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집 근처 논두렁과 수로에서 잡은 우렁이들로, 이미 저의 저녁 만찬을 위해 희생된 녀석들입니다. >
여유로운 토요일 오후. 오늘은 며칠 전부터 딸아이와 함께 우렁이를 잡기로 약속한 날이다. 하늘을 살펴보니 비구름으로 잔뜩 찌푸려있긴 하지만 그래도 비가 올 것 같지는 않다.
해서, 우렁이 사냥을 강행하기로 했다. 면장갑, 검정비닐봉지, 슬리퍼 하나면 준비 끝. 선캡을 눌러쓰고 논둑길을 걷다보니 벌써 이삭이 팬 벼들이 많았다. 세월은 어느새 가을로 치닫고 있었다.
드디어 지난주에 봐두었던 논두렁과 수로를 따라 내려가니 윤기가 반질반질한 우렁이들이 수로바닥에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흙탕물이 일지 않게 살그머리 입수하여 정신 없이 우렁이를 주워담았다. 미처 다 자라지 못한 새끼우렁이들은 올 가을을 위해 방생하고 크고 튼실한 놈들만 골랐더니 1.5리터 짜리 페트병으로 하나 가득.
<우렁이를 잡으러가다 만난 이른 벼이삭들. 어느새 고개를 숙이며 익어가는 벼이삭도 있더군요.>
집에 돌아와 껍질을 깨고 속살만 잘 발라서 된장찌개를 끓여보았다. 두부, 호박, 다시마, 청양고추, 양파, 고춧가루 등등. 어린 시절 어머니께서 끓여주시던 그 환상적인 우렁이된장찌개 맛을 생각하며 한 시간 여 동안 씨름을 한 끝에 드디어 토종우렁이 된장찌개 완성!
<리포터가 직접 끓인 된장찌개. 아직 완성본이 아니라 잔불에 30분 정도를 더 졸여야 제맛이 납니다.>
찌개가 식기를 기다려 맛을 보았다. 아~ 바로 이 맛이야. 어린 시절 강된장에 양파를 송송 썰어 넣고 아궁이 잔불에 끓여주시던 어머니표 된장찌개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그래도 연하고 부드러운 우렁이 살맛은 아직도 여전했다. 오늘은 모처럼 딸아이와 함께 어린 시절의 동심과 추억에 잠겨본 행복한 하루였다.
<우렁이를 잡으러 가다가 만난 율무밭. 요즘 보기드문 곡식이라 한 컷 찍었습니다.>
<율무밭 옆에 핀 다알리아입니다. 환상적인 포즈를 취하고 있네요.>
<보기드문 노란 백일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