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의 끝자락에 있는 외로운 섬, 독도. 평상시엔 잊혀진 섬이다가도 일본의 독도 영유권 발언이 튀어나오면 대한민국의 모든 이들에게 각인되는 섬, 독도.
사진으로, 영상물로 독도의 아름다움을 이따금 볼 때면 한 번 가고 싶은 생각이 드는 섬, 독도. 그 독도를 예쁘고 작은 동화로 만났다. <독도 괭이 갈매기의 꿈>(글․사진 신응섭 / 여우별)이란 작은 소품 같은 책을 통해서다.
독도는 울릉도에서 남동쪽으로 87.4㎞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는 섬으로 89개의 바위섬으로 이루어진 조그만 화산섬이다. 독도는 동도와 서도로 이루어졌는데 옛날엔 삼봉도, 가지도, 우산도라고 불려지기도 했던 돌섬이다.
그런데 그 독도를 일본은 강제로 1905년 을사늑약을 맺은 이후 '다케시마'라 칭하며 자기네 땅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틈만 나면 독도를 침탈하기 위한 발언을 해왔다. 우리가 독도에 대해 알고 있는 건 이 정도가 아닌가 싶다.
그러나 이건 피상적인 지식일 뿐이다. 독도는 역사적으로 외로움 섬이기도 하지만 아픔의 섬이기도 하다. 안정복을 위시한 수많은 선조들이 독도를 지키기 위해 피와 눈물을 흘렸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 아픔의 독도를 아름다운 사진과 괭이갈매기의 가족을 통해 만난다는 것은 새로운 기쁨이었다. 첫 장을 펼치면 잔잔히 흐르는 푸른 물결 속에 독도가 서 있다. 숲이라곤 전혀 보이지 않은 돌섬엔 봄이 되면서 파란 풀들이 생명의 섬으로 꿈틀거린다. 그리고 수천마리의 괭이갈매기들이 섬을 찾아 날아온다.
조용하던 독도는 괭이갈매기의 왁자지껄한 생명의 소리로 가득해진다. 수컷들은 암컷들에게 사랑의 구애를 하고 사랑이 이루어지면 알을 낳고 새끼를 기르며 단란한 가정을 이룬다. 그런데 이 책은 그런 괭이갈매기들의 단순한 모습을 그리고 있는 것이 아니다. 독도가 화자가 되어 한 괭이갈매기 가족의 사랑과 아픔, 그리고 아픔을 극복하는 모습을 생생한 사진과 함께 그려내고 있다.
글의 내용은 이렇다. 사랑에 빠진 암수 갈매기에게 사랑의 결실로 새끼가 두 마리가 태어난다. 엄마 아빠 갈매기는 자식들에게 삶의 방식을 가르쳐주며 단란하고 행복한 가정을 이룬다.
그러던 어느 날 아주 끔직한 사건이 일어난다. 커가는 자식들을 위해 먹이를 구하러 간 사이 호기심 많은 첫째 괭이갈매기 새끼가 낭떠러지에 떨어져 처참하게 죽은 것이다. 이 모습을 목격한 둘째 갈매기는 충격을 받고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집안에만 갇혀 사는 겁쟁이 괭이갈매기가 되고 만다. 과거의 아픈 기억 때문이다. 그런 둘째에게 독도는 겨울이 오기 전에 자신만의 세계를 찾아가라고 말한다.
"나는 이곳에서 너 같은 경험을 하는 괭이갈매기를 많이 보았단다. 하지만 모두 훨훨 털어 버리고 새로운 세계를 찾아 갔단다. 이제 너도 너의 두 팔로 힘껏 날개짓을 해봐. 그래서 너만이 꿈꾸는 세상으로 날아가렴. 너에게 나의 이름을 나눠줄게."
독도의 말에 용기를 얻은 '독도 괭이갈매기'는 파란 세상을 향해 날기 시작한다. 꿈을 꾸는 느낌으로 자신만의 세상을 향해 날개짓을 한 것이다.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뜻하지 않은 사건을 만나기도 한다. 그리고 큰 아픔을 겪는다. 그 아픔 때문에 자신감을 잃어버리고 절망하고 좌절도 한다. 그러다 그 절망과 좌절감을 극복하지 못할 땐 죽음이라는 그림자를 동반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 상처로 인한 두려움의 공포와 절망을 이겨낼 땐 둘째 괭이갈매기처럼 자신만의 세계를 향하여 파란 세상을 날 수가 있다.
이 책의 특징은 사진만으로도 글의 전개 내용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글을 몰라도 사진을 보면 괭이갈매기의 사랑과 새끼의 죽음, 그리고 두려움과 공포에 짓눌려 비행하지 못한 둘째 괭이갈매기가 어느 날 용기를 내어 푸른 바다 위를 힘차게 나는 내용을 알 수 있다.
그런 괭이갈매기를 보면서 생활에, 공부에 지치고 힘들어하는 사람이나 학생들에게 삶의 용기를 이야기해 줄 수 있다. 어린 아이들에겐 아름다운 독도의 모습을 보여주고 그곳의 역사를 말해 줄 수도 있다. 굳이 역사라는 걸 말하지 않더라도 아름다운 사진만으로, 괭이갈매기의 힘찬 날개짓만으로 아이들은 독도의 마음에 젖어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