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는 20킬로미터의 속도로 30대는 30킬로미터의 속도로 40대는 40킬로미터의 속도로
세월가는 속도와 나이가 비례한다고 하더니 그 말이 딱 맞는 것 같다. 한달여 씩이나 되는 방학이 어찌 그리도 쉽게 가버리는지….
예전에는 방학이 황금알을 낳는 기간이라서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고 다른 것까지 할 수 있었는데 요즘은 어떻게 된게 이제 시작해봐야지 했는데 바로 개학이니 참으로 내가 늙기는 늙은 모양이다. 나이듦에 따라 빨라지는 시간의 속도를 눈치채지 못하다가 방학 중반에야 겨우 감지하고 이래서는 안되겠다며 마음 독하게 먹고 다시 나를 다잡았는데 웬걸…. 만리장성처럼 떡하니 가로막은 복병이 있었다.
2008 베이징 올림픽이었다. 처음에는 그깟 올림픽 정도야 했었다. 우리나라에서 열렸던 88올림픽도 아니고 2002월드컵도 아니고 뭬 그리 큰 영향이 있을까 신경 안쓰면 되지 하고 장담했던 건이었다. 또한 맥놓고 앉아 멍하니 바라봐야만 하는 TV시청은 그닥 좋아하지 않는터라 나의 옹골찬 계획에 크나큰 영향을 끼치지 않을 줄 알았다.
하지만 나는 8월 8일 개막식부터 24일 폐막식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올림픽을 시청했고, 더 나아가 사람들이 많이 모인 광장까지 직접 가서 응원하는 열성을 보이기도 했다. 내가 사는 지역의 소속 선수가 역도 경기를 할 때는 우리 가족까지 동참시켜 목이 터져라 장미란을 외쳐대었다. 화장도 하지 않은 부스스한 얼굴로 웨스턴돔 광장의 맨 앞자리에 앉아 신나게 주홍색 막대풍선을 두드려대는 내 모습을 누가 봤더라면…. 더군다나 취재차 나온 방송국 리포터를 도와준답시고 옆에 졸졸이 앉아있는 생판 모르는 아이들을 일렬로 줄세워주고 박수치라고 유도하고…. 그냥 신바람이 나니까 없던 변죽도 생기는 모양이었다.
이렇게 나는 꼬박 십칠일동안 야심찬 내 계획은 저만치에 던져두고 올림픽에 휘둘려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두 눈과 귀를 꼭꼭 막고 살아도 올림픽에 대한 승전보는 제일 먼저 인터넷상에서 그리고 지기들의 장황한 입을 통해 내 귀에 들려왔다.
참으로 신기하기도 한 것이 스포츠하고는 담쌓고 사는 문학 모임에 가도 온통 그 놈의 올림픽 얘기고, 마린보이 박태환이 어떠니, 한판승의 최민호가 저떠니, 누나들의 로망인 이용대가 어떠니 저떠니 하면서 얘기꽃을 피웠다. 숨쉬기 운동만 하는 나같은 부류의 문학인이 언제부터 그렇게 스포츠 선수에게 관심있었다고 그렇게 열을 내는 건지….
그런 면에서 보면 올림픽은 문협과 민작의 문학단체도, 진보와 보수의 논객들도, 여당과 야당의 정치인들도, 교총과 전교조의 교원단체도 모두 하나로 뭉치게 하는 힘이 있는 것 같다. 자기 주장만 옳다고 핏대를 올리던 사람들이 금메달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한마음이 되어 응원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런 우리의 텔레파시가 통한 모양인지 우리나라는 10위의 목표를 넘어서 종합 7위의 쾌거를 이루고 돌아왔다.
1위 중국, 2위 미국, 3위 러시아, 4위 영국, 5위 독일, 6위 호주, 7위 대한민국, 8위 일본, 9위 이탈리아, 10위 프랑스
나라 이름만 봐도 대단하지 않은가? 세계 역사 속에서 한가닥한 나라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는게 뿌듯하지 않은가? 그 무엇보다 기분좋은 것은 늘상 독도 문제를 걸고 넘어지는 밉상덩어리 일본이 우리 발밑에 있다는 것이다. 그것도 반쪽짜리 남한의 발밑에….
‘체력은 국력’이라는 정의가 맞아떨어진다면 이제 우리의 정치․경제․교육도 세계 7위의 반열에 오를 때가 되었다. 우리나라의 교육정책이나 교육수준 그리고 교원의 자리매김이 선진교육 대열에 낄려면 먼저 우리 교사들의 마음가짐부터 남달라야 하리라고 본다. 그 누구도 범접 못하게 전문가 소리를 듣도록 자기개발하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서로 반대편에 서서 니가 옳으니 내가 옳으니 상대방을 헐뜯는 교원단체들도 이제는 한목소리를 내고 선진교육이라는 목표를 향해 손을 맞잡고 가야한다. 타인의 입장에서 봤을때 한솥밥을 먹는 교사들끼리의 집안싸움은 교사를 우습게 보는 강력한 원인만 제공할 뿐이다. 서로 화합하여 우리 교사의 격은 우리가 높일 때가 되었다.
황금같은 방학의 후반기, 베이징올림픽으로 인해 내 야심찬 계획은 반타작밖에 못했지만 한 가지 얻은 것은 있다. 하면 된다는 올림픽 정신!!! 와신상담하면서 피땀흘려 연습한 선수들의 인고의 4년이 있었기에 베이징올림픽에서 세계 7위의 성과를 이뤘듯이, 교육계에 발을 담근 사람 모두 그런 마음가짐으로 교직에 임해야 할 것이다. 나부터 2008학년도 2학기를 교육올림픽이라 생각하며 나를 개발하고 아이들 가르치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