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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이제는 학부모마저도

리포터는 두 세차례에 걸쳐 학교의 냉방문제를 e-리포터 코너를 통해 제기한 바 있다. 받아들이기에 따라서는 필요이상으로 집착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의구심을 가질 수도 있다. 그러나 최소한 학교현장의 분위기는 '현 시점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냉방시설'이라는 데에 특별한 이의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난방문제는 어느정도 해결이 되었다고 본다. 학생들이 추위에 떨면서 공부하는 풍경을 찾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냉방문제는 심각하다고 보기 때문에 계속해서 이 문제에 집착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겪어보지 않은 학교는 냉방문제의 심각성을 이해할 수 없다고 본다. 최소한 요즈음의 폭염에서는 가장 절실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일선학교장에게 단축수업이나 임시휴교를 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지만, 학교장들은 쉽게 이 권한을 행사하지 않는다. '내가 제일먼저 나서기가 부담스럽다.'는 것이 대부분의 교장선생님들 이야기다. 즉 남들이 하면 나도 할 수 있는데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더우기 임시휴교나 단축수업을 했을경우 나중에 수업일수와 수업시수에서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도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학생들과 교사들은 무더위와 싸우면서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교장선생님들을 탓하고자 시작한 이야기는 당연히 아니다. 단지 수업을 제대로 진행하기 어려운 점이 있어 잠시 언급한 것이다. 오늘 하는 이야기는 이제는 학부모도 학생들과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는 측면에서 받아들여 줬으면 하는 생각이다. 냉방문제를 자꾸 거론하는 것이 어쩌면 독자들에게 거부감을 줄 수도 있다는 생각도 물론 했었다. 그러나 오늘 이야기는 꼭 하고 싶다.

오늘 아침의 일이다. 교감선생님이 한 학부모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통화내용을 요약하면 대체로 다음과 같다. '학생들이 학교에서 무더위에 고생하는데, 단축수업이나 임시휴교를 왜 안하느냐. 학생들은 무더위에 지쳐있는데, 교무실에는 에어컨이 설치되어 교사들만 시원한 곳에서 생활하는 것은 너무 하는 것 아니냐. 무더위에 지쳐있는 학생들에게 수업중 교사들이 야단을 치는 이유가 무엇이냐. 학생들이 오죽하면 수업시간에 야단맞을 일을 하겠느냐. 교사들만 시원하게 지내고 학생들 입장은 왜 생각해 주지 않는냐. 교실에 에어컨을 왜 설치하지 않느냐. 그렇게 하고도 학교가 학생들에 대해 할일을 다하고 있다고 생각하느냐. 빨리 조치를 취하라.' 대략 이런 내용이었다고 한다.

교감선생님은 이런저런 이야기로 학부모를 설득하려 했으나 결국은 실패하고 전화를 끊었다고 한다. 할 이야기가 너무나 많았지만 어쨌든 현실은 학생들이 무더운 교실에서 고생하는 것이 사실이기에 더 이상 길게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 이야기를 접하면서 이제는 학부모들도 교사와 학생이 똑같이 행동해야 만족하는 모양이구나 라는 생각을 해 보았다. 그동안에도 학생들이 항상 하는 이야기가 교무실은 시원한데, 교실에는 왜 에어컨이 없느냐는 것이었다. 그 이야기에 대해서는 항상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이 우리 교사들이다. 그래서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이 되면 교무실에 와서 있다 가라는 이야기를 많이 하고 실제로도 그렇게 하고 있다.

학생들의 이야기에 대해서는 미안함이 앞서지만 학부모의 이야기에 대해서는 왠지 쉽게 수긍이 가지 않는다. 학부모와 학생들이 똑같은 생각을 가진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다. 학생들이 그렇게 이야기를 한다고 해도 그것을 이해시키기 위한 학부모들의 이야기가 필요하는 생각이다. 최소한 학교에서는 교실에도 에어컨 설치를 하고 싶다. 문제는 교육재정이 문제인 것이다. 잘해야 1년간의 학교운영비가 2-3억원 정도인데, 에어컨을 한개 층만 설치한다고 해도 3-4천만원이 필요하다. 그 많은 예산을 감당 할 수 있는 학교가 우리나라에 몇 곳이나 되겠는가.

결국 특별예산지원이 필요한 부분이다. 학부모들의 불만도 이해가 되는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학교사정을 정확히 모르기 때문에 나타내는 불만이기 때문에 어느정도 이해는 한다. 그렇더라도 교사들과 학생들을 동등하게 생각하는 것에는 다소 서운한 감이 없지 않다. 그렇지만 학부모들이 학생들처럼 교무실도 찜통더위 속에서 교원들이 땀을 뻘뻘 흘리면서 지내는 공간이 되기를 원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학생들을 아끼는 마음에서 나온 이야기일 것으로 이해하고 싶다.

24절기 중 처서도 지난 시점이기에 무더위가 앞으로 며칠이면 한풀 꺾일 것으로 생각된다. 그때까지만 참으면 좋은 분위기에서 수업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교실의 냉방문제는 내년을 위해서라도 올해 안으로 어떤 결단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점점 무더위가 심해지는 요즈음에 하루빨리 대책을 세우는 것만이 해결방법이 아닌가 싶다. 당국의 빠른 대책강구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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