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는 길면 길수록 좋다. 앉아만 있는 것으로 대단한 평가를 받기 때문이다. 게다가 맘편히 졸 수 있는 시간이 아닌가? 회의에서 당신의 임무는 아이디어가 별볼일 없을 때 가끔 거기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것이다. 다음 회의에서 또 그 이슈가 도마 위에 오르도록만 하면 된다. 무슨 수를 쓰던 간에 회의에 참석하라. 안그러면 하루종일 실무에 시달려야 할 테니까.
프랭크아도란티가 쓴 “조직이 가르쳐주지 않는 승진의 비밀”이라는 책에 나오는 글귀다.
그래서일까? 좋은 배경에 운까지 좋아 초고속으로 승진한 관리자일수록 회의를 엄청 좋아하고 회의시간을 길게 늘여 자기 자랑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회의시간은 늘 기준시간의 두 배를 넘기기가 일쑤이다. 교사들에게는 길고 긴 지루한 회의가 아이러니하게도 관리자에게는 대단한 홍보거리가 된다. “우리학교의 선생님들은 이렇게 열심히 학교발전을 위해 머리에 머리를 맞대고 퇴근시간을 넘겨가며 회의에 회의를 하는 열정을 보이고 있습니다.” 정작 교사들은 회의 내내 교실에서 하다말고 온 일거리에 대해, 그것을 처리하고 가려면 오늘도 밤하늘을 보면서 가겠구나 하는 생각에 머리에 쥐가나는 줄도 모르고 말이다.
정례직원회의 시간을 퇴근 한시간 전으로 잡아놓은 이유는 그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되어서 정했을 것이다. 그 시간을 정한 것도 정작 관리자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두 배의 시간을 잡아먹고도 모자라 ‘오늘 못한 것은 다음에 또’라는 여운을 남기면서 회의를 마친다. 시간 초과에 대해서는 쓰다달다 말 한마디 없다. 회의라는 명목하에 퇴근시간을 잡아먹는 것은 여사라고 생각하는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관리자의 말대로 회의가 학교발전을 위해 건설적인가라는 점이다. 무언가 많이 끄집어내어 주저리주저리 말은 많았는데 결론을 보면 딱히 된것은 없고 결국 관리자 자랑이었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좋은 소리 듣는 것도 한두번이지 매번 관리자 치적류의 일방통행식의 회의를 두시간 가량 듣고 오면 맥이 빠진다.
만일 관리자가 추진하는 사안에 반대하는 의견이라도 내놓을라치면 관리자의 언성은 높아지고, 인상이 찌푸려지고, 그에 대한 타당성을 듣느라 회의는 점점 길어진다. 그래서 회의석장은 분위기가 썰렁해지고 의견을 내놓은 사람만 이상해지는 사태에 봉착한다. 일찌감치 관리자가 결정하신 일에 토를 달면 죄인이 되는 그런 분위기를 파악한 교사들은 “예예 잘하십니다” 를 남발한다. 그래야만 조금이라도 더 관리자의 옆가까이에 배치될 수 있는 행운을 거머쥘수 있기 때문이다. 장감으로 승진하려면 부장이 되어야 하고, 그럴러면 최고부장 자리에 올라야한다는 말을 강조하는 것도, 그런 서열순으로 회의좌석을 배치한 것도, 다 관리자의 말을 잘들어야 콩고물이 떨어진다는 그런 계산이 들어있음을 너무도 잘 알고 있는 탓이다.
이런 권위주의적이고 독선적인 관리자의 마인드는 프랭크아도란티가 쓴 “조직이 가르쳐주지 않는 승진의 비밀”에 나오는 인물형을 대량 양산한다. 실제적으로 해야할 아이들 가르치는 실무는 대강하더라도 관리자의 눈치만 보며 마음 살 일만 생각하는 무조건적인 예스맨들을 말이다.
정례직원회의를 하는 날이면 어김없이 볼 수 있는 그림, 교감이나 교무가 모시러 가야만 최고관리자가 교무실에 납시고, 서열순으로 앉아야만 직원회의가 시작되는 지극히 권위주의적인 그런 구도.... 교사들 보고는 출퇴근시간을 지키라고 쌍심지를 돋우면서 직원회의 시간은 아예 고무줄 늘이듯 늘이는 그런 일방통행식의 직원회의는 이제 그만 없어졌으면 좋겠다.
또한 한솥밥 먹는 소규모 학교에서 서열순으로 회의 좌석을 배치해 평범한 교사의 마음을 다치게 하는 그런 계산이 깔린 좌석배치도 없어졌으면 하는 바램이다. 과도하게 회의를 길게하고 서열순을 강조하는 그런 권위형의 마인드를 가진 관리자에게 이런 성경 한 구절을 들려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