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스승의날에 전격적으로 국무회의를 통과한 교육공무원 승진규정 개정안에 이어 곧바로 교장공모제 시행을 앞두고 시범운영학교가 발표되었다. 그 발표가 하필이면 일요일인 20일에 이루어진 것 자체가 뭔가 석연치 않다. 꼭 일요일을 기해 발표했어야 할 필요가 있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쉽게 납득이 가는 부분은 아니다. 어쨌든 참여정부의 임기말에 다른 여타의 분야보다 교육분야를 뒤흔드는 정책들이 마구 쏟아져 나오고 있다는 생각을 버리기 어렵다. 모든 것을 속전속결로 처리하고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할 따름이다.
교장공모제에 관한 이야기가 처음으로 나온것이 2005년도 말 쯤으로 기억된다. 대략 그해 10월에서 11월경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로부터 1년 반정도가 지난 후 시범학교 선정이 이루어진 것이다. 보통 어느 정책 하나를 바꾸는데는 적어도 2-3년의 기간이 필요하다고 본다. 여기에는 해당정책에 대한 정책연구가 필요하고 의견수렴을 통해 타당성이 검토되어야 한다. 또한 공청회등을 통한 최종의견수렴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1년 6개월이라는 기간은 교장임용의 근간을 흔드는 정책이라고 볼때 너무 짧은 시간이라는 생각이다.
교장공모제에 대한 정책이 시범학교 선정까지 완료되었으니, 앞으로의 행보는 더욱더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2014년까지 전체학교의 50%에서 공모제를 시행한다는 것이 교육부의 방침이었다.(그 방침에 변화가 있었는지는 알수 없지만, 만약에 변화가 있다면 그 시기가 더 빨라질 것으로 본다.) 그렇다면 지금 시범운영을 통해 기본적인 시행에 들어간다면 차기정부에서도 그대로 그 근간을 유지할 것으로 본다. 결국 이번 참여정부에서 급하게 급조된 정책이 결국은 그대로 굳어지게 될 것이다. 이를 노리고 짧은 시간에 시범운영까지 돌입하게 된 것이다.
교원평가제 도입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교장공모제 도입 이야기보다 훨씬 이전에 이야기가 나온 것이 교원평가제도입이었다. 시범운영이 너무 짧은 시간이라는 지적을 많이 했다. 수차례 지적했듯이 짧은 시범운영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 해야 함에도 무조건 시행하고 보자는 식으로 밀어 붙이고 있다. 참여정부의 임기가 끝나기 전에 완료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좀더 시범운영을 연장하더라도 좀더 철저히 준비된 교원평가제를 하자는 요구를 무시하는 것은 졸속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다음정부에 넘기는 한이 있더라도 속전속결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이다.
참여정부가 끝나기 이전에 할일이 또 있다. 바로 교육공무원승진규정 개정안의 시행인데, 문제로 지적된 부분을 다시한번 검토해야 한다. 무조건 시행한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추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100%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고 해도 문제점을 최소화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많은 교원들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수용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한 것이다. 이 역시 다음정부에 넘기더라도 좀더 검토해야 졸속을 면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속전속결로 처리된 것은 또 있다. 바로 7차교육과정의 수정고시안이다. 짧은 기간에 수차례 수정되면서 개정안이 고시되었다. 교육과정 심의위원회에서 문제를 제기했지만 수용되지 않았다. 결국은 교육부의 기본안대로 추진되어 개정안이 고시된 것이다. 충분한 시간이 있었음에도 수정고시를 2월말로 잡아놓고 거기에 모든 것을 맞추어 속전속결로 처리한 것이다.
속전속결이 나쁘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철저한 검토가 부족할 수 있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는 것이다. 시간이 충분한 경우도 있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두 경우 모두 철저한 검토와 부작용에 대한 대책은 없었다. 앞으로 이런 정책들이 실제로 시행되었을때의 문제에 대해서 과연 누가 책임을 질 것인다. 누구도 책임질 사람이 없을 것이다. 결국 피해는 학생과 학부모 교원들에게 돌아갈 것이다. 예전의 교원정년단축으로 인한 교원수급문제가 발생했을 때처럼...
이렇게 속전속결로 이루어진 모든 정책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지켜볼 것이다.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면 관련자들에게 철저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 어쨌든 교육은 안정속에서 개혁이 이루어져야 한다. 속전속결로 한다고 해서 교육이 개혁된다는 보장이 없다. 모든 정책을 시간을 두고 신중히 결정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