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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1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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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무심코 던진 말 한 마디

며칠 전 혼자서 등산을 하였다. 일찍 찾아온 봄기운으로 냇물의 흐름소리가 경쾌하게 들리고, 언덕배기 잔디밭에는 새싹들이 고개를 살짝 내밀어 아주 연한 녹색이 곱게 물들고 있었다. 행렬을 이룰 만큼 많은 등산객들이 붐비고 있었다. 혼자서 온 사람, 친구들과 함께 온 사람들, 온 가족이 함께 온 사람들 모두 봄 날씨 같은 화사한 미소와 홍조 띤 얼굴이 싱그러웠다. 주고받는 대화들엔 정감이 넘쳐 난다. 친구들 동정, 건강 유지 비법(?), 작금의 정치 이야기, 지루함을 달랠 수 있는 유머 등의 대화를 살짝 살짝 들으면서 빠른 발걸음으로 내려오고 있었다.

꽤 넒은 마을길에 들어섰다. 부부인 듯한 남녀와 몇 걸음 앞에 자매인 듯한 여자 어린이들이 걷고 있었다. 동생인 듯한 초등학교 1학년 정도의 어린이는 다 내려와 기분이 좋아서인지 흥겹게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아마 3시간 정도는 족히 걸렸을 등산길이기에 어린이들에게는 무척 힘들었을 것이다. 그러기에 끝까지 참고 내려왔다는 자기 만족감도 무척 컸을 것이다. 얼마나 기분이 좋았을까! 목이 터져라 노래할 만큼 기뻤는지 모른다.

그런데 뒤쪽에 따라가던 아버지인 듯한 사람이
“야, 조용히 해. 노래도 잘못하는 것이 시끄럽게 하기는…….”
노래를 부르는 어린이는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반응을 보이지 않고 하던 노래를 계속한다. 어머니인 듯한 여자가
“아니 무슨 말을 그렇게 해요? 우리 딸 노래 잘만 하는데.”

노래 부르는 어린이의 뒤를 따라가던 나는 뒤쪽의 부모를 힐끗 돌아보았다. 얼굴을 자세히 보지는 않았지만 보고 싶지도 않았다. 자기들을 바라보는 나의 행동에서 뭔가 느끼기를 바라는 짧은 제스처였을 뿐이었다. 어린이의 언행에 대해 그런 비난의 말을 해서야 되겠냐는 의미였다. 그 남자와 눈을 마주치지는 않았지만 힐끗 돌아본 나에 대해 무슨 생각을 했을지 궁금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이 있다. 사람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칭찬 한마디에 의기양양하고 비난 한마디에 의기소침한다. 더구나 어린이라면 그 파급효과는 엄청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좋은 교육은 좋은 칭찬으로 이루어진다는데.

사람에게는 뭔가를 잘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가 하면 뭔가는 부족한 것도 있다. 잘하는 것은 적극 칭찬해야 하지만 잘 못하는 것도 비난하거나 꾸중하지 않고 격려해주고 칭찬해주어 자신감을 갖게 해주고 스스로 부족한 점을 깨닫게 해주어야 한다. 학생에 대한 평가에서도 과거에는 잘 못하는 점을 지적해 주어 잘하라는 의도로 평가했지만 요즘은 잘하는 것과 잘 할 수 있는 재능을 찾아 칭찬하고 보상해 주어 더욱 잘하도록 배려하고 있다. 못하는 것을 아예 안하려는 것보다는 잘하기 위해 스스로 노력하게 해줘야 한다.

노래를 부르던 그 어린이가 자기를 과소평가하는 아버지의의 그 말을 듣고 과연 어떤 생각을 했을까. 나는 잘하는데 괜히 시끄러우니까 조용히 하라는 뜻이라고 생각했을까. 아니면 그 아버지의 말을 잘 듣지 못했을까. 아니면 나는 잘하는데 괜히 트집이라고 생각했을까. 반응 없는 그 어린이의 마음이 무척 궁금했지만 나는 지나치면서 “야! 너 노래 참 잘하는구나!”라고 머릴 살짝 쓰다듬으며 칭찬을 해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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