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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박미라의 <치유하는 글쓰기>를 읽고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으면서도 ‘글쓰기와 말하기가 쓰는 이와 읽는 이 모두에게 그토록 치유적’이란 말을 이 책을 통해 확실히 깨달은 것 같다.

저자는 <1. 글쓰기, 그 치유의 힘>이란 제목으로 글은 누구나 감동적으로 쓸 수 있고 여럿이 함께 쓸수록 더 효과적이며 글쓰기를 통해 내면과의 대화가 이루어진다고 안내한다.
<2. 온 몸으로 써라>, <3. 심장으로 써라>. 이렇게 이어지는 이 책 전체를 바쁘게 훑어가면서 읽다보니 저자는 과연 글쓰기가 신들린 것처럼 자유자재로 ‘생각대로’ 되는 치유하는 글쓰기 대가이며 이런 글쓰기에 대해서만은 대단한 자부심을 가진 것 같다. 치유하는 글쓰기는 이성과 감성, 논리성과 창조성이 조화를 이루는 합작품이란다. 문제도 해결하고 치유도 이루어졌다고 생각했는데, 세월이 흐른 뒤에 문득 상처가 도지는 듯한 아픔을 느낄 때가 있는데 그것은 이전보다 좀 더 깊은 곳에 숨겨져 있던 상처가 드러난 것이란다.

나는 이 책을 접하기 10여 년 전 ‘치유하는 글쓰기’란 말을 듣도 보도 못한 상황에서 다음과 같은 사례 경험이 있다. 입학식에 온 유일한 남자 학부모이며, 그 날 담임 업무를 끝까지 지켜 본 학부형이 며칠 후 담임을 찾았다. 학생의 부모는 외지에 있고 조부모가 데리고 있는데, 어머니는 생모가 아니며 학생은 그 사실을 모르고 있다. 학생이 매일 저녁 늦게 까지 외출이 잦고 공부는 멀리하고 축구만 좋아한다며, 작은 쪽지에 깨알같이 적어온 종이를 내민다. 몇 월 며칠은 몇 시부터 몇 시, 또 언제는 몇 시부터 몇 시까지라고 적힌 외출 메모였다. 바로 그 다음 날부터 노트 한 권을 구해 학생에게 주면서 “무슨 일이든지 한 가지 이상 적어오라. 단지 몇 줄이라도 좋다.” 이러한 나의 일방적인 설득과 요구는 서서히 받아들여졌고, 학생이 적어온 내용을 받아서 나는 나대로 충고와 격려의 말을 적었으며 한 번씩 할아버지나 할머니께 보이도록 주문했다.

나는 꾸준히 학생의 생활을 주시했고 되도록 길게 그가 노트에 뭔가를 적으면서 자기 생활에 대한 비판적인 생각을 하게하고, 잘못된 방향은 스스로 깨닫게 하여 방향을 안내하고자 애썼다. 쉬운 일도 아니며 내게 어떤 보상이 이루어지는 일도 아니었지만 그렇게 정성을 다 한 결과 몇 달 뒤에 학생의 할아버지께서 “많이 달라졌고 밖으로 돌아다니는 일이 눈에 띄게 줄었다.”라고 하셨다. 학년이 바뀌고 근무지를 옮긴 뒤 안부를 물을 기회가 있었는데 학생은 공부를 열심히 해 전문대학 진학을 하고 그 당시 군복무 중이라는 말씀을 들었다. 이런 사례는 치유하는 글쓰기를 경험하도록 지도한 것이 아닌지 조심스럽게 이야기하고 싶다.

저자는 여러 단체에서 치유하는 글쓰기 지도 경험을 통해 치유하는 글쓰기의 궁극적 목적은 “자신의 목적은 자신의 모습을 직면하고 알아차리는 것이지, 솔직하게 쓰는 것 자체가 아니다.”라고 말한다. 부록으로 치유하는 글쓰기에 도움 되는 책들을 소개해 놓고 있다.

저자가 말했듯이 남이 쓴 책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세 번은 읽어야 한다는 말이 실감이 난다. 바쁘게 한 번 읽었고, 어렵지 않게 몰입하듯 읽어내려 갔지만 상담 전문가가 아니라서 그런지 알 듯 하면서도 모르는 부분이 있다. 일정 기한 내에 읽고 또 다른 책을 독파할 계획이라 대충 적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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