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 학생이 자신이 애지중지하던 교과서를 싸들고 재활용 센터로 향하고 있다.>
11월 13일(목) 2009학년도 수능이 모두 끝났다. 드디어 12년 동안 멍에처럼 짊어지고 살았던 시험으로부터 해방된 것이다. 이날은 학생만이 아니라 교사에게도 납덩이처럼 무거운 짐을 벗는 홀가분한 날이기도 하다. 일부 학생들의 면접시험 준비 빼고는 대부분의 일반 학생들은 입시가 마무리되는 내년 2월말까지 꿈결같은 휴식을 취할 수 있을 것이다.
휴식기간 동안 대부분의 고3 아이들은 손때가 묻은 교과서와 참고서들을 정리한다. 오늘 아침(12월 9일)에 벌써 작은 트럭으로 한 대 분량의 참고서와 교과서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동안 정이 들대로 들어 자신의 피부처럼 친근해져버린 교과서를 주저 없이 버린다. 다시는 이 책들을 만나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열망을 담아 버리는 것이다. 얼마나 지긋지긋했으면 그럴까 하는 생각이 들어 한편으로 측은해 보이기까지 한다.
결국 우리나라의 초․중․고 교육은 수능을 위해서만 존재하고 그 이후에는 교육이 부재해 버리는 상황을 증명하는 것 같아 못내 서글프다. 어쩌면 인생에서 가장 자유로운 황금기가 수능 이후의 시간일 텐데.... 이 시간에 정작 필요한 것은 바로 책들일 텐데....
<오늘 아침나절에 잠깐 동안 수거한 교과서와 참고서들만도 그 분량이 엄청나다.>
<버려진 책들 중에는 10주완성, 화학1, ebs수능교재 등이 눈에 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