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소 너는 일도 않고 맨날 먹고 노니까 좋겠다. 요즘소 말도 마, 칸막이에 갇혀만 있어 답답해. 이젠 사료도 넌더리가 나. 옛날소 그래도 편해서 좋잖니? 요즘소 모르는 소리, 우리도 너처럼 겨울이면 가마솥에 쑨 여물도 먹고 여름이면 들에 나가 일하다 싱싱한 풀도 뜯어먹고 싶다구!
옛날소와 요즘소의 대화다. 우스개소리라지만 언중유골이라고 애물단지 취급을 받는 요즘소의 애환이 남의 일같이 여겨지지 않는다. 하긴 애물단지로 인기 급하락한게 어디 요즘소뿐이랴.
경제 한파로 인해 일하고 싶어도 일할 수 없는 청년 실업자들, 구조 조정으로 직장을 잃은 중년 가장들, 부도 위기에 있는 중소기업들, 쥐꼬리만한 월급에 치솟는 물가를 감당해낼 수 없는 서민들….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그래서인지 소의 해가 밝았어도, 미키마우스 탄생 80주년이라며 떠들썩했던 쥐의 해처럼, 600년만에 한번 온 황금돼지해라고 떠들썩하던 돼지해의 특수는 볼 수가 없다.
이러니 올해의 주인이라고 찾아온 요즘소의 기분은 말씀이 아닐 터이다. 미국소가 들어오고, 세계 곡물값이 오르면서 사료값은 두 배로 뛰고, 소값은 폭락해 축산농가는 시름에 빠져있고…. 요즘소나 축산농가나 왕년의 잘나가던 그 때가 무척 그리울 것 같다.
옛날소는 우리 민족과 희노애락을 함께한 가족과 같은 존재였다. 오죽하면 한식구처럼 여겨서 ‘生口’라고 했을까? 소는 사람이 대신해 줄 수 없을 만큼 대단했던 최고의 일꾼이었으며 큰 재산이었다. 더구나 일 년에 한 마리씩 송아지를 낳아주어 사람보다도 더 귀하게 대접을 받은 존재였다.
이렇게 하품밖에 버릴 게 없다며 애지중지했던 우리의 소가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해버렸다. 그렇다고 해도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 못된 송아지 엉덩이에 뿔난다 같은 부정적인 속담이 먹히는 해이기 보다는 소 뒷걸음질에 쥐잡는다, 누렁소가 들어오면 복이 들어온다 같은 긍정적인 속담이 먹히는 소의해가 되어 우리 국민 모두 행복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높으신 분들에게 부탁하노니, 아랫사람이 찾아와도 반드시 공복으로 예의를 갖추고 윗자리에 앉혔다가 돌아갈 때도 공손히 배웅하였다는 재상 맹사성의 낮춤 정치 철학을 배웠으면 하는 바램이다. 그럼 아무리 살기가 힘들다고 해도 우리 국민들은 허리띠 바짝 졸라매고 경제가 회복될 때까지 참고 기다릴 자세가 되어있다. 청렴하고 겸손하게 백성을 위한 정치를 한다는데 일년 고걸 못참겠는가?
새해에는 사인교가 아닌 검은 소를 타고 다닌 맹사성 같은 올곧은 정치인들이 많이 나와서 시름에 겨운 국민의 마음을 달래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그리하여 우리 국민 대다수의 소망인 경기회복이 연내에 이뤄졌으면 한다.
소야 소야, 복을 불러오고 화를 막아준다는 네 운수를 우리 국민들에게 아끼지 말고 듬뿍 듬뿍 선사해주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