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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학교자율화시대 공교육 회생을 위한 처방전

-이제 시스템을 바꿔야 할 때, 학교교육의 주치의는 학교장

교사로서 15년, 도교육청과 지역교육청에서 장학사, 교육연구사로 7년을 보내고 현재는 시골 초등학교 교감으로서 두 분의 교장선생님을 차례로 보좌하면서 3년째 일종의 ‘교장수업’을 받고 있는 중이다. 학교현장에서 그동안 여러 상황과 변수들을 겪으면서 ‘내가 교장이 되었을 때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 자문해보지만 현재의 우리 교육 시스템으로는 별 수가 없겠다’라는 생각뿐이다. 성격상 나서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이제는 지난 25년 동안 학교와 지역교육청 그리고 도교육청에서 근무하면서 느꼈던 점과 현장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한마디 해야 할 때이다. 우리 공교육의 상황이 심각하기 때문에..

지난 4월 15일, 교육과학기술부에서 ‘학교자율화 조치’를 발표했고, 한걸음 더 나아가 4·15 학교자율화 조치의 후속으로 일선 교육현장에 남아있는 초·중·고교 관련 지침을 올 해 안에 모두 폐지하기로 방침을 정했다고 밝혔다. 앞으로 학교자율화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새 정부의 정책기조인 자율과 분권을 바탕으로 시·도교육청과 단위학교에 대폭 권한을 이양하고 자율권을 확대함으로써 지방교육자치의 내실을 기하고, 학교의 책임경영체제도 구축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지난 시절 바뀌는 정권마다 피로증후군을 느낄만큼 개혁드라이브를 걸었지만 크게 성공한 적이 없었다. 위로부터의 개혁이 먹히지 않는 시대가 된 것이다. 교과부로부터 일선 학교까지 상명하달식의 위계적 구조는 민주화 다양화 시대에 더 이상 맞지 않다. 차라리 아래로 또 아래로 권한을 이양하고 자율권을 부여해서 동기를 유발하면서 자생적 개혁노력을 기대하는 것이 성공가능성이 높다. 그런 의미에서 방향은 제대로 잡았다고 본다. 이와 같은 교과부의 의도가 성공하기 위해서 가장 우선해야 할 처방은 자율화시대에 걸맞게 학교를 학교장 중심으로 돌려놓는 일이다. 그 다음 제2, 제3의 처방이 나와야 한다.

지상에서 학교라는 제도가 사라지기 않는 한 누군가는 학교경영의 책임을 맡아야 한다. 전교조출신의 교장이든 교총출신의 교장이든, 일반교장이든 공모제 교장이든 배경단체와 임용루트를 따질 것 없이 학교의 중심은 학교장이며, 밉든 곱든 학교 문제해결의 주치의는 학교장일 수밖에 없으며, 경영의 성과에 대한 책임을 물을 곳도 학교장뿐이다.

교과부에서부터 단위학교 운영위원회까지 학교교육에 관여하는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또한 교육감, 교육위의장, 교육장, 교육국장, 학무과장, 수많은 장학사 교육연구사 그리고 학운위원장 등이 있지만 관여하는 사람이 많아서 권한만 분산될 뿐 학교경영의 성과에 대해 직접적으로 책임질 사람은 없다. 누가 직접적으로 학교 경영성과에 대해 책임을 지는가? 누구에게 학교 경영성과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하는가? 학교장뿐이다. 학교장을 무력화 시켜놓고 학교가 성과를 올리길 기대할 수 없으며, 공교육 회생 또한 기대할 수 없다.

일부에서는 현재 학교장들의 도덕성과 전문성, 역량과 소신 등을 문제 삼기도 하지만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근다’는 말로 들릴 뿐이다. 일단 방향이 옳다면 학교장들의 도덕성과 전문성, 역량과 소신까지 키워가면서 우리 공교육을 학교장 중심으로 시스템을 바꿔야 할 때다. 더 늦기 전에.

