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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1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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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상조회에서 마련한 교직원 송별회에서 작별인사를 하는 손평수 선생님>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늘 아쉬움과 기대가 교차한다. 신학기 인사이동 때문이다. 이번에는 화학을 담당하셨던 손 선생님께서 중학교로 발령이 났다. 상당히 학구적이셨던 손 선생님께서는 우리학교에서 만 18년 5개월을 근무하시면서 총 네 권을 책을 편저하셨고 지금은 지방의 한 대학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계신다. 중·고등학교를 함께 경영하는 사립학교재단에서는 신선한 자극을 주기 위해 종종 중·고등학교간 교사교류를 실시하는 편이지만 막상 십 몇 년간 몸담았던 직장을 옮긴다는 것은 그 과정의 귀찮음은 차치하고라도 당사자에겐 굉장한 스트레스로 다가오게 마련이다.

오늘은 정들었던 학교를 떠나시는 손 선생님을 위해 학교 상조회에서 조촐한 송별연을 마련했다. 바쁜 일과 중에도 함께 근무했던 선생님들 50여분이 대부분 참석하셨다. 교장선생님의 송별사에 이어 손 선생님의 답사가 있었다.

"처음 발령을 받고 당황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죠. 그러나 지금은 마음이 많이 편안해졌습니다. 회자정리라, 사람은 만나면 헤어지게 마련이고 또 헤어지면 언젠가는 다시 만나지는 것이 사람 사는 이치라고 생각됩니다. 다만 한가지 아쉬운 것은 여러 선생님들께 진작에 좀더 다가가 마음을 터놓고 지내지 못한 게 후회가 됩니다. 뒤늦게 철이 들었다고나 할까요. 끝으로 저 때문에 혹여 마음의 상처를 받았거나 아니면 기분이 나빴던 분이 계시다면 이 자리를 빌려 용서를 빕니다."

이임인사를 마친 손 선생님의 눈가에 얼핏 이슬이 맺히는 게 보였다. 왜 아니 그렇겠는가. 며칠간 머물렀던 거리의 숙박업소를 떠날 때에도 서운함이 느껴지는 법인데 하물며 이십 년이 가까운 세월 동안 몸담았던 직장을 떠나는 심정임에랴. 손 선생님은 처음 부임할 때처럼 작은 손가방 하나만을 덩그러니 들고 새로운 부임지를 향해 쓸쓸히 떠났다.

나는 그동안 학교를 위해 밤낮으로 헌신하시다 떠나시는 손 선생님의 앞날에 명예와 영광이 가득하길 바라며 한참 동안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손 선생님의 작별인사를 듣는 선생님들의 표정도 침울하다.>



<이임하는 손 선생님께 송공패와 전별금을 전달하는 교장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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