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격교장공모제를 도입하려는 교육부의 의도는 무엇일까. 표면적으로는 여러가지 이유를 제시했지만 어느것 하나 객관적이지 못하다. 지나친 승진경쟁을 막고 교육을 정상화시키는 것이 목적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것은 절대 그렇게 될 수 없다. 더 큰 경쟁을 가져올 것이다. 법적으로 책임을 지울 수 없는 학운위에서 교장을 뽑는다고 한다. 학운위의 기능을 인정하는 교원들이 과연 몇이나 될까. 학운위의 줄을 잡기위한 경쟁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 분명하다. 경쟁을 더 부추길 것이 확실하기에 교육부의 무자격교장공모제도입은 인정할 수 없다.
젊고 유능한 교사들에게 승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라고도 했다. 젊음=유능의 등식이 성립한다고 믿는 교원이 몇이나 있을까. 그리 많지 않다. 역으로 고령=무능 이렇게 되어야 한다. 그런데 현실이 어디 그런가. 학교에서 젊고 유능한 교사보다는 나이많고 유능한 교사들이 더 많다.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학교의 모든분야를 꿰차고 있을때만이 훌륭한 리더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이것도 교육부의 무자격교장공모제 도입의 이유가 될 수 없다. 역시 인정할 수 없다.
학교에 변화를 주어서 공교육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라고도 했다. 자격있는 교장을 임용하고 있음에도 공교육이 제대로 활성화되지 않는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데, 무작격교장을 공모해서 뽑는다고 공교육이 살아나는가. 학교조직의 특수성으로 볼때 다른 분야와 직접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무리다. 학교에 40대 초반의 교장이 임용되었을때 그 교장이 과연 어떻게 제대로된 학교경영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아무리 시대가 변했다고 해도 '구관이명관'이라는 간단한 원리는 깨지지 않는다. 40대초반에게 학교를 맡기고 뭘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가. 잘못하면 탈락시킨다고 하지만 그것이 어디 간단한 문제인가. 학급에서 학급회장이 제대로 역할을 못한다고 중도에 하차시킨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그 학급은 혼란의 소용돌이에서 헤어날 수 없다. 회장 새로 선출하는 문제부터 학급생들간의 갈등을 해소하기 어렵게 될 것이다. 그런데 학교의 교장을 중도에 하차시킨다면 그 학교의 모습은 보지 않아도 어떻게 될지 쉽게 예측이 가능하다.
교육부의 논리는 여러가지 정황으로 볼때 부적절하다. 공교육을 활성화시키고 진정으로 학교교육을 걱정한다면 이런식의 접근은 정말 안된다.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최대한의 노력을 한다음에 그래도 교장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교육정상화가 어렵다고 판단될때 이 문제를 거론해야 옳다. 학교의 교육여건은 전혀 개선할 의지를 보이지 않으면서 무조건 교장만 무자격자로 뽑는다고 해결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앞뒤가 안맞는다.
처음으로 보직을 맡게되면 뭘 어떻게 해야할지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보직교사도 그런데, 교장의 경우는 어떨까. 20여년 이상을 교직에 몸담아온 교사들도 갑작스럽게 중요한 보직을 맡게되면 당황하거나 우왕좌왕하는 경우를 흔히본다. 그런데 그보다 훨씬더 적은 경험을 가진 교사가 보직교사도 아닌 교장을 한다면 그 결과는 너무나 뻔하다. 학교전체가 우왕좌왕 하게 될 것이다. 학교가 제대로 돌아갈지 걱정스럽다. 축구경기에서 골기퍼가 골을 넣는 일은 거의 없다. 어떻게 자격도 없는 교장이 학교교육을 정상화시킬수 있겠는가. 교육부의 논리에 절대로 동의할 수 없다.
또 한가지는 무자격교장을 임용한다음 교육행정기관에서 어떻게 할지 의문이 앞선다. 무작격교장은 어떻게든지 살아님기 위해 노력할 것이고 교육행정기관에서는 그런 심리를 이용하여 학교에 부당한 요구를 할 가능성이 높다. 그 요구는 곧 교장 재임용과도 직결되기에 교장은 따라갈 가능성이 높다. 교육행정기관의 지나친 간섭으로 인해 학교는 표류하게 될 것이다. 결국 권한은 없고 책임만 막중해지는 쪽으로 교장의 위상이 변해갈 것이다. 결국 원하던 공교육활성화는 온데간데없고 도리어 학교교육을 황폐화시키고 말 것이다. 교장은 교장대로 교사는 교사대로 학생은 학생대로 별개로 나누어지고 말 것이다.
교육부나 정부의 무작격교장공모제 도입취지는 어떤 이유로도 설득력이 없다. 교장임용방법을 바꾸기 위해 고집하기 이전에 학교교육력을 높이기 위한 여건조성을 했는가 먼저 반성해야 한다. 공교육부실의 원인은 학교가 아니다. 교육부와 정부에 있다. 모든 것을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추진해온 필연적인 결과가 공교육부실로 나타난 것이다. 학교에 여건개선을 위한 투자를 했는가. 일반가정이나 학원에도 모두 설치된 냉,난방기기조차도 제대로 설치하지 못하고 있는 열악한 환경은 뒤로하고 엉뚱한 곳에 집중하는 정책은 받아들일 수 없다.
더이상 설득력없는 문제를 자꾸 거론하지말아야 한다. 당장에 백지화해야 한다. 모든 교원들이 원하는 것은 교장임용방법을 바꾸는 것이 아니다. 편안하고 쾌적한 교육여건을 원하는 것이다. 모든 교원과 학생들의 꿈이다. 투자없이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없다. 엉뚱한 논리를 펼치지 말고 눈앞에 펼쳐진 일부터 해야한다. 교장임용방법을 바꾸는 것은 그다음의 문제이다. 무자격교장공모제를 백지화하는 것이야말로 공교육을 정상화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임을 명심하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