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0년 창설된 한국학교발명협회. 한국 과학교육을 살린다는 신념 아래 '발명영재' 등 책자 제작과 발명교실 운영, 교사 연수 등에 주력해온 협회에서는 올해 또 하나의 결실을 맺었다. 그동안의 경험을 토대로 '발명씨앗'이라는 교육교본을 출판하게 된 것. 협회의 김두선 회장을 만나 우리나라 발명교육의 현주소와 개선책에 대해 들어봤다.
"교육개혁은 창조성 교육에 초점을 둬야 합니다. 여기에 한 나라의 미래가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세계교육의 흐름과 우리 교육의 현주소를 바로 읽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교원들의 각성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김두선 회장은 "각국에서 생산되는 제품을 두고 미국이 밑그림을 그리면 일본이 그것에 색칠을 하고 한국은 이를 그대로 복사한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가 있다"면서 "1등 상품이 아니면 살아남을 수 없는 이 시대에 우수 인력을 양성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말해주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은 78년부터 13∼4세의 소년대학생을 키워 수천명의 과학두뇌들을 배출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사이언스 아카데미 대회'를 통해 해마다 10명의 영재들을 선발, 최고 연구기관에 위탁 교육시켜왔지요. 그 결과, 현재 미국의 자연과학분야 노벨상 수상자가 전체의 41.6%를 차지하게 됐습니다. 일본의 경우, 창조성 교육을 통해 침체된 경제를 다시 일으키겠다는 계획 아래 올해에만 240조원을 교육예산에 책정하고 있습니다."
김 회장은 "10여년 전 교육부에서 과학교육국이 없어진 이후 우리의 과학교육은 오히려 후퇴해버렸다"면서 과학부처를 따로 뒀다가 '문부과학성'으로 통합, 교육부처에서 다시 과학교육을 흡수한 일본을 예로 들었다.
"과학기술부와 교육부를 합칠 것, 그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우선 교육부 내에 과학교육국을 부활시켜야 합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이공계의 질도 낮고 희망자도 적어요. 이공계를 활성화해야 우리 교육이 제대로 설 수 있습니다."
일본의 경우, 공업 소유권에 대한 특허편, 유통편, 상표편 등으로 나눠진 특허교본 수백만부를 초·중·고교에 배포, 정규교과시간에 부독본으로 다루게 하고 있다. 이처럼 일찍부터 발명꿈나무를 키우는데 주력하고 있는 일본에 비해 우리나라는 이 분야에 매우 소홀했던 것이 현실이다.
"똑같은 금액에 해당하는 물건을 수출했을 때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이윤은 일본의 1/3에 불과해요. 지식의 대가를 로열티로 지불하기 때문입니다."
김 회장은 "이번에 특허청의 지원을 받아 초보적인 발명교육교본 '발명씨앗'을 발간하게 됐다"며 "늦었지만 이제라도 교육교본이 제작된 것은 다행스런 일"이라고 밝혔다.
"발명교육은 탈학년(연령), 탈교육과정, 탈시간제한이 핵심입니다. 이번에 발간한 '발명씨앗'은 학년 중심의 정규 교과와 달리 종적·횡적으로 열려있는 교재이지요. 아이디어 발상법, 창작활동 및 발명기법, 재미있게 만들기 등 총 4개 영역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협회는 10만 영재 꿈나무를 키운다는 목표 아래 95년부터 180개 지역교육청에 발명공작교실 설립에도 애쓰고 있다.
"현재 111개 교육청에 발명공작교실이 만들어져 영재성이 있는 학생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그런데 시·도교육청 평가항목 중 그 어디에도 발명교육에 대한 이야기는 없어요. 발명교육을 빼놓고 교육을 평가한다는 것은 말이 되질 않습니다. 시·도 교육청 평가항목에 발명교육을 반드시 포함시키고 아이들의 학력평가부터 제대로 실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김 회장은 "교과서대로 시험문제를 출제하는 것은 창조성 교육을 죽이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소설 하나를 읽더라도 책에 숨겨져 있는 행간을 읽어내는 것이 중요한 법입니다. 다수의 표를 의식하는 정치인들 때문에 창조성 교육을 버릴 수는 없지 않습니까. 세계창조성대회 등을 통해 나타난 우리 학생들의 지능은 매우 뛰어났습니다. 영재는 있으나 영재교육정책이 없다는 것이 지금까지 우리 교육의 문제점이었지요. 뛰어난 아이들은 뛰어나게 양성하는 것이 국가의 책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