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라면 까라” 군대에서 제일 많이 쓰이는 용어로 그 어원은 “×로 밤송이를 까라고 하면 깐다”라는 말에서 나왔다고 한다. 상급자가 하는 말이면 무조건 다 해야된다는 말로 절대복종과 충성심을 나타내는 용어이다. 하지만 요즘은 군대도 많이 변해 옛날에는 ‘까라면 까라’는 식이었지만 이제는 그 이유를 논리적으로 설명해야 한다고 한다. 기합도 정당한 사유가 있을 경우에만 허가를 받아 실시할 수 있고, 병장이라고 해서 허드렛일에서 열외가 허용되지 않는다고 한다. 최고참인 대대장일지라도 군인으로서의 지휘체계에 부합되지 않은 명령은 이등병 병사라 할지라도 거부할수 있고 신고할수도 있단다. 이렇게 철밥통 같은 군대도 변하는데 시대 추이에 따라 정치판도 내가 몸담은 교육판도 따라 변해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요즘은 솔직히 뉴스와 신문을 보기가 겁이 난다. 매일 첫꼭지에 나오는 화면이 뿔난 민심의 촛불이고, 그에 맞대응하는 정부의 강경진압 모습이기 때문이다. 이제 겨우 100일, 신혼의 단꿈에 젖어 있어야 할 새정부가 경제대국의 장밋빛 미래를 꿈꾸며 앞으로 나가도 시원찮을 판국에 시민은 촛불로, 정부는 물대포로 서로 물불싸움을 하고 있으니 참으로 통탄할 노릇이다. 왜 이 지경까지 이르렀을까? 이명박 당선자와 인수위 시절, 국민들이 웬 영어몰입교육이냐고 아무리 반박을 해도 왕이 까라면 까지 뭔 씨알이냐고 몰아붙인 기억이 나지 않는가? ‘국민을 잘 섬기겠다’는 인수위의 캐치프레이즈가 무색할만큼 자기네들의 의견이 옳기 때문에 무지렁이 국민의 말 따위는 듣지 않겠다는 듯 아주 고자세였던 지난날이 떠오르지 않은가? 당선되기 이전에는 거의 우호적이었던 댓글 수준이 영어공교육정책을 발표하고 난뒤부터는 거의 비판 수준으로 옮아갔었다. 당선자의 서민적인 얼굴이 호감형이라던 사람들이 설날 아침부터 왜 재수없게 나왔느냐, 영어로 인터뷰하지 왜 한글로 하느냐는 식의 독을 품은 댓글이 영어몰입교육 기사 아래 늘어 붙어 최다댓글 순위를 랭크했었다. 하지만 국민들은 자식들의 일이라 한수 접었고 홧증을 꾹꾹 눌렀다. 기러기 아빠가 되든 강남 엄마가 되든 피붙이를 위해서라면 맹목적인 희생을 마다하지 않는게 우리네 부모들이 아니던가? 그 후 연이어 국보1호 화재로 인한 숭례문복원국민성금 제안, 강부자 내각 시비, 공기업 민영화 개혁, 대운하 사업 추진 등등 민심을 읽지못한 메가톤급 정책이 속속 발표되었다. CEO를 대통령으로 뽑아놓으면 경제 하나 만큼은 나아질 것으로 믿었던 국민들은 실망했고 졸속협상에 의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기점으로 폭발하고 말았다. 뿔난 민심의 원인이 30개월 이상의 미국소 수입에만 있다고 보면 큰 오산이다. 그 동안 국민들을 졸로 본데 대한 불만이 차곡차곡 쌓였다가 이 건을 빌미로 폭발한 것일 뿐이다. 촛불문화제가 치적 중의 치적인 청계천광장에서 근 한달간 이어지는 모습을 보면 모르는가? 이제 국민들은 알만큼 다 안다. “내놓은 정책들이 보여주기 위한 쇼맨쉽인지,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 것인지를...” 대통령은 전제군주시절의 왕이 아님을, 독재시절의 군부가 아님을 명심하기 바란다. 소신도 좋고 원칙도 좋지만 자기가 하는 일이 무조건 옳다고 불도저처럼 밀어붙이는 그 독선적인 오만만은 버리기 바란다. 겸허하게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기 바란다. 강력한 행정가와 고집불통 독재자가 다른 점은 포용의 면이다. 우두머리로 대접받을려면 그릇의 크기가 커야 한다. 당나귀 귀처럼 귀가 커서 여러 소리를 들어야 하고 슬기로운 결정을 내려야 한다. 대다수의 국민이 '아니오'라고 한다면 분명히 문제가 있는 사안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겸허하게 고개 숙이고 성난 민심을 되돌리기 바란다. 명예나 지위 따위에는 별 관심도 없는 그저 이 나라 이 땅에 태어난 것이 행복하면 되는 평범한 시민의 마음을 달래주기 바란다. 그렇게 마음을 풀어준다면 이 땅의 국민들은 사상 최대 표차로 당선되게 해주었던 것처럼 전폭적인 지지를 하고 경제대국을 이루기 위해 발벗고 나설 것이다. 그리하여 20%대로 곤두박질친 지지율은 단숨에 80%로 올라설 것이다. 이 땅의 지도자들이여, 코딱지만한 동아리든, 소규모 학교든, 대규모 기업이든, 크고 작은 단체를 이끄는 우두머리들이여, 쓴소리의 말, 아니오라고 하는 말에도 귀 기울일 수 있는 큰 귀를 가지기 바란다. 독불장군식의 오만과 독선은 이렇게 아무런 욕심없이 사는 민심을 뿔나게 할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하기 바란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그런 바보 같은 짓거리는 다시는 하지 말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