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을, 만산홍엽이 붉은 망토를 쓰고 춤추는 계절이 돌아왔다. 세상과 한 발자국 물러선 교정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가을이 보내는 절절한 마음이 교정의 단풍나무를 진홍빛으로 물들이고 아이들의 얼굴까지 붉게 물들였다. 아이들 얼굴마다 꽃보다 고운 물이 들었으니 어찌 아니 가을이겠는가.
새색시의 볼처럼 새빨간 단풍잎이 근사하다. 스산한 가을바람이 불 때마다 가늘게 흔들리는 단풍잎을 바라보노라면 일상의 번잡함도 잠시 잊게 된다.
벌써 교정에는 낙엽비가 뚝뚝 떨어지고 있다. 세월이란 놈은 낙엽을 물들이고, 나무를 물들이고, 잔디를 물들이고, 보는 이의 마음까지 물들이는 전염성이 아주 강한 고약한 놈이다.
번잡한 단풍길이, 인산인해를 이루는 도로가 걱정이 되어 단풍여행을 망설인다면 한가한 오후 교정을 거닐어보는 것도 꽤 운치가 있을 것이다. 교정의 아무 곳에나 앉아 조용히 눈을 감고 덜컹거리는 레일소리,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황금빛 가을 풍경을 상상하면서 말이다.
익숙한 교정이지만 가을색이 가득 들어선 요즘 교정은 왠지 생소한 느낌이 들어 좋다. 독자님들 우리 학교로 단풍구경 한번 오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