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4일은 부처님오신날로 공휴일이다. 5월 25일이 금요일이고 5월 26일은 토요일이다. 당연히 5월 27일은 일요일이다. 이중에서 26일은 토요휴업일이다. 흔히 이야기하는 징검다리 휴일인 것이다. 25일만 어떻게 하면 4일간의 연휴가 이어질 수 있다. 일부 언론에서 이를 두고 문제삼고 있다. 즉 많은 학교들이 5월 25일을 재량휴업일로 지정했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재량휴업에 따른 문제는 바로 맞벌이 부부에 대한 것이다. 맞벌이 부부는 정상출근을 하는데, 학교가 재량휴업을 하기 때문에 아이들을 맡길곳이 없다는 것이 문제의 요지이다. 아침에 자고 있는 아이들을 두고 출근을 했는데 아이들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충분히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부모의 입장에서 아이들만 집에두고 출근한다는 것은 마음이 아프고 염려스러운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휴업일의 문제점 지적과 함께 스승의날에도 많은 학교들이 재량휴업을 했었는데, 열흘남짓 지난후에 또 재량휴업을 하는 것에 대해서도 지적을 하고 있다. 재량휴업을 너무 자주 한다는 것인데, 그것은 그렇지 않다는 생각이다. 즉 스승의날에 재량휴업을 한 학교가 이번에 또 재량휴업을 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연간 확보할 수업일수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로인해 방학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번에 재량휴업을 하는 학교들은 지난 스승의날에 정상수업을 했던 학교들이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재량휴업과 관련하여 맞벌이 부부의 어려움이 있긴 하지만 반대의 경우도 있다. 부모가 징검다리 휴일을 기해 휴가를 내는 경우도 있고 회사자체가 휴무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부모와 자녀가 함께 여행이라도 계획했다면 가족행사를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학교가 정상수업을 하면 이런 부모들은 학교측에 불만을 터뜨리게 된다. 다른 학교는 다 휴업하는데 왜 휴업을 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재량휴업을 두고 상반된 입장이 팽팽하게 대결하는 결과가 나타난다.
또 한가지는 재량휴업일은 학교장의 재량에 맡겨져 있다. 학교장이 필요로 할 경우 재량휴업을 할 수 있다. 다만 연간 수업일수와 수업시수에 지장을 초래하면 안된다. 연초의 학사일정은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를 받아야 한다. 심의과정에서 문제가 제기되면 재량휴업을 할 수 없다. 운영위원회에는 학부모대표와 지역대표가 포함되어 있다. 교원위원들이 하고 싶어도 이들이 반대하면 할 수 없다. 따라서 재량휴업을 실시하는 학교의 경우 절차와 규정을 준수했기 때문에 그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
이번의 재량휴업 문제와 관련한 언론보도를 접하면서 학교에는 최소한의 재량권도 없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스승의날에 휴업하면 휴업한다고 난리, 주 5일 수업제를 도입한다고 하면 또 난리, 재량휴업을 통해 연휴를 만들면 또 난리, 말이 재량이지 재량권이 전혀 없는 것이다. 재량휴업등을 실시할려고 해도 사회적인 분위기를 무시할 수 없는 것이 현재 학교가 처한 현실이기 때문이다. 주5일 수업제가 실시되면 재량휴업도 사라져야 할 풍경중의 하나이다. 연간 수업일수를 채우기 위해서는 재량휴업을 실시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문제제기와는 달리 재량휴업을 해도 언론이나 학부모들이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바로 명절연휴 다음날인데, 대체로 추석이나 설 명절 다음에는 많은 학교들이 재량휴업을 실시한다. 그래도 이에대한 이의제기는 별로 없다. 물론 일반직장들도 휴무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때도 모든 직장들이 휴무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래저래 학교는 재량권을 발휘하기 어렵다. 연간 수업일수와 수업시수를 철저히 준수하면서 실시하는 재량휴업일에도 문제제기가 된다면 더이상 학교는 설곳이 없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