그보다 더 정확한 표현이 없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눈만 뜨면 정치 이야기와 법에 관한 화두가 판을 치는 이 나라의 정치가들이 꼭 읽었으면 하는 대목도 눈에 들어왔다. '가장 느리게 변화하는 곳이 정치 집단이며 느림보 중에서 가장 느리게 변화하는 것이 법'이니 가장 빠른 기업의 발목을 잡고 각종 규제로 진저리를 치게 하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5부 지식에 대한 신뢰]의 장에서 '지식은 미래의 석유다. 석유는 쓸수록 줄어들지만, 지식은 더 많이 쓸수록 더 많이 창조된다. '라는 대목이 인상깊었다. 나의 미래의 석유는 얼마나 존재할까? 내가 알고 있는 지식도 어느시점이 되면 무용지물이 되고 마는 급변하는 시대에 세상의 흐름을 예견하지는 못하더라도 따라갈 준비는 되었는지 되돌아보게 되었다.

이 책에서 불확실한 미래를 확실하게 사는 방법을 어렴풋이나마 붙잡을 수 있었다. 세계 도처에서 일어나고 있는 우울하고 부정적인 소식에도 불구하고 매우 긍정적인 진단으로 인류의 미래를 예견하고 지식노동자로 살아갈 신발끈을 단단히 매고 준비하기를 종용하는 석학의 목소리에는 힘이 실려 있었다. 두 번 세 번 복습하듯 읽고 되새김이 필요한 책을 짧은 글로 올리니 저자에게 무척 죄송함을 느낀다. 그리고 나는 지금 <미래의 부>를 향하여 얼마의 속도로 달리고 있는지 속도측정기가 필요할 때마다 토플러의 목소리를 즐겨 찾기에 추가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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