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만나는 선생님 마다 이구동성으로 아이들 지도하기가 너무나 어렵다고 한다. 한 해 한 해 해가 지날수록 눈에 보이는 듯 아이들의 생활태도가 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선생님의 지도를 제대로 따르지도 않고 멋대로 언행을 하며 선생님을 의식하지 않고 행동을 하여 생활이 난장판으로 되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아이들의 생활은 자기 주관적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자기에게 조금이라도 불리하면 불평불만을 털어놓고 심지어는 선생님한테 왜 나만 미워하느냐며 대놓고 따지는 아이들이 무척 많아졌다.
이제 6학년 담임을 서로 하지 않으려고 한다. 힘들기 때문이란다. 필자가 젊었을 때는 6학년 담임을 하고 싶어도 하지를 못했다. 서로 6학년 담임을 경쟁적으로 신청을 하여 우리 차례까지 오지 않았다. 필자는 젊을 때 6학년 담임을 많이 하고 싶었지만 할 수가 없었다. 그 때에는 아이들이 초등학교를 졸업을 하고 난 먼 훗날 스승으로 오래도록 기억해 주기를 바라고, 또 제자로 오래도록 사제의 정을 쌓기 위해 서로 원했던 것이다. 그런데 작금의 상황은 어떠한가 서로가 6학년 담임을 회피하는 상황에 와 있다. 오죽하면 6학년 담임한테는 승진관련 부가 점수까지 혜택을 주자는 규정까지 제정하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상황에 와 있는 실정이다.
대체적으로 6학년 담임들은 신규교사가 맡는 경우가 많다. 우리 젊었을 때는 어림없는 이야기다. 신규교사가 6학년 담임은 꿈도 꾸지 못한다. 적어도 오랜 경험이 지난 후에 6학년 담임과 1학년 담임을 맡을 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시골은 상황이 조금 다르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 당시에 6학년 담임은 자부심이 대단하였고, 6학년 학생들도 후배들에게 모범이 되는 생활로 아름다운 교풍을 이어가기를 행동실천으로 보여 주었던 생활이었다. 6학년 언니와 1학년 아우들이 자매결연을 맺기도 하고 같은 학교에 다니는 후배들은 늘 동생처럼 잘 타이르고 우애 있게 지냈던 것이다. 항상 선생님들은 6학년은 최고의 언니로서 동생들의 본보기가 되어야 한다며 애교․애향활동을 위해 노력해 줄 것을 당부하고 그렇게 생활을 해 왔다.
그러나 이제는 옛날의 이야기가 되어 버렸다. 오히려 고학년이 될수록 더 장난이 심하고 학교생활규정을 지키지 않을 뿐만 아니라 폭언이나 폭행으로 눈뜨고 보지 못할 정도로 생활이 엉망이 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옛날에는 선생님들이 언제 어디에서나 우리 학급이나 타 학급 가릴 것 없이 잘못된 행동을 하면 타이르고 주의를 주어서 다함께 생활지도를 하였던 것이다. 근래에는 자기 학급의 아이들도 감당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 와 있다. 아이들이 쉬는 시간에 장난을 심하게 쳐도 복도에서 뛰어 다녀도 자기 학급의 아이들이 아니면 선생님들은 별로 관심을 두지 않는다.
어릴 때의 바른 생활태도가 가장 중요한 때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다른 반 아이들 생활지도를 잘못하였다가는 엄청난 어려움을 겪는 것을 언론을 통해서 뿐만 아니라 실제로 가까이서 흔히 보아 왔기에 그냥 모른 체 하고 마는 것이다. 교육은 학력과 인성의 두 수레바퀴와 같다.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친 교육은 결국 흔들리게 되어 안전하게 목표지점까지 도착할 수가 없는 것이다. 학력 신장도 실은 생활지도와 기본 학습훈련이 이루어지고 난 다음이라야 성과를 올릴 수 있다는 점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 아닌가.
