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학교는 오직 학생들의 것이었다. 그들만이 공부하고, 뛰어 놀고, 미래의 꿈을 키워가고, 바른 인격을 형성시키는 제한된 공간 이었다. 높은 담장은 지역 주민들의 소통을 억제하고, 방과후에는 커다란 철제 교문이 닫혀 무척이나 조용한 공간이었다. 간혹 자기학교 학생들의 놀이터가 되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쉬어가는 공간이 되고, 모교를 찾은 사람들의 아련한 추억을 되뇌게 하는 움직임 없는 공간이었다. 학교를 찾는 이들은 오직 학교에 대해 손님일 뿐이었다.
언제부터인가 불투명한 블록담장이 투시담장이 되더니 담장을 없애버린 학교도 많아졌다. 육중한 철제 교문은 항상 열려 있거나 아예 없애버리기도 하였다. 학교는 학교공원화 사업으로 녹색 쉼터 공간으로 조성 되었으며 갖가지 놀이시설 체육시설을 갖추었다. 이제는 누구나 들어가서 모든 시설을 마음껏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방하고 있다.
물리적인 시설뿐만이 아니다. 학교의 인적·물적 자원을 활용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지역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지역주민을 위한 평생교육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지역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취미활동 교실, 건강 증진을 위한 운동 교실, 예술적 소양을 길러 문화인으로써의 긍지를 갖게 하는 프로그램, 노령 층의 문자 해득을 위한 한글 교실 등을 개설하여 지역주민 모두의 학교가 되고 있다.
김제 원평초등학교는 2005년부터 계속해서 지역주민들에 대한 평생교육을 적극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150여 명의 지역주민들이 다양한 평생교육 프로그램에 1주에 2회 이상 참여하고 있다. 지금은 4년 동안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주역주민들이 가장 선호하는 ‘건강수영반’, ‘우리글교육반’, ‘컴퓨터반’, ‘어머니배구반’, ‘사물놀이반’ 등 5개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우리글교육반에 4년 동안 다니고 있는 백발이 허연 김○○ 할머니(75세)는 처음엔 막막했지만 꾸준히 다닌 결과 제법 읽을 줄 안다고 하신다. 간판을 읽고, 손자들의 이름을 쓸 줄 알며, 시내버스 행선지를 읽게 되었다고 무척 좋아하신다. 가장 어려운 점은 자꾸 잊어버린다는 것이다.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듯이 계속하여 학교에 오니까 그래도 많이 알게 됐다고 하신다. 아직도 받아쓰기는 못한다며 계면쩍게 웃으신다. 배움의 기회를 놓쳐 평생을 답답하게 사셨던 20여 명의 할머니들은 30도가 넘는 폭염 더위 속에서도 향학열을 불태우고 있다. 무엇보다 학교에서 학생처럼 배운다는 사실만으로도 기쁘다고 하신다.
가장 인기가 있는 프로그램은 건강수영반이다. 90여 명의 할머니들이 대부분이다. 처음부터 4년 동안 계속 활동하고 있는 백○○ 할머니(73세)는 엄청나게 불렀던 배가 쑥 들어갔다고 자랑하신다. 무릎 관절염이 나았다고, 다리에 힘이 생겼다고, 밥맛이 좋아졌고, 건강해졌다고, 위장병이 나았다고 자랑이 대단하다. 정읍 김제 등 원근 거리 관계없이 많이 찾아오신다. 관절에 무리가 가지 않는 가장 좋은 운동은 오직 수영뿐이라는 소문이 할머니들에게 건강해질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했기 때문이다.
4년 동안 꾸준히 사물놀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이○○(43세) 자모는 장구를 칠 때는 모든 잡념과 근심걱정이 사라진다고 하신다. 15 명의 사물놀이반 수강생들은 어디든지 시범 연주회를 다닐 수 있다고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다. 15명의 어머니배구반은 비오듯 땀을 흘리며 배구 기능 익히기에 여념이 없다. 이제 학교는 학생들만의 학교가 아니다. 지역주민들 모두의 학교가 되었다. 학교의 교육인프라를 누구나가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학교는 특히 농어촌의 소규모 학교들은 무척 조용한 공간으로 남아있다. 학생들만의 학교일뿐이다. 지역주민들의 교육적 문화적 중심 센터가 되지 못하고 있다. 학교는 학생들의 교육활동에 필요한 재원조차 빠듯하기 때문에 지역주민 대상 평생교육은 감히 생각조차 할 수 없는 형편이다.
지방자치단체는 지역주민들을 잘 살게 하고, 다양한 문화를 체험하게 하고, 건강한 생활로 행복지수를 높여야할 책무가 있다. 눈에 보이는 각종 편의시설 확충도 필요하지만 보이지 않는 삶의 질을 높여 주는 평생교육의 활성화도 중요하다. 학교의 교육인프라와 지자체의 효율적인 지원으로 모든 학교가 ‘지역과 함께 하는 학교’가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