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서울시교육청의 서술·논술형평가 확대방안으로 인해 일선학교가 혼란을 겪고 있다는 기사를 올린적이 있다. 그 이후로도 학교마다 출제비율을 놓고 혼란스러운 시간을 보내왔다. 대체로 교육청의 지침에 따르는 분위기이지만 우여곡절끝에 학사일정이 시작되었기 때문에 어쩔수 없이 결정이 내려진 경우가 대부분이다. 공문의 내용을 보면 분명 50%라는 비율을 지키지 않아도 되는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그런데 그 공문의 내용이 너무 애매하기 때문에 일선학교에서 혼란을 겪었던 것이다.
'국어, 사회, 수학, 과학, 영어의 교과학습평가에서 서술형·논술형 평가 50% 이상 실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구체적인 비율은 각 학교 교과목의 특성과 교과지도의 형편을 고려하여 교과협의회에서 정한 후 학교장이 최종 결정하여 시행한다'라는 것이 서울시교육청의 지침이다. 관련공문마다 같은 내용이 반복되어있다. 여기서 학교에서 부담을 갖는 부분이 바로 '원칙으로 하되'라는 부분이다. 차라리 '원칙으로 한다.'라고 못박았으면 학교에서 혼란을 겪을 이유가 없다. 그 문구만으로는 교과협의회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것인지 아니면 50%를 해야 하는 것인지 명확히 이해하기 어렵다. 특히 학교장들은 50%를 해야 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문제 때문에 교육청에 문의해도 장학사들은 공문에 나온내용 이상은 설명할 수 없다고 대답한다. 특히 지역교육청에서는 자신들도 시교육청의 지침을 전달하는 역할만 할 뿐 더이상 답변할 수 있는 내용이 없다고 잘라말한다. 시교육청의 담당부서도 마찬가지이다. 자신들이 50%를 지켜라 말아라 할 수 없다. 다만 50%를 가급적 지켰으면 한다는 것이다. 그럼 50%를 안지켜도 되는 것이냐고 물으면 그것은 자신이 대답하기 어렵다고 답한다. 그럼 누가 그것을 아느냐고 물으면 얼버무리고 만다. 결국은 학교로 떠넘기고 만다. 그럼 누구에게 물어야 명확히 알 수 있는 것인가. 답답할 따름이다.
애매한 문구를 사용한 것은 문제제기에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즉 학교에 일임했기 때문에 학교에서 알아서 해야 할 일이라고 핑계대기 위해 넣은 문구라고 보여진다. 그런데 학교는 그럴수 없다. 차후에 반영비율을 보고하라고 하는 경우, 담임장학을 나와서 반영비율에 대한 문제를 제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학교장이 자율적으로 정하고 싶어도 그렇게 하지 못하는 이유이다. 뭐라 딱히 표현하기 어렵지만 50%를 지키지 않으면 안될것 같은 분위기 때문이다.
결국은 교육청은 교육청대로 학교는 학교대로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빠져나갈 곳은 교육청이 더 철저히 만들어 놓았다는생각이다. 50%면 50%지 다른 이야기가 필요없다고 생각한다. 학교별로 반영비율에 차이가 난다면 그것이 과연 어떤 의미를 갖게 되는가. 말이 학교에서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는 것이지, 장학사를 비롯한 교육청의 관계자들은 결국은 50%만을 고집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안하면 나중에 책임질 수 없다는 암시를 주고 있다. 누구든지 명쾌하게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지침자체를 논란이 없도록 만들어서 내려보내야 옳다고 생각한다. 교육청의 미온적인 태도때문에 학교는 더욱더 혼란스럽다. 이런 혼란에서 벗어나고 싶은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