학교장의 자격기준과 직전연수과정 강화, 모든 학교장에게 자율과 권한 부여, 전문직다운 전문직으로서 ‘교육지원관’제도 신설, 지역교육청을 교수·학습지원센터로 바꾸고 인력 재배치, 학교장의 인사 및 보수와 직결되는 학교경영평가, 교원과 일반직으로 이원화된 학교조직 학교장 중심으로 통합, 교원평가와 더불어 교육지원인력에 대한 평가도 함께 실시, 학교행정실을 교육지원실로 바꿔야 하는 문제 등 학교현장을 학교장 중심, 학교장 책임경영체제로 전환하는데 꼭 필요한 여덟 가지를 학교자율화시대의 공교육회생을 위한 첫 번째 처방전으로 긴급 제안한다. 

학교장의 자격기준과 직전연수과정 더욱 강화
학교경영이 실패하면 이미 그 폐해는 학생과 학부모에게 고스란히 떠넘겨져 있고, 이를 복구할 방법도 기회도 없다. 그러므로 학교장은 실패를 통해서 배울 수도 없고 배워서도 안 된다. 준비된 학교장만이 학교를 맡을 수 있도록 학교장의 자격기준과 직전연수과정을 더욱 철저하게 강화해야 한다. 물론 학교장의 자격연수과정 연수시간이 작년에 비해 두 배로 늘고, 없던 해외연수 프로그램까지 생기긴 했지만 학교장의 막중한 책무성에 비하면 아직도 미흡하다고 본다. 학교장들의 도덕성과 전문성, 역량과 소신에 대해 일부의 우려를 깔끔하게 불식시킬 수 있을 만큼 확실하게 강화되어야 한다. 학교장은 아무나 맡는 자리가 아니다. 그러므로 준비된 학교장만이 학교를 경영할 수 있게 하고, 그 후 철저하게 경영책임을 묻는 구조로 바꾸어야 한다.(이 부분에 대한 논의는 매우 복잡하고 방대하므로 여기에서는 그 필요성만 얘기하고 구체적인 논의는 다음 기회로 미룬다.)

모든 학교장에게 최소한 ‘개방형 자율학교’ 수준의 권한과 자율 부여
철저하게 학교경영의 성과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학교장에게 그에 합당한 권한이 주어져야 하는데 지금의 현실을 보면 학교의 경영권을 교과부, 시도교육청, 지역교육청, 학교운영위원회, 학교장 이 5자가 나누어서 갖고 있는 형국이다. 학교장들은 푸념한다. ‘책임과 의무만 있지 권한은 없다’고. ‘고양이 이빨과 발톱 빼고 쥐 잡아라’고 시키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이제 고양이에게 발톱과 이빨을 돌려줘야 한다.

고양이의 이빨과 발톱의 핵심은 소속 교직원에 대한 인사권과 예산편성 및 운영권, 교육과정 편성 및 운영권 등 세 가지로 집약된다. 검찰, 경찰, 세무서, 시장, 군수, 면장에 이르기까지 어느 기관을 보더라도 소속 직원에 대한 실질적인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어야 조직을 장악하고 지도력을 발휘할 수 있음은 분명하다. 그렇지만 학교장의 인사권은 영 아니다. 학교에 근무하는 일반직은 교육청에서 보내주는대로 받아야 하고, 갈 때는 발령 났다고 또는 날 것 같다고 본인이 얘기해서야 아는 게 대부분이다.

교사 인사도 별로 다르지 않다. 성과에 대한 특별한 급여를 부여할 방법도 동기를 유발할 방법도 없다. 근무평정이나 성과급이 있지 않느냐 하겠지만 그건 학교현장을 몰라도 한참 모르는 얘기다. 예산과 교육과정 운영 역시 마찬가지다. 예산회계지침으로도 모자라 각종 장학치침으로 도서구입에 몇 %, 실험실습에 몇 %, 학습준비물에 몇 % 이상 확보 식으로 규정하고 나면 학교의 우선순위나 형편에 따라 학교장이 집행할 예산은 거의 없다. 교육과정 역시다. 도교육청의 중점시책과 특색사업 있고 지역교육청은 그 나름 또 역점시책과 특색사업이 있다. 장학지도와 감사, 각종 지침을 통한 다양한 규제와 간섭이 학교의 자율성과 교육과정 운영의 다양성을 침해하고 있다.

