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서울시교육청에서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사업이 있다. 바로 '혁신'이다. 학교는 물론 교육청과 관련기관까지 혁신을 강조하고 있다. 혁신을 통해 교육을 바꿔보겠다는 서울시교육청의 의도 때문이다. 혁신을 잘 하는 교원이나 일반직에게는 포상, 혁신마일리지제공등 인센티브도 부여하고 있다. 이와 관련된 다양한 홍보자료도 쏟아지고 있다. 제대로만 된다면 정말 혁신이 일어날 것으로 생각한다.
그런데 올해 들어서는 이 혁신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일선학교에 시달한 내용을 보면, 학교교육계획 수립시에 반드시 혁신관련내용을 포함하라는 것과 혁신담당자를 지정하라는 것이다. '묵은 풍속, 관습, 조직, 방법 따위를 완전히 바꾸어서 새롭게 하는 것'이 혁신인데 한꺼번에 많은 혁신을 하는 것이 학교현장에서는 쉽지 않다. 또한 잘못된 혁신이 되었을 경우 수많은 학생들에게 직접적인 피해가 갈 수 있기에 혁신은 신중하게 추진되어야 한다. 교육청과 학교현장의 시각차가 분명히 드러나는 부분이다.
혁신과 관련하여 학교에서는 혁신의 필요성에는 공감을 하고 있다. 문제는 인위적인 혁신을 강조하고 있다는 데에 있다. 즉 교육계획에 혁신관련내용을 포함하라는 것과 혁신담당자를 지정하라는 것인데, 혁신담당자 지정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교원의 수는 그대로인데 한가지 업무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누가 될지 모르지만 자신의 업무에 혁신이 더해지기 때문이다. 공문의 수나 처리해야 할 업무등이 만만치 않은 것이 지난해 혁신관련 업무였기 때문에 쉽게 나서서 맡겠다는 교원이 거의 없다.
이렇게 업무를 더 맡지 않으려는 현실때문에 혁신이 필요하다고 이야기 하면 특별히 할 이야기가 없긴 하지만 무조건 업무를 더 떠맡는 것이 혁신은 아닐 것이다. 교원 스스로 자신을 혁신하고 학생들 지도에서도 필요한 것이 혁신일 것이다. 업무가중의 부담을 주는 것이 혁신은 아니라고 본다. 무조건 혁신해야 하니 혁신을 교육계획에 포함시키고 혁신담당자를 지정하라는 식의 정책추진이 혁신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말 그래도 잘못된 관습이나 방법을 바로 잡는 것이 혁신이다. 학교에서 잘못된 관습이나 잘못된 방법이 있다면 당연히 바꿔야 한다. 그것이 혁신이다. 그런데 이런 혁신을 일일이 지시하면서 인위적으로 추진한다면 역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일단 넘어가고 보자는 식의 혁신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제대로된 혁신을 위해서는 학교에서 자발적인 혁신을 하도록 맡겨 주어야 한다. 또한 혁신을 위한 분위기와 제반여건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분위기와 여건이 갖추어진다면 그야말로 혁신은 저절로 이루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스스로 하는 혁신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