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24 (일)

  • 맑음동두천 -1.9℃
  • 맑음강릉 4.2℃
  • 맑음서울 2.7℃
  • 맑음대전 1.3℃
  • 구름조금대구 4.0℃
  • 구름많음울산 6.0℃
  • 맑음광주 3.9℃
  • 구름많음부산 9.6℃
  • 구름조금고창 -0.6℃
  • 흐림제주 9.6℃
  • 맑음강화 0.5℃
  • 맑음보은 -1.3℃
  • 맑음금산 -0.3℃
  • 구름조금강진군 3.8℃
  • 구름많음경주시 5.2℃
  • 구름조금거제 7.1℃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포토뉴스


<탐스럽게 영글어가는 수세미>

아, 이제 진짜 가을이 오는가 봅니다.
농가의 비닐하우스에 새빨간 고추가 널리고 아파트 방충망으론 귀뚜라미와 매미가 달라붙습니다.
엊그제만 해도 몸집이 통통한 옥수수를 잔뜩이나 매달고 있던 옥수숫대는
이미 농부의 거친 손에 뽑혀져 길섶에 갈색으로 나뒹굽니다.



<옥수수를 수확하고 난 옥수숫대>

아, 이제 진짜 가을이 오는가 봅니다.
해가 떨어지면 벼이삭마다 영롱한 이슬이 맺히고
부지런한 자손을 둔 선산의 조상들은 깔끔하게 이발을 끝냈습니다.
가끔 이름모를 산새소리가 새벽 찬바람에 들려오는... 세월은 바야흐로 팔월의 하순으로 접어듭니다.



<비닐하우스마다 고추를 말리는 모습>



<벌써 밤송이가 주먹만큼 커졌다.>



산그늘 내린 밭 귀퉁이에서 할머니와 참깨를 턴다.
보아하니 할머니는 슬슬 막대기질을 하지만
어두워지기 전에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젊은 나는
한번을 내리치는 데도 힘을 더한다.
세상사에는 흔히 맛보기가 어려운 쾌감이
참깨를 털어 대는 일엔 희한하게 있는 것 같다.
한번을 내리쳐도 셀 수 없이
솨아솨아 쏟아지는 무수한 흰 알맹이들
도시에서 십 년을 가차이 살아본 나로선
기가 막히게 신나는 일인지라
휘파람을 불어가며 몇 다발이고 연이어 털어 댄다.
사람도 아무 곳에나 한 번만 기분 좋게 내리치면
참깨처럼 솨아솨아 쏟아지는 것들이
얼마든지 있을 거라고 생각하며 정신 없이 털다가
"아가, 모가지까지 털어져선 안 되느니라"
할머니의 가엾어하는 꾸중을 듣기도 했다.

                                                                      - 김준태, 참깨를 털면서 -



<벌써 벌초를 끝낸 묘소들>



<울밑의 맨드라미도 씨가 새까맣게 익었다.>



<고개를 숙여가는 벼이삭>



<길가에 핀 청초한 코스모스>



<수수도 이삭이 나왔다.>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