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읽는 <부의 미래>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이고 재미있는 부분은, 63쪽에 등장하는 '선두와 느림보'라는 대목이다. 변화를 추구하며 발전하는 각각의 주체들을 고속도로에서 시속100마일로 달리는 자동차에 비유한 것이 매우 흥미롭다.
1등은 시속100마일- 기업과 사업체, 2등은 시속 90마일 - NGO 시민단체,3등은 시속 60마일 - 미국의 가족, 4등은 시속 30마일 - 노동조합,5등은 시속 25마일 - 정부관료조직, 규제기관,
6등은 시속10마일 -학교,
7등은 시속 5마일 -UN, IMF. WTO, 8등은 시속3마일 - 정치조직,9등은 시속 1마일 - 법, 법은 살아있으되 간신히 목숨만 부지하고 있다고 진단한 그의 표현이 매우인상적이었다.
속도가 느린 주체일수록 변화의 속도가 느리고 안일하다는 뜻이니 생각할수록 의미심장하다. 특히 학교 조직에 주는 점수에 관심이 컸다. 10마일로 기어가는 교육체계가 100마일로 달리는 기업에 취업하려는 학생들을 준비시킬 수 있겠냐고 일갈하는 대목에서는 한참 동안 머물러 있었다. 그보다 더 정확한 표현이 없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눈만 뜨면 정치 이야기와 법에 관한 화두가 판을 치는 이 나라의 정치가들이 꼭 읽었으면 하는 대목도 눈에 들어왔다. '가장 느리게 변화하는 곳이 정치 집단이며 느림보 중에서 가장 느리게 변화하는 것이 법'이니 가장 빠른 기업의 발목을 잡고 각종 규제로 진저리를 치게 하는 거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미래 쇼크>, <제3의 물결>, <권력 이동>에 이어 <부의 미래>를 내놓은 앨빈 토플러는 금세기 최고의 미래학의 석학으로 군림한다. 지난 2006년 가을, 책이 출간되자마자 사놓고 656쪽에 이르는 책의 부피에 눌려 일독을 하면서 속도가 붙지 않아 무척 힘들게 읽으면서도 따끔한 죽비소리로 정신이 번쩍 들게 한 책이다. 이제 다시 여름방학을 맞아 복습삼아 읽으니 미래학자의 목소리가 제대로 들리는 듯하다. 토플러는 제4물결을 위한 준비로 이 책을 내놓기 위해 12년 동안 준비했다고 한다.
무한경쟁의 시대에서 지식의 폭발을 넘어 혁명의 시대, 제4물결의 시대를 살아갈 우리 아이들의 선두에 서서 갈 길을 인도해 주어야 할 책무가 내 어깨에 있다며 시속 10마일로 달리고 있는 내 정신을 죽비로 후려치고 있었다. 그가 말하는 ‘부’의 의미는 보이는 부(돈)와 보이지 않는 부(지식,정보등)를 지칭한다.
적어도 선생인 나는 세상의 지식을 내 지혜의 원천으로 쓸 수 있는 안목을 갖는 일에 게을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미래의 바다에 우리 아이들을 싣고 다니는 선장이기 때문이다. 미래학자의 안경을 통해서, 미래에 희망을 바라며 책이라는 간접 체험으로 전 세계의 동향과 흐름을 큰 틀에서 보여주는 <부의 미래>는 곧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대양인 것이다.
이 책은 미래를 내다볼 망원경을 가지고 그 언덕에 올라서 정상에 서려고 노력해야 함을 깨닫게 해주었다. 단순히 교육 문제에만 집착하는 정도로는 우리 아이들이 미래의 바다에서 헤엄칠 수 있는 정보와 기술, 정신력을 길러 줄 수 없음을 절감하게 한 책이다. 이제 세상은 빠르게 통합되어 가고 있으며 지식의 수명도 현저하게 짧음을 보여주는 사례를 들어 학교 교육의 느린 걸음을 질타하고 있었다. 어떻게 하면 학교의 속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5부 지식에 대한 신뢰]의 장에서 '지식은 미래의 석유다. 석유는 쓸수록 줄어들지만, 지식은 더 많이 쓸수록 더 많이 창조된다. '라는 대목이 인상깊었다. 나의 미래의 석유는 얼마나 존재할까? 내가 알고 있는 지식도 어느 시점이 되면 무용지물이 되고 마는 급변하는 시대에 세상의 흐름을 예견하지는 못하더라도 따라갈 준비는 되었는지 되돌아보게 되었다. 더 나아가 우리 아이들에게 미래의 석유인 지식을 어떻게 산 지식으로 체화시킬 것인가를 이 여름방학 내내 고민할 화두를 던진 것이다.
이 책에서 불확실한 미래를 확실하게 사는 방법을 어렴풋이나마 붙잡을 수 있었다. 세계 도처에서 일어나고 있는 우울하고 부정적인 소식에도 불구하고 매우 긍정적인 진단으로 인류의 미래를 예견하고 지식노동자로 살아갈 신발 끈을 단단히 매고 준비하기를 종용하는 석학의 목소리에는 힘이 실려 있었다.
두 번 세 번 복습하듯 읽고 되새김이 필요한 책을 짧은 글로 올리니 저자에게 무척 죄송함을 느낀다. 그리고 나는 지금 <미래의 부>를 향하여 얼마의 속도로 달리고 있는지 속도측정기가 필요할 때마다 토플러의 목소리를 즐겨 찾기에 추가하고자 한다.
여름방학 첫날, 미래학자의 안경으로 전 세계를 조망해 본 설렘으로 독후감을 완성하며 첫 단추를 잘 끼운 것 같아 우리 아이들에게 내준 독후감 숙제를 검사할 때, 내 것도 함께 보여줄 생각을 하니 참 행복하다. 솔선수범만큼 강한 동기부여는 없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