교과부에서는 지난 4월 15일 ‘학교자율화추진계획’을 발표하면서 학교규제지침 29개를 즉시 철폐한다고 발표하였고 아울러 11월 12에는 327건을 연말까지 추가해서 일괄 폐지한다고 밝혔다. 규제를 완화하고 학교의 자율성을 신장시킨다는 방향은 맞는데 왠지 일선 학교의 반응은 시큰둥하기만 하고, 지금까지 별다른 변화의 조짐도 없다. 왜일까? 고양이의 발톱과 이빨에 관한 내용은 없고, 있으나마나 한 실속 없는 겉껍데기만 학교 자율로 주었기 때문이다.

얼마 전 서남표 KAIST 총장이 ‘한국교육, 시스템을 완전히 바꿔야-현 구조는 실패할 수 밖에 없다’라는 일종의 ‘공교육 필패론’을 얘기했다. 충분히 공감이 가는 얘기이다. 이 정부에서 내걸고 있는 ‘자율과 경쟁’ 할 테면 제대로 해야 한다. 학교장에게 일반 사기업체의 오너와 같은 정도의 자율성과 권한을 주고, 학교경영 성과에 대한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가 이루어진 다음 그 결과가 학교장의 인사와 보수에 연계된다면 지금의 예산과 인력만으로도 적어도 두 배 이상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난 확신한다.

사기업체의 오너와 같은 정도는 아닐지라도 모든 학교장들에게 최소한 ‘개방형 자율학교’ 수준만큼이라도 자율성과 권한을 주어야 한다. 교육과정 운영과 소속교원 인사 등 학교경영에 비교적 자율성을 갖는 농촌에 소재한 폐교 직전의 자율학교가 높은 입학경쟁률을 보이며 기사회생 하는 현실을 보면서 학교장에게 주어지는 자율성과 권한의 효과를 실감하게 된다. ‘개방형 자율학교’의 무자격 교장도 이러한 성과를 내는데, 자격있는 준비된 교장은 더 말할 것도 없다. 돈이 더 드는 일도 아니다. 망설이거나 미룰 특별한 이유도 없다.

전문직다운 전문직으로서 ‘교육지원관’ 제도 신설
아주 오래 전부터 전문직 연수나 분임토의 때마다 약방의 감초 격으로 나오는 얘기들. 역할과 위상으로 보았을 때 전문직이 전문직이 아니다는 얘기.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교과부나 도교육청에서 오는 공문 이첩하고 그 것에 근거해서 학교로부터 보고받고 통계처리해서 거꾸로 상급기관에 다시 보고하고, 복잡한 민원에 대처하고 회신하고, 국정감사와 도의회 그리고 교육위원회의 자료요구에 시달리며, 학교구성원들이 별로 달가워하지 않는 학교방문은 일년에 한 두 차례에 그치고, 입문기 때의 열정과 초심은 어느덧 사라지고 어느새 장학행정서기가 되어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비애. 대부분의 전문직들이 한번쯤 느끼게 되는 비애가 아닐까? 그러면서 하나 둘 자포자기하고 적당히 현실에 안주하다가 상위자격 받아서 학교로의 탈출을 꿈꾸는 그것이 전문직의 모습이라면 본인을 위해서도, 대한민국 교육을 위해서도 불행이 아닐 수 없다.

뭔가 바뀌어야 한다. 지금 전문직이 하는 업무수행 양상은 힘은 들지만 크게 보람을 느끼지 못하는 잡다한 일만 많다. 전문직 본인도, 교사도, 학생도, 학부모도 누가 보아도 만족스럽지 못하다. 물론 학교에 폭넓게 권한이 이양되고 학교가 충분히 자율화되어서 전문직이 좀 여유롭게 되면 다소 사정이 나아질 수도 있겠지만 시스템이 바뀌지 않는 한 크게 달라질 것 같지는 않다.

한 때 나는 이런 전문직을 꿈 꿨던 적이 있다. 일단 이름부터 ‘교육지원관’ 정도로 바꾼다. 직급과 대우는 요즘의 교육장급 정도가 좋겠다. 그러므로 그 수는 많이 둘 수 없고 많이 둘 필요도 없다. 1개 군에 1명 정도, 시 지역은 규모에 따라 2-3명 정도면 적절할 것 같다. 교육지원관은 장학행정서기와 같은 일은 일체 하지 않는다. 꼭 필요하다면 그런 일은 교육행정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교사 정원을 늘려서 교육지원관에 소속된 파견교사가 2~3년 정도씩 순환근무 하면서 처리하도록 한다.