얼마 전에 우연히 모임에서 40대 중반의 옛 동료를 만나게 되었다. 그는 매사에 의욕적인 교육열정으로 열심히 노력을 하던 선생님이었다. 그런데 그 열정적인 선생님이 의기소침하여 술을 한 잔 권해도 손사래를 흔들며 술을 한 잔도 못한다고 한다. 아이들 생활지도로 스트레스를 너무나 받아서 스트레스성 위장병이란다. 열린교육 교육부지정연구학교 연구부장으로 장학자료 발간위원, 신규교사 수업지도 장학요원 등 전문직으로 장래가 촉망이 되는 유능한 선생님이었기에 필자가 아끼는 후배 중에 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모든 것을 접었다고 한다. 열심히 잘 해보려는 의욕도 교육열정도 접었단다. 너무 훌륭한 교육자적인 재능이 아까워 사연을 알아 본 결과 학급에 문제 학생이 있는데 날이면 날마다 신경이 쓰여서 생활을 할 수가 없다고 한다. 예를 들어 해야 할 일을 하고 가라고 하면 들은체 만체 하고는 집으로 간다는 것이다. 타일러 보지만 오히려 기를 쓰고 달려드는 데는 어쩔 수가 없다고 한다. 학부모도 사회에 대한 피해의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 시도 때도 없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집으로 전화를 하여 험담과 욕설로 공갈협박을 하여 하루도 편하게 쉴 수 없게 되자 승진도 아이들에 대한 교육열정도 모두 덮어버리고 말았다고 한다. 모든 교육적인 활동을 포기한 체 일상생활을 마음편케 살겠다고 하는 그의 모습에서 퇴직을 앞둔 쓸쓸한 교포교사(교감승진 포기한 교사)의 그림자를 볼 수 있었다.
문제는 이러한 학급이 한 두 학급이 아니라는데 있다. 교사다면평가도 좋고, 승과급제도, 교원능력개발 평가 등 교육경쟁력도 좋지만 교육현장에서의 어려움을 얼마나 알기나 하고 무한경쟁으로 몰고 가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 교육 여건은 OECD 국가 중에 가장 열악한 환경이라는 것을 굳이 이 지면에 피력을 하지 않아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정부가 지난 9월 1일, 영구세로서 교육재정의 큰 축을 차지하고 있던 교육세를 세정의 효율성을 위해 폐지하겠다고 방침을 밝히고, 10월 21일 국회에 교육세법 폐지 법안을 제출하여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는 공무원 정원동결을 앞세워 교원 정원을 동결하고 더군다나 교육세를 폐지한다고 한다. 2005년 정부, 교원단체, 학부모단체가 학교교육력을 높이기 위해 교원평가제 도입 논의와 함께 교육여건개선사업을 병행 추진하기로 약속한 만큼, 수업시수의 법제화, OECD 수준의 학급당 학생 수 및 교원잡무의 획기적 감축에 대하여 정부는 어떻게 대처 할 것이며, 당정협의에서 도출된 수석교사제 및 교원연구년제의 도입을 위한 법제화 등에 대해 정부차원의 구체적인 실천프로그램을 실행하려면 교육재정은 엄청나게 필요로 하고 있는 실정이 아닌가.
세상에는 되는 것과 안 되는 것이 있다. 옛날에는 한 학급에 50~60명이 되어도 학생교육이 되었다. 그 때는 학생이나 학부모가 선생님을 존경하고 잘 따라 주었기 때문이다. 현재 보다도 열악한 환경이었지만 지금처럼 아이들 가르치기 어렵다고 이구동성으로 부르짖지 않았다. 그래도 교권이 확립되고 학생이나 학부모가 선생님을 존경하였기 때문에 되는 일이었다. 그러나 교육현안으로 대두되고 있는 교원동결과 교육세폐지는 학교현장의 열악한 환경을 모른 체 경제가 어렵다고 하여 교육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가시적인 효과를 국민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정부가 국민들의 여론에 호도하여 가시적인 효과에 편성하였다가는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막지 못한다’는 속담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교원동결과 교육세폐지는 해서는 안 되는 것이라는 점을 알만한 사람은 모두가 알고 있는데, 어찌 담당부처만 모르고 있다는 말인가. 세상에는 되는 것과 안 되는 것이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