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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비색의 광채를 꿈꾸는 소년 도공 ‘목이’


모래 속에, 진흙 속에 감춰져 있다 어느 날 물결에 쓸려 모습을 드러내는 사금파리라는 존재를 참 좋아한다. 부드러운 흙이 옹기장이나 도공의 손에 의해 사발이 되고, 고급스런 자기가 되었다 자의반타의반으로 부숴져 조각이 되어 버린 사금파리 한 조각. 조각난 상처 속엔 생명이 숨 쉬듯 무언가 끌어당기는 힘이 있다.

책을 읽는 내내 난 여행을 떠났다. 일찍 부모를 여의고 고아가 되어 부안 줄포의 다리 밑에서 두루미 아저씨와 살고 있는 목이와 함께 여행을 떠났다. 과거 속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현재를 거닐게 되었다. 먼 과거의 이야기이면서도 현재의 일인 양 생생하다.



<사금파리 한 조각>은 도공의 이야기이다. 장인 정신이 투철한 도공 민 영감과 목이, 그리고 두루미 아저씨의 삶의 이야기이다. 작가는 과거의 시공간을 뛰어 넘는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들려주며 감동의 여행을 떠나게 한다. 그 여행을 한 번 떠나 보자.

남의 것을 빌어먹으나 빌어먹지 않은 목이와 두루미 아저씨. 자신의 작품에 온 혼을 불어 넣고 최고의 고려청자를 만들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는 도공 민 영감. 이들과 함께 시간 여행을 떠나는 즐거움은 책장을 덮은 뒤에도 내내 여운으로 남았다.

목이는 역병으로 부모를 잃고 절에 맡겨지려다 절도 병이 돌아 절에 가지 못하고 다리 밑에서 두루미 아저씨와 살고 있는 소년이다. 한쪽 발밖에 사용하지 못해 일을 할 수 없는 두루미 아저씨를 대신해 버린 음식물을 뒤져 연명하여 지내지만 둘은 가장 잘 어울리는 한쌍이다. 두루미 아저씨는 목이에게 세상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주는 인도자이며 아버지이며 친구이며 지혜로운 선생과 같은 역할을 한다.

그러다 우연히 마을에서 제일가는 도공인 민 영감의 작품을 훔쳐보게 되면서 자신도 도자기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목이는 민 영감의 오리 작품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지금은 흐릿한 잿빛 상태이지만, 생김새가 어찌나 정교한지 꽥꽥 하고 우는 소리가 막 들리는 듯했다." -본문 가운데 -

생각은 호기심을 낳게 하고, 호기심은 행동을 낳게 한다. 결국 호기심에 의한 행동은 민 영감의 작품에 손상을 입히게 되고, 이로 인해 목이는 민 영감의 일들을 도와주게 된다.

목이는 도공 민 영감의 아래서 온갖 잡일을 하면서도 도자기를 만들 기회가 올 거라며 늘 밝고 긍정적으로 하루하루를 보내며 힘든 과정을 참아간다. 그러나 물레를 돌리는 일은 커녕 흙을 만지는 일도 하지 못한다. 그렇지만 점심 한 끼 얻어먹으며 진흙을 거르고 장작을 해오고 하면서도 목이는 언젠가는 자기 손으로 도자기를 만들 꿈을 놓지 못한다.

도공 민 영감의 자기(瓷器)에 대한 고집스러움은 목이를 대하는 행동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웃는 표정이 전혀 없다. 화를 내고 짜증을 낼 뿐 따스한 말 한 마디 건네주지도 않는다. 힘들게 지쳐 돌아오는 목이를 맞아주는 이는 다리 밑의 두루미 아저씨이다. 밥을 먹여주기도 하고, 웃음을 주기도 하고 삶의 지혜를 주며 목이의 희망과 꿈을 굳건하게 해준다. 둘의 모습은 집을 잃거나 부모를 잃고 살아가는 당시 고려인들의 삶의 모습일 수도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조정에 바칠 청자를 주문하러 왕실 감도관이 줄포에 오게 된다. 고려 시대 부안은 청자의 주산지로 유명하여 가마가 밀집되어 있던 곳이다. 이곳에서 출토된 청자는 질이 무척 좋아 송도를 중심으로 한 귀족과 왕실에서 주로 사용하였다. 청자를 보러 왕실 감도관이 온다는 소식은 온 도공들을 긴장하게 하고 민 영감도 감도관에게 보여줄 작품을 만들게 되지만 주문은 강 영감에게 돌아가고 만다. 그러나 민 영감의 솜씨를 익히 알고 있는 감도관은 추후에 작품을 만들게 되면 송도로 한 번 가지고 오라는 말만 남기고 떠나버린다.