교육지원관은 교육감 직속으로 오로지 학교경영에 대해 컨설팅하고 교사를 지도하고 학습부진아 구제를 돕는 일과 교장, 교감, 교사에 대한 권한있는 평가를 하고 이를 학교책임경영제 구축을 위해 인사권자인 교육감에게 보고하는 일만 한다. 그는 젊어서부터 교육적 열정과 소신이 투철해서 일찍이 교사와 교감과 교장을 거쳤지만 아직도 정년이 4년 정도는 남아 있으며, 학교를 방문해보면 무엇이 문제인지 단번에 알아낼 수 있는 통찰력을 지녔으며 아울러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절한 도움을 주고 인적 네트워크를 연결시켜 줄 수 있는 능력과 적절한 행·재정적 지원을 해줄 수 있는 권한을 지녔다. 이 자리는 교직의 최고봉이며 교원 누구나 가장 명예롭고 자랑스러운 자리라고 생각하며 아울러 사회 일반인들도 그 점에 동의한다. 이러한 수준의 전문직이 운영되기 위해서는 적절한 수준의 기구와 조직의 개편과 인적자원의 재배치도 필요하리라고 생각하며, 다음에서 논의하게 될 지역교육청을 대체한 교수·학습지원센터를 교육지원관 지휘 하에 두는 것이 바람직 할 것으로 판단된다.

지역교육청을 교수·학습지원센터로 바꾸고 인력 재배치 필요
‘교육부로부터 일선 학교까지 상명하달식의 위계적 구조는 민주와 다양화 시대에 더 이상 맞지 않다. 단위학교의 자율성을 대폭 확대하고 학교장의 권한을 확대하는 방향으로의 교육부와 교육청의 구조조정이 절실하다’는 교원대 정기오 교수의 글(새교육, 2007년 11월호)에 공감하면서 정교수의 논의를 확장하여 초·중학교도 고등학교처럼 도교육청 직속으로 하고 지역교육청은 교수·학습지원센터로 구조를 조정하고 남는 인력은 학교장중심제 및 학교장책임경영체제 구축을 위해 일선 학교의 학교장 소속의 교육지원인력으로 재배치하자고 주장하는 바다.

요즘과 같이 교통과 통신이 발달한 세상에 시도교육청 따로 지역교육청 따로 존재해야 할 의미가 있는지 의문이다. 지역교육청 정도는 이제 그 역할을 바꾸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6~70년대 대중교육시대에는 지역교육청이 그 나름의 긍정적인 역할이 있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전국의 182개 지역교육청 중 2008년말 현재, 관할 초중학생이 5천명도 안되고 관할 초중학교 역시 40개교에도 못 미치는 지역교육청이 수두룩한 걸로 알고 있다. 지역교육청을 교수·학습지원센터로 바꾸면 행정공백을 우려하는 이들도 있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현재 지역교육청에서 하는 일이 도교육청에서 하는 일과 별반 다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지역교육청이 없다고 해서 학교가 안돌아가고 학교장중심의 책임경영제가 안 이루어질 이유도 없다. 초등의 경우, 현재 규모가 작은 도교육청에 초등교육과만 하나 있는데 이를 초등장학(또는 정책)과, 초등인사과, 초등학사과로 나누어 2개과만 증설하면 없어지는 지역교육청의 행정업무를 도교육청 직할로 모두 커버할 수 있다고 본다. 아울러 그동안 ‘교육행정’ 기구와 인원이 비대해지면서 어느덧 ‘교육’은 사라지고 ‘행정’만 남는 목적과 수단이 전도되는 현상이 나타나지는 않았는지도 반성해볼 때이다.

기구와 인원을 축소하여 기존의 지역교육청을 대체하여 신설하게 될 교수학습지원센터는 위에서 얘기한 교육지원관 지휘 하에 두고 오로지 일선 학교와 교단의 지원업무만 맡도록 한다. 시군구마다 설치하게 될 교수학습지원센터가 교육지원관의 지휘를 받아가면서 일선학교에 탐구·관찰자료로 철마다 필요한 식물도 한꺼번에 재배해서 나눠주고, 실험관찰에 필요한 생물도 공동 분배 해주며, 학교 창고마다 이중, 삼중으로 쌓여있는 체육기구, 책걸상, 교수학습기자재 등도 재분류, 재배치해주고, 학교 잔디운동장도 공동 관리해주며 아울러 영어체험학습프로그램이나 부진아 구제 프로그램 등 소규모 단위학교로서는 엄두를 못낼 일들을 공동 운영해주면 일선 학교 경영에 얼마나 큰 도움이 되겠는가?

