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의 도제식 길드제도에 뿌리를 둔 독일 직업교육은 19, 20세기에는 빛을 발했지만 21세기 지식정보화 사회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지난 세기 미국 일본 등이 제도를 모방했을 정도로 최고 교육 강국으로 통하던 독일이 교육개혁에 소매를 걷어붙이고 나섰다. 교육개혁이 화두로 떠오른 결정적 배경으로는 '피사(PISA·국제학력평가프로그램)의 충격'을 꼽을 수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해 30개 회원국 학생들을 상대로 읽기, 수학, 과학 능력을 조사한 결과 일본과 한국이 1, 2위를 기록한 반면 독일은 하위권인 21위로 추락했기 때문이다. 또 경기 침체가 계속되면서 최악의 실업률을 기록하는 등 고비용 저효율 경제 시스템의 원인을 교육제도에서 찾아야 한다는 시각도 많다.
이에따라 에델가르트 불만(Edelgart Bulmahn) 교육부 장관 등 각료들이 학교수준을 OECD 베스트 5~6위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유치원에서 대학까지 교육을 총체적으로 개혁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고 인터내셔널 해럴드 트리뷴이 7일 보도했다.
우선 주 별로 다른 교육제도를 전국적으로 통일하고 전국 공통의 시험제도를 두는 안이 검토되고 있다. 특히 현재 반일(半日)제인 초등학교 수업을 순차적으로 전일(全日)제로 바꿔 수업시간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대학 간 경쟁 활성화와 대학의 자율성 강화도 개혁 방안으로 거론되고 있으며 미국처럼 대학의 서열을 매기고, 수업료 완전 면제 제도를 폐지해 대학 발전기금을 마련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초등학교 4년을 마친 뒤 대학 진학을 위한 인문계 중·고교(김나지움)나 직업학교(레알슐레 또는 하우프트슐레)중에서 택하게 하는 제도에 대한 근본적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불과 열 살에 미래의 능력까지 모두 파악할 수 있겠느냐"는 비판이다. 실제로 기업에서 써먹을 수 있는 기술을 대학이나 직업학교에서 가르치자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독일 교육부는 2월 하순 표준화된 교육시스템의 검정기준과 검정 기관 선정을 위한 공청회도 열 계획이며, 슈뢰더 총리 역시 "교육이야말로 훌륭한 미래 투자이고 실업 방지책"이라고 주장하며 교육 투자의 대폭 증액을 추진하고있다. 융통성 없이 전통에만 매달려온 독일의 교육이 정말 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