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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다시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생각한다

장면 1

영국의 수상이 전용차를 타고 의사당을 향해 가고 있었다. 교통은 막히고 회의시간은 임박했다. 수상은 마음이 조급해져서 운전사를 재촉했다.

"여보게, 회의에 늦겠는데, 좀 더 빨리 달릴 수 없겠나?”
"네- 저도 지금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운전사도 마음이 급해졌다. 순간 교통경찰이 처칠이 탄 차를 정지시켰다. 다급한 나머지 운전사가 신호를 위반하고 달렸기 때문이다. 교통경찰이 딱지를 떼려 하자 운전사가 “지금 이 차에는 수상 각하가 타고 계시 다네. 회의시간이 임박해서 그러니 어서 보내주게!”라고 말했다.

그러자 교통경찰이 말했다.

“거짓말하지 마십쇼. 이 나라의 법질서를 책임지고 있는 수상 각하의 차가 교통신호를 어겼을 리 없습니다. 또 설혹 수상 각하가 타고 있는 차라 해도 교통신호를 위반했으면 딱지를 떼어야지 예외는 있을 수 없습니다.”

교통신호 위반 딱지를 떼였으나 처칠은 기분이 너무도 좋았다. 저런 꿋꿋한 경찰관이 영국의 민주주의를 지켜주고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회의가 끝나자마자 처칠은 런던 경시청장에게 유쾌한 목소리로 전화를 걸었다.

"경시청장인가? 나 수상인데, 오늘 이러저러한 일이 있었으니, 그 모범적인 교통경찰을 일 계급 특진시켜 주게나.”

수화기를 통해 전해들은 런던 경시청장의 대답은“런던 경시청의 내규에는 교통법규를 위반한 사람에게 딱지를 뗀 교통경찰을 일 계급 특진 시켜주라는 조항은 없습니다." 라는 것이었다.

장면 2

현직 대전 모경찰서장 차량이 교통법규를 위반해 단속 중이던 경찰관에 적발된 뒤 범칙금이 발부되자 경찰서장이 단속 경찰을 강하게 꾸짖어 단속 경찰관의 상관이 서장을 찾아 사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건 발단은 7월 30일 아침에 의경이 운전하는 관용차량에 타 출근하던 대전 모경찰서장은 큰 네거리 부근을 지나고 있었다. 그런데 출근을 하기 위해서는 직진을 해야 했지만 차량은 좌회전 차선인 1차선에 있었고 그러다 보니 갑작스레 끼어들게 됐다. 이는 교차로 단속을 나온 관할경찰서 경비교통과 소속 경찰에게 단속됐다.

단속된 뒤 모서장은 자신의 신분을 숨긴 채 “출근시간인 만큼 교통 정체가 심하니 단속보다는 교통 소통이 중요하다”라며 꾸짖었고 “어서 스티커를 발부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통 위반 범칙금을 발부한 경찰관은 나중에야 모서장임을 알아챘고 곧바로 상관에 보고했다. 경찰관의 보고를 받은 관할서 경비교통과장은 모서장을 찾아 “단속해 죄송하다”며 사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모서장은 “교통 정체가 되고 있음에도 직원들은 소통보다는 단속에만 열을 올리는 것 같아 약간 화를 냈다”라며 “내 신분을 밝히거나 서장 차를 단속했다고 꾸짖은 적은 없다”고 말했다. 

위 장면 1의 주인공은 많이 알려진 일화대로 영국의 처칠 수상(Churchill, Winston Leonard Spencer, 1874~1965)이다. 필자가 근무하는 대전지역에서 벌어진 장면 2의 내용과 극명하게 대비되는 일이었기에 일부러 소개한 것이다.

이러한 내용을 봤을 경우 사람들의 생각은 어떨까?

본인은 우선 Noblesse Oblige(노블리스 오블리제)라는 지도층의 도덕적 의무가 떠올랐다. 사회 지도층의 책임의식 즉, 사회적인 지위가 있는 사람들은 그만큼 사회에 대한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뜻이다. 정당하게 대접받기 위해서는 `명예(노블리스)` 만큼 의무(오블리제)를 다해야 한다는 것이기도 하다. 비록 수상이든 경찰서장이든 간에 법을 집행함에 있어서는 너와 나의 차별이 없는 것이다. 공명정대하고 불편부당하게 법이 집행되어야만 그것을 모든 시민들은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다.

하물며 일선에서 공정하게 법을 집행해야 하는 민중의 지팡이인 현직 경찰서장이 부하직원이 단속하였다고 나무랐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행동이다. 德將 밑에는 弱卒이 없다고 했던가. 덕이 조금 부족한 서장이라 그런지 그 밑의 과장이라는 경찰간부도 부하직원이 단속을 했다고 사죄하러 간 것도 옳은 처사는 아니다. 처칠수상이 경찰들의 기강이 엄정하여 공정하게 법집행을 하고, 외부 압력에 굴하지 않고 내부규정을 준수하는 것을 보고 흐뭇해하는 그 웃음을 평범한 우리 소시민들은 진정으로 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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