또한, 교수학습지원센터가 생기게 되면 기존 지역교육청에서 장학사들이 하던 일들도 모두 없애고 대신 위에서 얘기한 교육지원관의 업무로 전면 대체하는 것이 학교를 학교장 중심의 책임경영체제로 전환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지금 학교현장은 중층구조의 ‘지도·감독’기관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지원’기관이 절실한 때이다.

학교장의 인사 및 보수와 직결되는 학교경영평가
지금도 학교평가가 이루어지고 있긴 하다. 그러나 학교의 지역적 배경과 특성이 고려된 평가는 아니다. 저 높은 곳 교과부에서 만들어진 전국공통의 평가지표로 농산어촌 학교든, 대도시 과밀학교든 통폐합 직전의 학교든 가리지 않고 전국 공통의 평가가 이루어지고 있다.

내가 생각하는 평가는 학교책임경영체제를 구축하기 위해서 학교장의 인사 및 보수와 실질적으로 직결되는 평가, 인적, 물적자원 지원의 근거가 되는 평가. 위로부터의 평가가 아니라 아래로부터 거슬러 올라가는 평가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가 필요하다.

우선, 사심없고 유능하며 통찰력있는 평가자가 필요하다. 위에서 말한 새로운 모습의 전문직인 ‘교육지원관’이 바로 그런 사람이다. 다음은, 평가 받을 사람 즉 학교장이 매년 학교의 지역적 배경과 특성을 고려해서 학교경영의 출발점을 정확하게 진단한 다음 그것에 근거해서 올해에는 얼마만큼의 성과를 거두겠다는 학교경영계획서를 작성해서 제출하도록 하고 그것에 근거해서 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 세 번째, 평가결과는 인사권자에게, 그리고 인적, 물적 자원을 직접적으로 지원해줄 권한이 있는 사람에게 가감없이 보고되어야 하고 그에 근거해서 학교장 인사와 학교지원 여부가 결정되어야 한다. 유능한 경영자에게는 좀 더 크고 넓은 무대에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인적,물적 자원이 열악해서 경영성과가 오르지 않는 학교는 지원을 통해 이를 보강해 주어야 한다. 인사는 만사이지만 평가는 곧 인사 그 자체이다.

인사권자인 교육감 역시 이질적이면서 수많은 일반직공무원들과 교원들을 다 관리할 필요없이 학교장에게 학교경영에 필요한 충분한 권한과 자율을 주고 그 경영성과에 따라 학교장만 집중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훨씬 더 효율적일 것이다.

 교원과 일반직으로 이원화된 학교조직 학교장 중심으로 통합
내부 분란을 조성한다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모두들 입을 꾹 다물고 있지만 요즘의 학교는 교장, 교감, 교사로 이루어진 교원조직과 행정실장, 사무원, 방호원, 위생원, 운전원 등으로 이루어진 일반직조직으로 이원화돼서 겉도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교단에서 직접 수업을 담당하지 않으면서도 교사로 전환된 일반직 영양사의 경우와 같이 학교에 소속된 일반직들을 행정교사, 방호교사, 운전교사, 위생교사 등 모두 교사로 전환해야만 모든 교직원이 학교장의 리더십 아래 통합될 수 있을 것인지 안타까운 일이다.

일반직 행정실장 역시 교원들과 잘 섞이지 못하고, ‘교육’ 마인드가 아닌 ‘행정’ 마인드로 업무를 처리하는 경향이 강하여 교원들과 종종 마찰을 빚는다. 인사권을 교육청에서 쥐고 있기 때문에 학교장의 지휘, 감독을 받는 학교장 소속 직원이라는 의식보다는 ‘교육청 파견 학교 주재관’이라는 의식이 어쩌면 더 강할지도 모른다. 학교의 사정이 이러한데도 학교장에게는 학교의 이런 갈등을 해소할 권한이 없다.

