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천에서 용 난다.' 또는 '개천에서 선녀가 난다.'는 속담이 있다. 모두 미천한 집안이나 변변하지 못한 부모에게서 훌륭한 인물이 난다는 뜻이다. 리포터가 어렸을 적만 해도 오직 자신의 힘 하나만으로 고군분투 노력해서 눈부신 결과를 창조해낸 성공신화의 주인공들이 주변에서 많이 회자되었었다. 이런 것을 보면서 리포터 또한 성공할 수 있다는 희망과 용기를 갖곤 했다. 하지만 요즘은 이런 성공신화의 주인공들의 사례를 찾기가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우선 가장 큰 문제는 교육양극화 현상 때문이다. 프랑스의 철학자 브르디외(Bourdieu)의 이론을 빌지 않더라도 좋은 환경, 좋은 시설, 좋은 교사진에게 배우는 학생들과 그렇지 못한 학생들의 학력 격차는 당연히 클 수밖에 없다. 얼마 전, 이러한 사례를 뒷받침하는 결과가 나왔다. 최근 서울대학교에서 발표한 '출신 고교별 입학생 현황'에서, 서울지역 외국어 고등학교와 강남지역 출신의 합격생이 기형적으로 많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는 학부모의 사회 경제적 배경 및 교육지원 정도가 학생들의 학업성취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특히 영어에 있어서는 질 좋은 사교육을 받은 학생과 그렇지 못한 학생간에는 엄청난 격차가 나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세계화시대에서 영어 실력이 우수하다는 것은 곧바로 사회 경제적으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것과 같은 말이기에 더욱 심각한 것이다. 이는 마치 조선시대에 한문을 아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이 누리는 사회 경제적 차이와 같다.
물론, 학력 격차의 원인을 사회 경제적 원인으로만 몰아가는 것은 약간의 어패가 있다. 지능지수를 비롯한 개인적 요인, 가정환경 결핍, 가르치는 교사의 열의 등도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요인들도 사실 따지고 보면 경제력 유무에 따라 나뉘어진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따라서 예전 같이 개인의 노력이 먹혀들던 환경이었으면 벌써 용이 되어 승천했을 불쌍한 우리의 이무기들을 위해 정부와 사회는 다양한 대비책을 세워야할 것이다.
가장 먼저 공교육을 내실화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 교육수요자의 의사를 반영한 각종 교육프로그램 개발과 교사의 전문성 함양을 위한 연수를 꾸준히 실시해야 한다.
둘째, 양질의 방과후 학교 운영을 통해 사교육 시장을 공교육으로 흡수하여 자기주도적 학습능력을 제고해야 한다.
셋째, 사회 불우계층에 대한 배려를 제도적으로 정착시켜야 한다. 가정 형편이 어려운 중고등학생들에 대한 장학금 지급 확대 및 이들에 대한 대학 정원 외 입학 등도 추천할만하다.
넷째, EBS교육방송이나 인터넷을 이용한 양질의 교육을 보급해야 한다. 기존의 딱딱하고 일방적인 주입식 교육이 아닌 강사와 수강생이 상호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쌍방향 기법이면 더욱 좋겠다.
교육이야말로 인간이 만들어낸 제도 중 가장 아름다운 제도이다. 이러한 제도를 통해 누구든 희망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 돈이 없어, 가정환경이 불우해서 우리의 청소년들이 일찌감치 그들의 빛나는 꿈을 접어야 한다면 우리의 미래는 없다. 지금 이 시간에도 비록 가난하지만 자신의 꿈을 위해 일로 매진하는 우리의 가능성 있는 이무기들을 위해 정부의 행·재정적 지원은 물론, 교사의 관심과 사랑이 절실히 요청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