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의 교육정책이 쏟아져 나오는 가운데 새학기 시작을 앞두고 일선학교 교장선생님들의 최대 관심사는 '단위학교 책임경영'을 위한 권한이양이다. 과연 어느정도의 권한이 학교로 넘어올지, 권한이 넘어온 후의 책임은 어느정도 져야 하는지에 관심이 높다. 교장선생님들의 관심만큼이나 교원들도 권한이양에 상당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이런 분위기이지만 각 시,도교육청에서는 특별한 움직임이 없어 한편으로는 답답하기까지 하다.
예년과 다름없이 시,도교육청과 지역교육청에서 중점과제나 역점과제, 특색사업들이 속속 내려오고 있다. 신학년도 교육계획수립에 반드시 포함해야 할 내용들이다. 과제가 많은만큼 일선학교에서는 속앓이를 하고 있다. 과제의 신선도가 있는 것도 있지만 추상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경우도 있어 당혹스럽다. 더우기 정상적인 교육활동을 하면서 추진하기에 어려운 과제들도 간혹 포함되어 있다. 교원들은 말한다. '정말로 일선학교의 권한이 확대되기는 하는 것인가...'
아직도 교육청에서는 일선학교에 보이지 않게 압력을 행사하는 경우들이 있다고 한다. 올해 고등학교 신입생 학교배정을 하면서 교육청에서 일선학교 담당자들에게 '고등학교 배정은 100% 만족을 하기 어렵다. 학부모들의 민원이 제기될 가능성이 높다. 가급적 학교에서 해결하고 교육청에 민원이 제기되는 일이 없도록 해 주었으면 한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고 한다. 만일 이런 사안이 교육청에서 답변하기 좋고 생색내기 좋은 경우였다면 일선학교에서 해결하라는 이야기를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고등학교 배정은 교육청에서 하고, 민원발생은 학교에서 해결하라고 하니 어처구니 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제는 정부의 방침도 권한이양을 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방침이 제대로 시행되기 위해서는 상급교육행정기관에서 지시하는 것이 대폭 줄어들어야 한다. 가급적 학교에 많은 권한을 부여하고 책임도 함께 지도록 해야 한다. 일선학교에서 제대로 된 학교교육활동을 하기 위해서도 꼭 필요한 부분이다. 지금처럼 하나부터 열까지 지시일변도로 이루어지는 교육활동은 의미가 없다. 특히 새 교육과정이 시행되기 이전에 어느정도 권한이양 부분이 정리가 되어야 학교자치가 가능하다는 생각이다. 단위학교에 권한을 주지않고 현재처럼 학교를 평가한다는 것 자체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권한은 없고 책임만 묻는 꼴이기 때문이다.
상급교육행정기관에서는 학교를 더이상 '물'로 보지 말아야 한다. 지시하면 그대로 따르는 것이 학교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어떤 경우라도 교육목적에 맞는 교육을 실시하도록 자율권을 부여해야 한다. 모든 학교가 똑같은 형태로 교육활동을 해나가도록 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방향이 아닐 것이다. 학교장을 중심으로 단위학교 구성원들이 서로 머리를 맞대고 최고의 성과를 내기위한 방안을 세워서 스스로 학교교육을 이끌어 나가도록 해야 한다. 교원, 학생, 학부모를 위해서도 단위학교 자치는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