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속화란 사람들이 생활하는 모습을 그린 그림이다. 우리에게 풍속화란 그림이 익숙하게 된 건 단원 김홍도나 혜원 신윤복의 그림에 의해서다.
단원이 태어나기 전에는 풍속화란 게 없었다. 이전에는 주로 산수화나 중국의 화풍을 모방한 인물화가 주류를 이루었다. 본격적인 풍속화는 김홍도나 신윤복 같은 화원들이 등장하면서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같은 풍속화라도 단원의 그림과 혜원의 그림엔 조금의 차이가 있다. 단원이 주로 남자를 그렸다면 혜원은 여자를 그렸다. 단원이 밝고 건강한 서민들의 생활모습을 생생한 표정으로 잡아냈다면 혜원은 인간의 감정과 욕망을 거침없이 드러냈다. 그렇지만 두 사람의 그림 속엔 서민들의 아픔도 은연중에 실려 있다. 따라서 두 사람의 그림을 감상할 땐 보지 말고 읽어야 한다.
어떻게 그림을 읽느냐고 반문하는 사람이 있을 게다. 옛 사람들은 그림을 본 게 아니라 읽었다고 한다. 특히 산수화 같은 그림이 아닌 풍속화는 보는 것보다 읽는 게 더 재미난다. 특히 김홍도의 그림이 더 그렇다.
현재 초등학교 교사인 최석조가 쓴 <김홍도의 풍속화로 배우는 옛사람들의 삶>은 단원의 그림을 재미나게 해석하고 이야기해주고 있다. 옛 그림을 무척 좋아한 그가 이 책을 쓴 이유는 다른 어른들과 마음을 나누고, 어른들과 어린 친구들이 김홍도의 풍속화를 쉽고 재미있게 이해를 하면 좋겠다는 소박한 의미에서라고 한다. 사실 그는 단원의 그림을 이야기하면서 여러 재미난 것들을 보여주고 있다. 그것들을 한 번 찾아보자.
그림 읽기 하나 - 그림의 구도를 찾아라
그림에 대한 특별한 관심이나 조예가 없는 이들은 그림을 감상할 땐 느낌으로 하는 편이다. 구도가 어떻고 채색이 어떻고 하지 않는다. 또 그림이 주는 의미를 크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런지 문외한일수록 눈에 들어오는 순간의 느낌을 즐긴다. 허나 많은 이들은 종종 이렇게 말한다. 알고 보면 더 재미있다고. 단원의 그림도 그랬다.
단원의 그림엔 다양한 구도가 나타난다. 구도란 사람이나 물건을 배치할 때 어떤 모양새를 만드는 걸 의미하는데 단원은 표현하고자 하는 그림에 따라 다양한 구도를 사용했다. 대표적인 구도가 원형구도이다.
단원의 원형구도 그림엔 여러 명의 선비들이 그림 속에 담긴 이야기를 읽고 있는 '그림 감상', 서당의 풍경을 그린 '서당', 흥겨운 놀이마당 한판을 볼 수 있는 '무동', 씨름판의 긴장감과 여유를 함께 볼 수 있는 '씨름' 등이 있다. 특히 씨름이란 그림에서 원형구도뿐 아니라 씨름판의 마름모 구도와 수학의 마방진의 원리까지 찾고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이외에 단원의 그림엔 대각선(×) 구도 ('새참', '타작'), 일직선 구도 형식의 '우물가' 등이 있는데 이러한 그림의 모양을 찾으며 감상하는 것도 색다른 재미를 준다.
그림 읽기 둘 - 숨은 그림을 찾아라
그림 속엔 그린 이의 성격, 취미, 고향 같은 것이 나타나있다. 단원의 그림 속에도 이러한 것들이 들어있음을 볼 수 있다. 그 가운데서 단원의 그림을 감상함에 있어 즐길 수 있는 것이 일종의 숨은 그림 찾기이다.
단원의 그림 속엔 틀린 그림이 종종 보인다. 단원의 그림 중 '고누'란 그림에선 '손'의 모양이, '새참'에선 다리모양이 잘못된 그림이 보인다. 천재 화가인 단원이 잘못 그렸을 이는 없을 거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을 이것을 김홍도의 서명이라고도 하고, 일부러 보는 이를 재미있게 해주려고 그렸다는 말도 있다.
또 하나, 단원의 그림 속엔 왼손잡이 인물들이 많이 등장한다. 원근법을 무시한 그림들도 있다. 또 있다. 그림 속엔 단원의 모습도 있다 한다. 김홍도 하면 보통 그림만 잘 그린 줄 알고 있다. 그런데 그는 그림뿐 아니라 대금, 거문고, 생황, 피리 등 악기도 잘 다루었을 만큼 음악을 매우 즐겼다 한다. 혹 그림 속에 거문고를 타거나 대금을 부는 이가 있으면 단원이구나 생각하면 된다.
그렇다면 이제부터 김홍도의 그림을 볼 땐 숨은 그림 찾기도 하면서 보는 것도 색다른 즐거움을 줄 수 있을 거라 본다.
김홍도는 주로 서민들의 건강하고 솔직하고 소박한 삶의 모습을 그렸다. 그러면서도 영반들의 위선적인 모습을 은근히 비꼬기도 했다. 그렇지만 그의 주된 관심은 서민들의 모습이었다. 우리는 그의 그림을 보면서 당시 시대의 모습을 추리해볼 수도 있다.
얼마 전 종영한 김홍도와 신윤복의 삶을 그린 '바람의 화원'이란 드라마에서 김홍도는 이렇게 말했다. '그림이라는 건 저 저잣거리의 봇짐장수 어깨 위에도, 엿장수의 엿판 위에도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단원의 삶의 가치가 어디에 있는지 엿볼 수 있는 말이다.
최석조의 <김홍도의 풍속화로 배우는 옛사람들의 삶>엔 이런 옛 사람, 특히 서민들의 삶의 풍경을 누구나 잘 이해할 수 있게 하나하나 짚어가며 흥미롭게 설명해주고 있다. 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 어른은 물론 우리 아이들이나 청소년들이 옛 사람들의 생활모습은 물론 단원의 그림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리란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