이런 현상은 학교장의 정당한 직무상의 명령조차도 무시해버리는 기능직의 인사권조차 학교장이 지니지 못한데서 연유한다. 더욱 심각한 것은 군대로 치면 전투부서라 할 수 있는 교원조직과 보급지원부서인 일반직 조직과의 갈등이다. 현장 보급지원부서원의 지휘권이 야전지휘관인 학교장에 있지 않고 저 뒤 참모부서에 있는데서 발생하는 갈등인 것이다. 차제에 교감과 행정실장의 인사 및 근무평정을 학교장의 학교경영성과와 연계하는 것이 좋을 듯싶다. 그럼으로써 교내에서 교원인사와 복무를 관리하는 교감과 기능직과 일반직 복무관리를 총괄하는 행정실장이 힘을 합쳐 학교장을 전심전력 보좌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초등 6학급과 특수학급 1학급 그리고 병설유치원 4학급 모두 11학급에 불과한 현재 내가 재직하고 있는 학교만 하더라도 수시로 드나드는 방과후학교 강사를 제외한 상주 교직원만 25명이나 된다. 교장, 교감, 교사외에 일종의 교육지원인력으로서 급식을 위해 영양교사, 조리사, 조리종사원이 있고, 아이들의 보건위생을 위해 보건교사가 있으며, 아이들을 실어 나르기 위해 스쿨버스 기사가 둘, 행정사무를 처리하기 위해 일반직 실장과 사무원이 있으며 방호원도 있다. 그 외에도 교무보조와 특수교육보조, 유치원보조가 있고 원어민 강사도 둘 있다.

양질의 교육을 위해 모두 필요한 인력이다. 그렇지만 저마다 출신배경과 소속된 단체와 입장이 다르다. 교사들 역시 초등교사, 유치원교사, 보건교사, 영양교사, 상담교사, 사서교사, 특수교사 모두 출신배경이 다르고 업무영역이 다르며 가입한 배경단체가 다르다.

교육지원인력 역시 마찬가지다. 일반행정직원, 사무원, 운전원, 조무원, 방호원, 위생원, 교육업무보조, 특수교육보조, 조리사 등 저마다 입장과 처지가 다르다. 학교교육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조직구성원들을 통합하고 결속시켜 교육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학교장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

오로지 학식과 덕망으로 이질적인 학교구성원들을 통합해가면서 학교를 경영해서 학력신장과 인성함양 그리고 창의성 신장 등의 학교경영의 성과를 내라고 요구하기에는 오늘의 학교조직이 너무나 복잡다기하고 학교장은 너무나 무력하다. 이제는 법과 제도, 다시 말하면 시스템으로 뒷받침해줘야 할 때다.

교원평가와 더불어 교육지원인력에 대한 평가도 함께 실시
요즘 여러 가지 정황으로 볼 때 2010년 교원평가제가 전국의 일선 초중고등학교에서 전면 시행될 것이 확실해 보인다. 국민들의 절대 다수가 이를 지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와 한나라당이 이의 시행을 늦출 이유도 없어 보인다. 아울러 ‘대학교수도 평가를 받는데 교사도 평가를 받아야 한다. 교사는 철밥통이냐? 교직사회의 철밥통 구조를 깨고, 아울러 평가를 통해 무능하고 부적격한 교사들을 퇴출해서 공교육의 질을 높여야 한다’는 대다수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도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현재 재직하고 있는 학교에서 작년부터 올해까지 2년동안 도지정 교원능력개발 시범학교를 운영한 경험을 바탕으로 볼 때도 교원의 전문성 신장과 책무성 제고를 위해 도입할 만한 제도라고 생각한다.

물론, 교원평가에 앞서 교육주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합리적이고 정밀한 평가방법을 마련해서 공정성을 확보해야 하는 문제, 근무평정과 다면평가, 성과급평가, 교원평가 등 세 가지 평가에 대한 합리적인 통폐합 방안을 마련하는 문제, 교사들이 교육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교육환경을 개선하고, 행정잡무를 줄여주는 등의 근무여건 개선이 병행되어야 하는 문제 등이 있긴 하지만 국민 여론을 의식할 때 꼭 반대할 일만은 아니라고 보며, 교원평가제 도입에 찬성한다. 아울러 교원평가제와 더불어 ‘학습연구년제’ 도입과 2급정교사-1급정교사-선임교사-수석교사로의 교사자격이 세분화돼 침체된 교직사회에 활력을 불어넣으면 더욱 좋겠다고 생각한다.

