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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이충렬의 <그림애호가로 가는 길>


이 책은 나에게 3가지 선물을 주었다. 첫째는 60여명의 작가와 98점의 작품을 보여 주는데 지금까지 수많은 전시회장, 화랑, 미술관, 박물관을 드나들었지만 이 책에서처럼 선명하게 관람한 기억을 떠올릴 수 없다는 것. 작가는 어떤 사람일까? 글을 쓰는 분이긴 한데 60점짜리 ‘그림치’로 출발하여 10년 만에 이렇게 애호가가 된 저자를 만난 것은 도서출판 김영사가 준 크나큰 선물이라는 것이 둘째다. 셋째는 여기서 열거하는 그림 대부분이 저자가 구매할 수도 있었거나 실제 소장하고 있는 작품이라 더욱 감동 깊고 흥미롭게 책에 몰입할 수 있었고, 판화나 사진, 회화 재료에 이르기 까지 해박한 지식은 그림과 관련해 학생을 가르쳐온 샐러리맨을 매우 민망스럽게 하고 있다.

처음엔 ‘이 책을 언제 다 읽지?’ 하는 염려가 앞섰지만 도판 인쇄상태가 아주 깔끔하고 수십 편의 작품해설이 흥미로워 중독된 것처럼 단숨에 읽었다. 내용은 저자의 길고 긴 준비 기간이 있었기 때문인지 간혹 전문용어가 나오긴 해도 그때마다 하나하나 설명을 곁들여 그림 수집에 문외한이라도, 그림을 볼 줄도 그릴 줄 모르는 분이 읽어도 아무런 거부감을 느끼지 않을 것 같다는 것이 이 책을 읽은 내 생각이다.

본문 곳곳에 그가 던지는 말 한마디 한마디는 그림 애호가가 새겨들어야 할 진리인 듯 다가온다. 고객의 주머니만 쳐다보는 화랑은 좋은 애호가를 만들지 못한다. 이런 화랑은 “우리 화랑에는 그런 가격대의 그림이 없다”는 말을 쉽게 한다는 말. 정보만 따라다니며 그림을 모으면 애호가가 아닌 투기꾼이 되어 그림 값이 올라야 기쁠 뿐 즐겁지 않고, 안목으로 그림을 모으는 애호가는 그림을 편안한 마음으로 아름다움을 감상하므로 그림 가치가 오르면 좋고 그렇지 않아도 계속 아름다움을 추구할 수 있어 좋은데 이것이 애호가와 투자가의 차이란 말은 두고두고 새겨들을 만하다.

군데군데 이 그림은 어떤 동기로 어떻게 그려졌으며 작가의 특성, 집안 내력, 저자와 만난 일화 등 작품에 관련된 숨은 이야기까지 들려주고 있어 그가 마음에 드는 그림 한 점을 얻기 위해 얼마나 진실 되고 꾸준하게 정정당당하게, 그리고 결코 유난스럽지 않게 투자자의 자세로 그림 애호가로서 노력해 왔는지 저자의 인품을 느끼게 하는 책이라 나는 마치 며칠 사이에 <그림애호가 입문대학>이라도 졸업하는 것처럼 의기양양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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