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에 대해서는 가능한 말하지 않는 것이 선거전략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들 하더군요"
'부드러운 사회'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건 국민통합21 정몽준 후보는 "교육은 정말 어려운 문제인 만큼 부드럽게 풀어 가는 것이 좋겠다"는 말로 토론을 시작했다. 그러나 패널리스트들의 질의는 정 후보가 '부드럽게' 넘길 수 있을 만큼 녹녹치는 않았다.
먼저 정 후보가 5일 창당대회에서 밝힌 '교육자치제'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노종희 한국교육행정학회 회장이 "교육부 기능축소가 교육부 위상 하락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냐, 교육이 일반행정에 예속될 가능성은 생각해 보았는가"라고 지적하자, 정 후보는 "권한이 있어야 위임도 가능한 것이다. 교육부 위상은 그대로 유지할 것이다. 시·도의회와 교육위원회 관계는 시도간 비교를 통해 시행착오를 겪으며 자연스럽게 해결되도록 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국립대학의 시·도립 전환 발언 역시 논쟁의 초점이 됐다. 이군현 교총회장은 "국립과 시·도립은 위상 격차는 물론 교원의 지방직화를 의미하는 것 아니냐"고 묻자, 정 후보는 "미국은 주립대의 위상이 높다. 생각을 바꿔야 한다"고 답했다. "미국의 주(state)와 우리의 시·도 개념은 다르지 않느냐"고 이 회장이 다시 받아치자, 정 후보는 "강제로 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국가를 대표하는 대학이 반드시 국립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라고 수위를 조절했다.
교원정년 환원문제에 대해 정 후보는 의외로 명쾌했다. “대통령 후보로는 70세 가까운 사람도 나오면서 교원 정년을 62세로 제한하는 것은 상식적인 일이 아니다”라며 이회창 후보의 나이를 빗대 정년 환원을 약속하자, 방청석에서는 박수가 터졌다.
홍성식 서울교대부속초 교장이 "지난 대선에서 모든 후보가 '교육 대통령'을 표방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정 후보도 교육 대통령 월계관을 쓰고 싶지는 않은가"라고 질문하자, "교육 경제 통일 국방 과학… 어느 분야가 더 중요하다고 말하기는 쉽지 않다. 대통령 후보는 신중해야 한다"고 답해 '교육 대통령' 공약(公約)을 결국 공약(空約)으로 끝내고 만 김대중 대통령의 과실을 꼬집기도 했다.
"수능 치르는 학생을 격려해 주었느냐"는 이원희 서울 경복고 교사의 돌발적인 물음에 정 후보는 "그렇지 않아도 긴장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대통령 후보라는 사람이 등 두들겨 주는 일로 부담을 더할 필요가 있다고 보느냐"고 답변, 세심함을 보여주기도 했다. 토론회를 마치며 정 후보는
패널리스트들과 일일이 악수하며 "많은 것을 배운 시간이 되었다"고 인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