차제에 꼭 강조하고 싶은 점은 학교장의 지도력 강화와 교육지원인력의 질 제고를 위해 학교의 교육지원인력에 대한 평가도 함께 이루어져야 하겠다는 것이다. 여러 번 강조했다시피 학교의 교육지원인력이 비대해지면서 개가 꼬리를 흔드는 것이 아니라 꼬리가 개를 흔드는 본말 전도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을 위한 행정’에서 어느덧 교육은 사라지고 ‘행정’만 남아버리는 현상이야말로 ‘개꼬리가 개를 흔드는 격’과 같다. 본질을 살리기 위해 교육행정 공무원들의 마인드 변화가 절실하다. 따라서 교육지원인력에 대한 평가에 수요자가 참여하고 그 결과를 인사와 보수에 반영함으로써 이런 병폐를 치유할 수 있다고 본다.

평가는 봉사해야 할 대상, 다시 말하면 수요자로부터 받아야 하는 게 원칙이다. 집에서 TV나 세탁기 등의 전자제품에 대해 서비스를 받고나면 해당 회상의 서비스 센터에서 즉각 전화가 걸려온다. ‘서비스에 만족하는지? 부당한 수리비나 부품 값을 요구하지는 않았는지?’ 소비자로부터 평가를 받아서 즉시 피드백을 한다. KT서비스센터나 자동차 긴급출동 서비스도 마찬가지다. 서비스 직후 전화가 와서 ‘몇 분만에 출동했는지, 서비스의 질에 만족하는지’ 꼬치꼬치 물어서 피드백을 한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학교의 교육지원인력에 대한 평가는 그렇지 못했다. 일반직 실장과 사무원, 조무원, 방호원, 기사 등의 기능직에 대한 평가를 일반직이 그들에 관점에 따라서 근무평정과 다면평가를 실시하고 성과급을 줘왔다. 학교장의 평가는 숫제 요식행위일 뿐이고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따라서 학교의 지원인력은 학교장에게 충성할 이유가 없었다. 그들을 평가하고 그들에 대한 인사권을 쥐고 있는 지역교육청의 일반직 상사에게만 잘 보이면 만사형통이기 때문이다.

이젠 교육지원인력에 대해 얼마나 수요자 요구에 맞춰 충실하게 교육지원을 했느냐는 관점으로 수요자가 평가해서 그 결과를 인사와 보수에 반영해야 한다. 실장, 사무원, 조무원, 방호원 등의 교육활동 지원실적에 대해서는 수요자인 교장, 교감, 교사와 학부모를 대표한 운영위원 등이 평가하고 스쿨버스 기사에 대해서는 평가자에 학생대표까지 포함시켜야 한다. 그러면 달라질 것이다.

학교 ‘행정실’도 ‘교육지원실’로 바꿔야
전북의 경우 올 해 1월 1일자로 도교육청의 행정과와 시설과의 명칭이 각각 교육지원과와 교육시설과로 바뀌었다. 무엇을 위한 행정이고, 무엇을 위한 시설이냐는 물음에 답하는 측면에서 때 늦은 감은 있지만 바람직한 변화라고 생각한다. 참고로 서울시교육청의 3개 국의 이름도 각각 교육정책국, 평생교육국, 교육지원국이다. 차제에 학교 ‘행정실’의 명칭도 ‘교육지원실’로 개칭하고 실장 역시 ‘교육지원실장’으로 호칭 할 것을 제안한다.

행정실이라는 명칭은 종전 ‘서무실’로 부르던 것을 7~8년 전쯤 개칭한 것인데 교육의 본질을 생각할 때 아무래도 어울리지 않는 명칭이다. 실질이 중요하지 이름이 뭐 그리 중요한 문제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사물이 名에 의해 규정되고, 實 또한 名을 따라가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행정실장이라 부르든 교육지원실장이라 부르든 학교교육을 지원하는 학교의 한 부서를 관장하는 교육행정직 공무원으로서의 신분에는 변함이 없다. 그렇지만 학교의 존재이유에 비추어 볼 때 교육지원실장이라는 호칭이 본질에 더욱 가까울 듯싶다. 또한 강화된 행정실장의 위상을 생각할 때도 교육지원실장이라는 호칭이 더 알맞다고 본다.

