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생들은 학교 안에서 벌어지는 인권침해 현실이 잘못됐다고 생각하지만, 불평만 한다고 바뀌지 않는다. 이러한 청소년의 고민을 해결해주기 위한 교양강좌가 열린다. (사)21세기청소년공동체 희망은 오는 6월 2일과 9일 양일간 <청소년 인권아카데미>를 개최한다. 중·고교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이번 행사는 청소년의 인권을 침해하는 답답한 현실을 공유하고 학교를 바꾸기 위한 방안을 함께 모색하고자 마련됐다고 한다(인터넷뉴스 바이러스 5월 26일자).
이번의 아카데미에서 어떤 내용이 다루어질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여 학교를 바꾸기위한 방안모색이 주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두발문제가 이슈화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미 수차례 이슈화가 되었지만 두발문제가 학교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것만은 분명하다. 이미 각 학교에서는 두발규제를 어느정도 자율에 맡기는 분위기로 가고 있다. 또한 상당수 학교에서는 두발규제에 관한 규정을 개정하였다.
그러나 두발규제 문제의 해결방법이 일방적으로 학생들의 주장쪽으로만 흐르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은 아니다. 두발규제에서 인권침해가 발생한다고는 하지만 침해건수가 얼마나 되는지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 일부 학교의 경우를 두고 대한민국 전체가 그런것으로 오인하도록 하는 것은 결코 문제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아카데미를 열어 일방적으로 학교에서의 규제만 문제삼을 것이 아니라 실제 학교현장에서 나타나는 문제점과 그로인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 이상적이라는 생각이다. 학생들의 주장만을 들을 것이 아니라 나머지 교육주체인 학부모와 교사들의 의견도 반영해야 할 것이다.
두발자율화에 대한 학부모의 반응은 냉담한 편이다. 학생들의 두발문제를 학교에서 해결해 주기를 바라는 학부모가 상당수 있다. 사회적인 분위기 때문에 학부모도 학생들의 두발문제를 쉽게 해결하기 어려운 모양이다. 학교에 여러가지 루트를 통해 건의하는 경우가 많다. 교사들도 마찬가지이다. 어느정도 자율화는 필요하지만 전면자율화는 곤란하다는 입장을 가진 경우를 흔하게 찾을 수 있다. 기본적으로 단정한 모습의 머리를 요구하는 것이지 무조건 짧게 깎아야 한다는 식의 주문을 하지는 않고 있는 것이다.
휴대폰소지문제도 이번의 아카데미에서 다룬다고 하는데, 그 문제역시 휴대폰을 소지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인권침해의 방향으로만 접근해서는 곤란하다. 학생들이 스스로 휴대폰을 수업시간에는 꺼놓고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에 활용한다면 막을 이유가 없다. 그럼에도 규제를 하는 것은 수시로 수업시간에 울리는(그것이 벨소리이건 진동소리건 관계없이) 휴대폰 소리는 다른 학생들에게 분명히 방해를 함은 물론 정상적인 수업진행에 지장을 주기 때문이다. 또한 교사의 눈을피해 다른 친구들과 주고받는 문자메시지등이 우선 사라져야 휴대폰 소지를 양성화시킬 수 있다는 생각이다.
청소년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찾기위해 노력하는 것을 문제삼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런 움직임으로 인해 권리만 찾고 자신들의 의무를 소홀히 하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있을 뿐이다. 두발문제나 핸드폰문제, 실내에서 실외화를 신고 다니는 문제등 해결되어야 할 문제는 여러곳에 있다. 그러나 일부 학생들의 잘못된 행동으로 인해 많은 학생들이 피해를 보는 일이 생겨서는 안된다고 본다. 즉 사회적 분위기에 편승해서 무조건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은 교육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다. 실제로 성인사회에서도 문제가 있는 규제들이 있으나 그것이 법으로 보장되지 이전에는 모두들 잘 지키고 있다.
모든 문제가 학교만의 문제는 아니다. 교육당국의 문제가 더 크다. 학부모들은 왜 두발규제를 하지 않느냐고 학교에 건의해 오는데, 교육당국에서 보내는 공문에서는 두발문제로 인해 민원을 일으키지 말라고 한다. 단속을 하라는 이야기인지 하지 말라는 이야기인지 불분명하다. 학교에 두발규제는 인권침해의 소지가 있으니 모두 자율화하라는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 다만 학교실정에 맞게 개정하라고 하고 있다. 문제가 발생하면 당연히 학교에서 책임져야 한다. 당국은 공문한장 보낸 것으로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학생들의 편에서서 무조건적인 규제를 없애라고 주장하는 단체들의 행동은 현실과 거리가 있다. 청소년들이 스스로 판단할 능력이 있다고 하지만 모든 청소년들이 그렇게 잘 판단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현실적으로는 그렇지 않은 청소년들도 많다. 학교현실을 모르는 일부단체들의 불필요한 모임은 청소년들을 부추기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그보다는 학교현실을 직접 경험해보고 그래도 꼭 필요하다 싶을 경우에 추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규제를 없애기 이전에 정말로 청소년들이 스스로 정하고 지키는 분위기에 도달했는가를 파악해 보아야 한다. 결국은 분위기 조성과 이를 지키기 위한 청소년들의 노력이 있을때 규제는 더이상 필요하지 않게 될 것이다. 만일 청소년들이 흡연과 음주도 자율화 해달라고 한다면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