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호 국가정보원장은 2009년 새해의 화두로 ‘중석몰촉(中石沒鏃)’을 제시했다고 한다. 이 말은 ‘돌에 맞아(中) 화살(鏃)이 꽂히다(沒)’는 뜻으로, 정신을 집중하여 전력을 다하면 어떤 일도 이룰 수 있다는 말이다.
이 말은 사기(史記)》의 〈이장군열전(李將軍列傳)〉에 나오는 말이며, 이광(李廣)이 쏜 화살에 대한 이야기에서 유래한다. 이광은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궁술과 기마술에 남다른 재주가 있는 맹장이었다. 체격도 크지만 팔은 키에 비해 원숭이처럼 길었다.
무인답지 않게 그는 과묵하였고, 눌변이었다. 청렴하여 전공을 세워 포상으로 받은 것을 부하들에게 나누어 주기도 하였으며, 식사도 부하들과 똑같이 하여 부하들의 신망과 존경을 한몸에 받았다.
하루는 이광이 명산(冥山)으로 사냥하러 갔다가 풀숲 속에 호랑이가 자고 있는 것을 보고 급히 화살을 쏘아 맞혔는데 호랑이는 꼼짝도 하지 않는 것이었다. 이상하게 생각되어 가까이 가 보니 그가 맞힌 것은 화살이 깊이 박혀 있는 호랑이처럼 생긴 돌이었다.
다시 화살을 쏘았으나 이번에는 화살이 퉁겨져 나왔다. 정신을 집중하지 않은 것이었다. 중석몰촉은 무슨 일이든지 쏜 화살이 돌에 박힐 정도로 정신을 한 곳에 집중하여 일하면 이루어낼 수 있다는 뜻이다.
‘중석몰촉(中石沒鏃)’의 자세는 배우는 이가 가져야 할 자세가 아닌가 싶다. 공부가 잘 되지 않고 책을 읽어도 눈에 들어오지 않고 잡념이 들어오고 책만 들면 잠이 오고 한 곳에 집중을 오래 하지 않은 이들이 가져야 할 자세인 것이다.
이광의 이야기에서 몇 가지 배울 점을 찾을 수 있다. 우선 정신 집중의 자세이다. 즉 정신일도 하사불성(精神一倒何事不成)’의 자세다. 이광 장군이 집중을 했을 때는 화살이 바위에 꽂혔지만 집중을 하지 않았을 때는 화살이 바위에 꽂히지 않았다. 똑 같은 사람이 똑 같은 바위에 화살을 쏟았는데 꽂히고 꽂히지 않은 것은 집중을 시켰느냐 아니 하였느냐에 달려 있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언제, 어디서 무슨 공부를 하더라도 집중을 해야 하는 것이다.
또 하나의 배울 점은 확고한 신념을 가졌다는 것이다. 내 눈 앞에 나타나 있는 호랑이는 내가 꼭 잡을 수 있다는 신념이었다. 내 앞에 나타난 호랑이에게 물려 죽느냐 내가 호랑이를 죽이느냐 하는 생사의 갈림길에서 꼭 승리할 수 있다는 확고한 신념으로 임했던 것이다. 이광 장군의 나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 내가 하면 반드시 이루어내고 만다는 확신을 가지는 것이 공부하는 이들이 가져야 할 자세인 것이다.
또 하나 배울 점은 화살을 쏠 때도 사력을 다했는 것이다. 죽기 살기로 공부하면 공부의 끝이 보일 것이고 공부의 희망의 빛이 보일 것이다. 아무리 공부가 집중이 되지 않고 잡념이 많이 들어오고 잠이 많이 오는 이들이라도 이광의 ‘중석몰촉(中石沒鏃)’의 자세를 가져서 새해에는 학력의 향상이 있으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