감도관이 떠난 후 목이가 송도로 가기로 하면서 민 영감은 비색의 광채가 나면서 물의 투명함이 나는 참외 모양의 꽃병을 만든다. 그 꽃병을 송도의 왕실 감도관 김씨에게 가지고 가다 목이는 부여에서 도둑을 만나 낭패를 당하게 된다. 도둑들이 꽃병을 절벽 아래로 던져 꽃병이 산산조각이 나게 된 것이다.

"목이는 절벽 아래 산산히 조각난 꽃병 잔해 속에서 모란꽃 무늬를 새겨 넣은 조각을 주워 들었다. 사금파리 한쪽에 얕은 고랑이 길게 나 있었다. 참외 모양 꽃병이라는 증거였다. 이랑을 따라 모란 줄기와 잎사귀가 똬리를 틀고 있었다. 유약 또한 심한 충격을 받았는데도 조금도 훼손되지 않은 채 여전히 맑고 깨끗한 빛을 띠고 있었다." -본문 가운데-

가장 절망적인 순간에 목이는 사금파리 한 조각을 주워 들고 희망을 품게 된다. 포기하고 도망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사금파리 조각에 남아있는 약간의 모란 줄기와 훼손되지 않은 유약의 색채만을 믿고 감도관을 만나러 간다. 그리고 감도관은 목이가 가지고 간 사금파리만 보고 민 영감의 자기를 주문하기로 한다.

장인은 장인을 알아본다. 온전한 작품이 아니어도 하나의 특징만 가지고도 모든 것을 알아 본다. 기쁨을 한 아름 안고 줄포에 돌아 온 목이는 그러나 슬픈 소식을 듣게 된다. 친구이고 아버지이고 삶의 지혜로운 안내자였던 두루미 아저씨의 죽음의 소식을 듣게 된다. 상심에 빠진 목이를 민 영감 부부는 자식으로 받아들이며 도자기 빚는 비법을 전수하기로 한다. 이제 목이는 완전한 아름다움을 이룬 매화 꽃병을 꿈꾼다.

"완전한 아름다움을 이룬 매화 가지가 꽂힌 꽃병. 그런 꽃병에 적합한 무늬를 새기는 솜씨를 갖추기까지는 과연 얼마만큼의 시간이 걸리게 될까? 언덕 하나, 골짜기 하나……. 한 번에 하루씩, 그 방식으로 여러 해 여행하다 보면 마침내 완벽한 무늬를 새기게 될 거야." - 본문 가운데 -

청자 중에서 가장 아름답고 높이 평가되는 작품은 상감 청자인 매화 꽃병이다. 원형 음각 무늬 사이로 구름이 떠다니고 학이 날아다니는 매병을 만들 꿈을 꾸면서 목이는 수레를 밀면서 산길을 올라간다.

소설(동화) 속에서 온갖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꿈을 잃지 않고 꿋꿋이 펼쳐나가는 목이와의 여행은 끝났다. 그러나 목이의 꿈은 이제 시작이다. 그리고 이 책을 읽는 모든 어린이들의 꿈도 이제 시작이다. 이 책을 읽는 모든 어린이들은 고려 시대 소년 도공 목이를 통해 꿈을 이루기 위해선 끝없이 인내하고 용기를 내어야 한다는 것을 배우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감동을 얻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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