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감의 자리가 어쩌면 가장 힘들고 외로운 자리가 아닌가 싶다. 학교에서 발생하는 모든 일에 대한 중재를 해야 하고 교사들의 여러가지 고충을 들어주고 해결해 주어야 하다. 또한 교내.외의 다양한 부름에도 달려가야 한다.
그렇지만 교사들과 터놓고 대화하는 자리에서도 쉽게 이야기하기 어렵다. 어떻게 이야기를 해야 교감의 직분을 다 하는 것인지 판단이 서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리포터는 교감이 아니다. 그러나 곁에서 지켜보면 분명 쉬운 일보다는 어려운 일들이 많이 발생한다. 그때마다 고뇌에 찬 교감선생님의 모습을 보곤한다.
최근의 경우를 보자. 특성화고등학교 원서마감일이 임박해지면서 연일 교육청에서 특성화고등학교의 원서접수현황을 알려온다. 되도록이면 한명이라도 더 지원시키라고 독려한다. 독려의 끝에는 교감이 있다. 교육청에서의 독려를 받았지만 3학년 담임들에게 쉽게 입을 열지 못한다. 담임들의 진학지도에 이래라 저래라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앞으로 전문계고 원서접수가 시작되면 교감에게 필요이상의 독려가 올 것이다. 어쩌면 견디기 힘든 일일 수도 있다. 지난해의 전문계고 진학현황을 중학교별 통계로 확보하여 교감회의때마다 언급한다. '어느학교가 몇%로 최고였고, 어느학교는 최저였다. 올해는 그런일이 없도록하라.'는 등의 강요에 가까운 독려를 한다.
이러한 상황은 시교육청의 담당부서에서 지역교육청의 담당장학사에게 비슷한 독려를 하기 때문이다. 전문계고에 대한 필요이상의 홍보와 독려 탓이다. 물론 그 취지를 이해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진학지도는 학생 개개인에 맞는 지도를 해야 함에도 전문계고 진학을 독려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장점과 단점을 충분히 설명하고 최종결정은 학생과 학부모가 하도록 하는 것이 바른 진학지도라는 생각이다.
교감의 고충이 어디 그뿐인다. 최근의 성과급문제만 하더라도 교감회의를 소집하여 시간여유도 별로 없이 성과급 지급에 따른 등급을 정해서 올리라고 한다. 성과급에 대해서는 누구도 자신있게 말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교감에게 회의를 통해 지시를 내리면 일선학교에서는 한바탕 논란을 겪게 된다. 그 한복판에 서있는 것이 바로 교감인 것이다. 새삼스럽다고 할 수 없지만 교감은 또 한번의 고충을 겪을 수 밖에 없다. 성과급 지급후의 화살도 결국은 교감에게 돌아간다. 아무리 논의를 거쳐서 결정해도 교감을 어렵게 하는 경우가 종종발생한다.
이제는 교감 원래의 모습을 보고싶다. 교육청이나 교육부에서 교감을 괴롭히는 일은 이제는 사라져야 한다. 교감을 괴롭히는 그 자체가 바로 교육정책이 잘못되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제대로 된 교육정책이 추진된다면 교감을 괴롭힐 일이 전혀 없다는 생각이다. 교육청에서 때로는 교감에게 근평을 이야기하면서 잘하라고 격려(?)하기도 한다고 한다. 있을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극히 일부에 해당하는 이야기로 생각하고 싶긴하다. 그렇지만 이런 현실이 조금이라도 신빙성이 있다면 앞으로 이런일은 하루빨리 사라져야 할 것이다. 교감을 이제는 정말로 그만 괴롭히라는 주문을 하고 싶다. 교감이 죄인인가. 학교의 중간경영자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도록 분위기 자체를 바꿔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