교원 빼고는 서무주임이라고 호칭하던 일반직 행정직원 한 명과 한 두명의 고용직 뿐이던 과거와 달리 지금의 학교는 다양한 배경을 가진 어찌보면 이질적이라 할 수 있는 여러 직종의 구성원들로 가득 차 있다. 초등학교 행정실만 보더라도 교육행정직 공무원으로서의 실장뿐만 아니라 사무원, 운전원, 방호원, 위생원 등 학교교육을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기능직공무원들이 들어와 있고 급식소에는 또 조리종사원들이 들어와 있다. 그만큼 행정실의 비중이 커졌고 실장의 권위와 역할기대 역시 커졌다.

학교는 학교장을 중심으로 단일한 교육목적 아래 통합되어야 한다. 행정실은 단순히 행정을 위한 행정실이 아니다. 교장, 교감, 교사로 나누어지는 교원이 학생 교육을 위해 존재의미가 있듯, 행정실의 소속 직원 역시 학생교육을 위해 존재함은 두말 할 필요가 없다. 단순히 맡아서 처리하는 소임만 다를 뿐 학생교육이라는 공통의 목적을 위해 봉사해야 하는 학교구성원의 하나이다.

학교는 학교장을 정점으로 뭉쳐서 하나의 목표 아래 구성원 모두가 일관된 목소리를 내야한다. 교무실 소속이냐 행정실 소속이냐 또는 일반직이냐 교원이냐로 편을 가를 일도 없다. 학생교육이라는 공통의 목적달성을 위해 학교장의 교육철학과 소신을 보좌하면서 충실하게 맡은 소임을 다하는 것이 곧 공직자로서의 도리이기 때문이다.

위와 같은 학교의 설립목적과 교직원들의 존재 이유에 비추어 볼 때, 행정실 또는 행정실장이라고 하면 교육과 전혀 무관해 보인다. 차제에 교육지원실과 교육지원실장으로 개칭하는 것이 좋겠다. 소속 직원들 역시 학생교육을 위한 지원업무에 더 큰 사명감과 보람을 느낄 것이다. 행정실을 보는 교원들의 낯설음도 불식될 것이다.

개칭 작업은 전북의 경우에는 현재 교육감 훈령으로 되어있는 ‘전라북도립학교 사무분장 규정’만 개정하면 되는 비교적 용이한 일이라고 알고 있다. 학교의 일개 부서 명칭을 바꾸는 사소한 일로 보이지만 그 효과는 매우 크고 긍정적일 거라고 기대한다.

CEO로서의 학교장에게 학교의 교육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다시 말하면 ‘쥐를 잡을 수 있도록’ 인적 물적 자원을 통합하고 모든 교직원들을 아우를 수 있게 인사와 예산 그리고 교육과정 운영에 대한 실질적인 권한이 주어져야 하며, 학생과 학부모의 요구를 수렴해서 지역적 배경을 고려한 특색있는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을만큼의 충분한 자율권을 주어야 한다.

아울러 지금의 지역교육청을 대체하는 교수·학습지원센터를 신설하여 일선학교와 교단현장을 지원하게 하고, 학교에 소속된 일반직공무원에 대한 인사권을 학교장에게 부여하여 이원화된 학교조직을 통합할 수 있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 굳이 민간기업의 CEO와 비교할 것도 없이 책임과 의무에 걸맞는 실질적 권한이 주어지지 않은 무기력한 CEO는 학교장 뿐인 것 같다. 권한을 주고 경영책임을 묻는 구조가 이루어져야 한다. 변화된 위상과 역할에 걸맞게 능력과 소신, 열정과 사명감을 갖춘 학교장을 양성하고 배치하는 일 역시 시급하다. 아울러 유능하고 통찰력있는 전문직을 육성하여 학교현장을 돕게하고 그 다음 제대로 된 학교평가제도를 정립해서 엄정하게 학교경영의 성과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래야만 학교자율화에 따른 학교장중심 책임경영제가 성공하고 정착될 수 있으며 공교육 회생 또한 기대할 수 있다.

□ 본문 중 Ⅱ-8 ‘학교 행정실도 교육지원실로 바꿔야’는 2007.11.16에 이미 e-리포트 정책제언에 탑재한 바 있지만, 논의의 일관성을 위해 재수록 하였습니다.(글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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