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4월15일)은 서울시교육청에서 실시하는 고입,고졸검정고시가 실시된 날이다. 서울시내에 몇개 안되는 고입검정고시의 고사장으로 우리학교(서울 대방중학교, 교장: 이선희)가 고사장으로 선정되어 무사히 시험을 마쳤다. 감독교사는 물론, 수험생들 모두 힘들게 보낸 하루였다. 언젠가는 검정고시라는 시험 자체가 없어질 날이 다가오겠지만 현재는 아직도 많은 수험생들이 응시를 하고 있다. 어린 청소년들부터 나이가 환갑을 훨씬 넘겼을 듯한 할아버지, 할머니와 중년의 아주머니, 아저씨들도 많이 보였다.
검정고시는 다른 시험과는 달리 과목별 응시자들이 많다. 물론 전과목을 응시하는 경우는 시험경험이 처음인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여러번 응시를 했던 경험이 있는 수험생들은 불합격한 과목만 응시하게 된다. 그러니 매 교시마다 응시생들이 차이가 나게된다. 다른 시험에 비해 시험진행이 어려운 부분이다. 그래도 의욕을 가지고 쉬는 시간이면 옹기종기 모여서 책을 보는 모습이 중학생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에 1교시를 막 시작했을때, 응시생의 어머니로 보이는 분이 고사본부를 찾았다. 사연인 즉 중학교 2학년에 다닐 나이의 아들이 시험을 보는데, 몸에 장애가 있어 쉬는 시간마다 화장실을 데리고 가야하는데, 어떻게 선처해 줄 수 없느냐는 것이었다. 어머니의 도움없이 수험생 스스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당연히 정규교육을 받지 못했고 검정고시로 고입응시자격을 따기 위해 응시했다는 것이다. 이런때만 그런것이 아니고 수험생의 주변에 항상 어머니가 붙어 있어야 생활이 가능하다는 이야기였다.
또다른 경우도 있었다. 학생이 백혈병에 걸려 정규교육을 받지 못해서 이제서야 검정고시에 응시하는 경우도 있었다. 물론 어머니가 함께 찾아와서 학생을 주변에서 돌보고 싶다는 이야기였다. 그동안 수험생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던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이번에 꼭 합격해서 고등학교에 진학을 할 수 있으면 다행이지만 그럴 가능성은 별로 없다고 했다. 아직도 몸상태가 많이 안좋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꼭 합격했으면 한다는 위로의 이야기를 건넸다. 어쨌든 이번에 합격하면 고졸검정고시에 응시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한다.
이번에는 40대중반쯤 되어 보이는 아주머니 수험생이 고사본부를 찾았다. 나머지 과목은 모두 합격을 했는데, 수학과목만 응시했다고 했다. 그런데, 시험중에 컴퓨터용 싸인펜이 아닌, 일반 싸인펜을 사용했다고 했다. 자신은 그것이 잘못된 것인지도 몰랐는데, 시험이 종료될 즈음에 감독관이 지적을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급히 컴퓨터용 싸인펜을 가지고 왔다는 것이다. 작성된 답안에 다시 덧칠 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었다. 아이들 키우느라 그동안 잊고 지내다가 학원을 찾아서 거의 2년만에 수학과목만 빼고 모두 합격을 했다는 것이다. 이번이 마지막 응시였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곧 고졸검정고시 준비에 들어가고 싶다고 하소연했다. 그래도 늦었지만 배우려는 의지가 대단하다는 격려를 해 주었다. 집에서 아이들이 쓰는 싸인펜이 있길래 그냥 가지고 왔다고 하면서 싸인펜이 다르냐고 도리어 물었다. 다르다고 대답했더니 웃으면서 고사본부를 빠져나갔다.
검정고시 시험을 경험한 학교에서는 다 알겠지만 수험생 대기실이 필요하다. 일부과목만 응시하는 수험생을 위한 배려이다. 그런데 아침에 대기실에 갔더니 60은 족히 넘어 보이는 할아버지 수험생이 홀로 앉아 있었다. 처음으로 응시하는 시험이라고 했다. 왜 여기에 있느냐고 물었더니, 여기서 대기하면 데리러 오는 줄 알았다는 것이었다. 그런것이 아니고 고사실로 가야한다고 안내를 했더니 처음 시험보니까 아는것이 없어서 그랬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웃었다.
여러가지 사연을 가진 수험생들이 시험을 보는 모습을 보면서 그래도 어떻게든지 배우려는 노력이 정말 보기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중년을 넘어선 수험생들의 모습은 의지가 대단하지 않고서는 어렵다는 생각을 깊이하게 만들었다. 여러가지로 의미있고 뜻깊은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