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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1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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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소의 해에 맞는 신학기 풍경

2009년 소의 해인 기축년 신학기가 시작되었다. 다른 공공기관은 신정이 끝난 1월 3일에 "Happy New Year"를 외치며 시무식을 열고 곧바로 새해 업무를 시작하지만 우리 교직사회는 신학기가 시작되는 오늘(3월2일)이 바로 실질적인 새해 업무가 시작되는 출발점이 되는 것이다.

2교시 수업을 끝내고 교무실로 돌아오니 짐작대로 컴퓨터 모니터에 팝업 메시지가 파랗게 떠 있었다. 분과위원장님의 메시지였다.

'오늘 오후 1시 교사휴게실에서 국어분과모임이 있겠습니다. 잊지 마시고 시간에 늦지 않게 모여주시기 바랍니다.'

오늘 안건은 아마도 상호장학 일정과 연구수업 대상자를 결정하는 일일 터였다. 해마다 신학기가 되면 각 분과별로 상호장학 및 연구수업 단원과 일정을 결정해 연구부에 제출해야 되기 때문이다. 상호장학은 동료장학으로도 불리는 제도로 교사 상호간에 수업을 공개해 동료들의 지도와 편달을 받는 일종의 자체적인 교사 수업연수 시스템이다. 우리학교에서는 몇 년 전부터 이 제도를 철저하게 시행하고 있는 중이다. 수업기술과 자기발전이라는 장점도 있지만, 대신 자신의 수업을 관리자와 동료 선생님들께 완전 공개해야하므로 심적 부담이 만만치가 않다.
 


<사진설명: 2008년 1학년 3반 아이들과 함께 국어(하) 단원 '춘향전'을 가지고 상호장학 수업을 하고있는 리포터>

이에 비해 연구수업은 글자 그대로 자기가 가르치는 단원을 깜냥껏 연구하여 새롭고도 효과적인 수업 모델을 선보인 뒤 사후 평가까지 받아야 하는 긴장된 수업이다. 따라서 평소의 수업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노력과 공력이 들어가게 마련이다. 그 노력과 공력은 주로 자료를 분석하고 제작하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하게 된다. 시간이 남아돈다면야 그런대로 해볼 수도 있겠지만 이건 바쁜 일과 중에 틈틈이 시간을 쪼개서 해야되는 일이라 누구도 자진해서 내가 해보겠노라고 선뜻 나서지 못하는 것이다.

점심을 먹고 분과위소속 선생님들이 모두 교직원휴게실에 모였다. 이런저런 정담들이 오간 뒤 드디어 문과위원장님께서 먼저 말문을 열었다.

"여러분들도 짐작하셨겠지만 오늘 중으로 각자 상호장학을 할 단원과 날짜 및 반을 정하고 특히 올해에도 연구수업을 하실 분을 선정해야 합니다. 자, 그럼 어떤 식으로 결정하면 좋겠습니까? 참고로 작년에는 제가 솔선해서 했습니다."

하지만 아무도 먼저 입을 여는 사람은 없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모두 다 그동안 묵은 체증처럼 속을 거북하게 하던 부담 덩어리가 눈앞에 드러났다는 심정이리라. 동시에 각자의 머릿속에선 이번엔 누가 연구수업 대상자인지를 분주히 헤아릴 것이다. 그러나 막상 정해놓은 순서란 것이 있더라도 이임하는 분과 새로 부임하시는 분이 생기고 또 여러 상황이란 것이 뒤섞여 딱히 이거다 하고 정할 수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그때그때 협의해서 결정하는 것이 상책이다. 결국 분분한 의견이 개진된 뒤에야 이번엔 호봉이 높은 순으로 정하기로 했다. 그러고 보면 대개의 학교에선 제일 막내 교사나 갓 부임한 새내기 교사한테 연구수업을 떠맡기는 것에 비해 우리학교는 상당히 민주적이고 선진적인 시스템인 셈이다.

호봉 순에 따라 이번에 연구수업을 맡게 된 L선생님은 심적 부담을 안은 채 자리를 뜨고, 나머지 선생님들은 그에 비해 덜 상대적인 부담감으로 휴게실을 나섰다. 휴게실을 나서자 5교시 수업을 알리는 차임벨이 울렸다. 종소리에 맞춰 걸음을 빨리하며 창밖을 보니 곧 눈이라도 오려는지 하늘은 잔뜩 흐려있었고 봄은 아직도 멀게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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