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등산하는 사람도 늘었다. 돈 들이지 않고 건강 유지하는 스포츠로 가까운 산을 찾는 것이다. 누군가 말한다. IMF 이후, 명퇴를 상징하는 사오정이나 오육도 이야기가 나온 후 산을 찾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는 것이다.
필자도 종종 산을 찾는다. 주1회 부부 등산을 하는데 건강, 대화, 자연 관찰하면서 인성 함양, 부부애 증진에 효과 만점이다. 산을 찾다보니 산 속에서 아는 사람을 만나기도 한다. 주로 교육 가족이다. 얼마 전, 수원의 광교산을 거쳐 의왕의 백운산(白雲山 567m)까지 산행을 하다 정년 퇴직한 선배 교장, 현직 교장을 뵈었다.
두 분의 교장은 필자가 리포터이기에 글 좀 써 달란다. '산 속 꼴불견 여인' 만나면 '흉칙'하다고. 무슨 얘기일까? 독자들은 이미 짐작하였으리라. 삼림욕을 하면서 여성들이 아름다움을 유지하기 위해 썬캡을 쓰고 썬그라스를 착용하고 그것도 모자라 마스크를 착용하는데 본인은 피부 건강에 좋을지 몰라도 보는 사람은 '영 아니올시다'라는 것이다.
등산을 하면서 땀 흘리며 건강미 넘치는 사람의 얼굴도 쳐다보고 때론 인사와 덕담도 나누어야 하는데 그런 여인을 보면 등산의 맛이 확 달아난다는 것이다. 마음이 영 좋지 않다고 한다. 그 여인은 아무렇지도 않지만 상대방은 오히려 불쾌한 마음까지 든다고 한다.
그러면서 그 분들은 말한다.
"산 속 그늘이 많아 썬캡, 썬그라스 사실 필요도 없어요. 그리고 한 두 시간 쯤은 햇빛 쬐는 것이 건강에 좋아요. 황사를 막으려고 마스크 하나 본데, 황사 현상도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리고 때론 피부도 맑은 산바람 쐬어야지 그렇게 가려서 되겠습니까?"
다행히 아내는 마스크 준비만 했지 착용하지는 않았다. 아내의 말에 의하면 마스크는 호흡에 지장이 없고 답답하지 않으며 가벼워 불편함을 못 느낀다는 것이다. 남에게 좋지 않은 인상을 주지만 실용적이라는 이야기다.
두 분의 교장 말씀, 구구절절이 옳다. 그 여인들은 상대방을 보면서 자기 얼굴은 보여 주지 않는다. 사실, 산행의 즐거움은 본인 건강도 챙기고 사람들의 건강한 얼굴 보는 재미에 하는 것이다. 건강하고 건전한 정신을 소유한 남성이라면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닐까?
여성들이 그렇게 얼굴을 가리는 것, 이해 못할 바도 아니다. 자외선으로 인한 기미, 주근깨, 잔주름 등 피부 노화 방지를 위해, 피부 건강을 위해 하는 것이다. 그리고 산을 찾는 이유, 뭐 얼굴 자랑하러 온 것도 아니다. 그러니 남이 뭐라든 내 얼굴 내가 가꾸면 그만인 것이다.
그러나 생각해 보자. 사람은 혼자 사는 것이 아니다. 더불어 사는 것이다. 나의 산행이 상대방에게 즐거움을 준다면 일석이조가 아닌가? 남성(여성)들이 원하는 것은 여성(남성)의 미모를 원하는 것 아니다. 남성이나 여성이나 땀흘리는, 산행을 즐기는, 건강을 찾는 공감대를 발견하고 동류의식을 함께 하려는 것이다.
또, 두 분의 교장은 말한다.
"학교 체육시간에 선생님의 썬글라스 복장, 아니됩니다. 교육은 눈과 눈이 마주쳐야 하는 것입니다. 학생과 선생님이 눈빛의 교류가 있을 때 진정한 교육이 이루어집니다. 선생님 입장만 생각하는 교육현장, 그러면 교육이 무너집니다."
따끔한 충고다. 체육 시간, 선생님은 교통을 단속하는 싸이카 경찰관이 아니다. 산 속에서 썬캡·썬그라스·마스크를 쓴 여인, 더 이상 볼 수 없었으면 하는 작은 바람을 가져본다. 체육시간, 썬글라스 쓴 선생님의 모습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