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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1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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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니 마음을 누가 알 수 있을까?


“진아, 가지마~! 선생님은 너 좋아한단 말이야.”
“싫어요. 그냥 가고 싶어요.”
“왜 가려고 하는데? 이유라도 말해줘야지.”
“그냥요. 날 모르는 곳으로 가고 싶어요.”

진아(가명)와 진아 담임과 오고가는 대화 내용이다. 30분 전부터 진아는 담임한테 전학가고 싶다고 하고, 담임은 가지마라고 사정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다.

대부분 아이들이 전학을 가고 싶다고 하면 이사를 간다든가, 문제가 있다든가 하는 경우이다. 그런데 진아는 약간의 부적응을 겪고 있지만 특별한 문제가 있는 경우는 아니다. 다만 자신이 처한 상황이 무척 힘들어 자꾸 자신으로부터 도망치려고 하는 것 같았다.

“좋아. 그럼 너 전학가고 싶은 학교 있어?”
“…… .”
“없잖아. 선생님이 널 얼마나 좋아하는데… 그래도 갈 거야?”
“네, 갈 거예요.”

두 사람의 대화를 물끄러미 지켜보고 있던 윤 선생이 마음이 아프다며 밖으로 나가버린다. 진아의 마음을 헤아리기 때문이다.

사실 진아는 학급에서 홀로 지내는 편이다. 아이들과 함께 어울리며 웃고 떠들려고 하지 않는다. 수학여행 때도 진아는 친구들과 어울리기보단 담임인 장 선생 옆에 딱 붙어 다녔다. 이런 모습이 겉으로 보면 왕따를 당하는 모습처럼 비춰지기도 해 장 선생이 무척 신경을 쓰는 편이다.

그러나 진아는 스스로 친구들과의 대화를 멀리하고 있다. 학기 초 마음이 맞는 친구와 함께 어울리는가 싶더니 요즘은 그렇지 않다. 친근하게 이야기를 걸어주는 몇 몇 선생님과 담임에게 의지하며 생활하는데 이번에 전학을 가겠다며 고집을 피우는 것이다.

아이들의 행동과 사고 이면엔 항상 그 원인이 있기 마련이다. 진아도 그렇다. 진아에게 다섯이나 되는 동생들이 있다. 막내 동생이 이제 두 돌을 지났다. 막내가 타어난지 얼마 안 있어 아버지는 집을 나가버렸다. 아마 자신이 짊어질 책임을 짐 지고 싶지 않아선지 모른다.

남은 자식들은 어머니 책임이 되었고, 동생들을 돌보는 일은 진아와 바로 밑동생의 책임이 되었다. 마음이 강하지 못하고 내성적인 진아가 365일 동생들을 돌보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마음으로 지쳐갔다. 그러면서 스스로 마음의 문을 닫으려 했다. 자신의 삶이, 생활이 싫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면서 친구들과 어울리려고 하지도 않았다. 그렇다고 자신의 처지를 누구에게 말하려고 하지도 않았다. 속으로 자신을 곪게 하면서 자신의 마음을 닫아버리려 했다. 이런 진아에게 아이들도 다가가려 하지 않았다. 가끔씩 말을 걸기도 했지만 진아가 대응을 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닫아버렸다는 것은 역으로 누군가에게 자신의 마음을 열고 싶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답답한 자신을 누군가가 알아주기를 은근히 기대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진아는 그 대상을 또래 친구가 아닌 언니 같기도 하고 이모 같기도 한 담임 선생님에게서 찾았다. 진아의 형편을 잘 알고 있는 장 선생은 진아의 마음을 거의 받아주며 자주 이야길 나누곤 했다.

그런 진아와 쉬는 시간을 이용하여 이야기를 할 시간을 가졌다. 눈이 마주치자 슬밋 웃는다. 그런 아이에게 대뜸 물었다.

“진아 너, 힘드니까 담임선생님에게 투정부리는 거지?”
“몰라요.”
“내가 보기엔 너 전학가고 싶은 맘 별로 없어. 답답하고 힘드니까 벗어나고 싶어서 그런 거야. 안 그래?”

물음에 ‘몰라요’ 하면서도 아이는 헤헤 웃는다. 그런 진아에게 창문 틈에 그림을 그려가며 이러저런 이야길 해주었더니 깊이 생각하는 눈치다. 청소 시간에 담임과 서있는 진아에게 “진아야! 이제 마음 바뀠니?” 물으니 “아직 안 바꿨어요.” 하고 미소를 짓는다.

잔아의 마음을 아는 사람은 진아 밖에 없다. 친구들이나 교사가 진아를 이해한다고 하지만 그 내면의 아픔까지 받아들일 수는 없다. 결국 자신의 아픔과 상처를 이겨내고 치유할 수 있는 사람은 진아 자신뿐이다. 스스로 의지를 키우고 힘을 길러 자신을 세우는 길만이 앞으로의 힘든 상황을 해쳐나갈 수 있다. 진아에게도 그런 이야길 해주었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진아가 중간에 넘어져 일어서지 못할 때 일으켜 세우고, 그전에 넘어지지 않도록 지지대 역할을 조심스레 하는 일이다. 진아는 누군가가 자신의 손을 슬며시 잡아주며 한 번 웃어주면 큰 용기를 내는 아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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