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26 (화)

  • 흐림동두천 3.7℃
  • 구름조금강릉 9.4℃
  • 서울 4.8℃
  • 구름조금대전 6.2℃
  • 구름조금대구 10.8℃
  • 맑음울산 11.7℃
  • 구름많음광주 8.7℃
  • 구름조금부산 11.0℃
  • 흐림고창 7.1℃
  • 흐림제주 11.4℃
  • 흐림강화 5.2℃
  • 흐림보은 5.6℃
  • 구름조금금산 8.1℃
  • 구름많음강진군 9.3℃
  • 맑음경주시 11.1℃
  • 맑음거제 10.5℃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문화·탐방

그림 보는 방법 52가지 열쇠 드릴까요?


야구나 축구경기 규칙을 모르고 구경하면 재미가 없듯이 그림도 보는 원리를 알고 보면 편하고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은 같은 이치이다. 이러한 필요 속에서 “새로운 그림감상 실용서”로 도서출판 예경의 《그림을 보는 52가지 방법》이 눈에 띈다.

몇 년 전만 해도 미술 감상 책은 이미 알려진 특정 그림에만 한정되는 해설, 지극히 주관적인 감상 평을 늘어놓아 그림 감상 방법을 쉽게 배울 수 있는 편리한 감상서적은 쉽게 찾기 어려웠다. 미술 감상에도 원리나 규칙이 있기나 한가? 있다면 그 감상 방법이 너무 복잡해서 타고난 안목을 갖고 오랜 기간 전문적으로 공부한 사람만이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닌가?

대만 정치대학 영문과와 중앙대학 예술학 대학원을 졸업하고 미술관과 영화제, 아동서적 관련 업무에 종사하는 구어슈쉬엔(郭書瑄)의 미술 감상 안내서인 이 책이 그 해답을 말해 준다.

이 책은 그림에서 무엇을 어떻게 봐야 하는지에 대한 방법을 명료하고 흥미롭게 알려주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요즘은 외국의 미술관에 소장된 유명 작품들을 국내에서도 볼 수 있고, 가끔 지방 도시에서도 앤디 워홀이나 살바도르 달리의 작품 관람의 기회가 주어진다. 세계 명화들을 보는 건 아주 일상적인 일이 되어서, 이제 명화감상은 개인의 취미를 넘어 현대인으로서 꼭 알아야 하는 필수지식인 것처럼 느낀다. 그런데도 그림 앞에 서면 무엇부터 어떻게 봐야 할지 어려워서 초청된 인사들조차도 “난 그림을 잘 몰라서…”라는 말을 겸손의 미덕인양 밝히는 것을 자주 듣는다. 한국미술 5천년 등 70년대부터 미술서적을 꾸준히 발간해 온 예경이 펴낸 이 책은 어린 학생들이나 미술에 문외한인 사람도 쉽고 흥미롭게 펴 볼 수 있는 올 컬러판 미술 감상 도서이다.

여섯 개의 영역으로 된 큰 틀의 내용은 1.조형요소, 2. 표현 재료, 3. 조형요소와 배치, 4. 구도와 공간, 5. 표현 방법, 6. 주제와 소재, 7. 신화와의 관계, 8. 또 다른 상징과 의미를 주안점으로 그림을 감상하는 방법을 다루고 있다.

본문 내용은 그림마다 부분 부분에 대해 설명을 곁들인 명화와 도판을 수록하였는데 예를 들어 5장 ‘어떻게 표현하는가?’ 영역 중 (28)‘정적 질서감과 동적인 분위기’에는 다비드 작품<마라의 죽음>과 모네 작품 <몽토르게유 가(街)…>를 선적이거나 회화적인 특징으로 비교 설명하고 있다. 또 (42)‘그리스 로마 신화’ 영역에서는 올림포스 12신의 신분과 상징물을 비교한 도표와 함께 20세기 클림트의 <다나에>, 16세기 코레조의 <다나에>, 같은 시기 마뷔즈의 <다나에>를 비교 설명함으로써 신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에서 인간의 갈등과 투쟁 등 감상 포인트를 안내하고 있다. 또 그림 전체 화면을 구분하는 선으로 묶거나 지적하고, 다른 색으로 강조하는 방법으로 그림을 상세히 분석하고 설명한다.

한편 감상과 관련하여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등(燈)’의 역할이라든지 ‘사실주의’, ‘바르비종파’, ‘세밀화’, ‘대기원근법’과 같이 모르면 감상이 불편한 점에 대해 간단명료하게 그러나 쉽게 일러주는 코너를 마련했고, 화가들이 사랑했던 대표적인 문학 소재를 그림과 함께 살펴보면서 그림이 지닌 문학성이나 역사적 사건까지 세세히 설명해 주는 친절함을 이 책은 잊지 않았다. 책을 읽다 보면 그림 속 인물들의 손짓 하나하나에도 다 뜻이 있다는 걸 배우게 되고 지난 날 그림을 대충대충 훑어보던 태도를 바꾸게 만드는데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그림이 전달하는 아름다움을 아는 것이 그림 감상의 핵심이라 전제하고 구체적으로 명화 하나하나가 지닌 비밀을 직접 예를 들어 조형 요소로 풀어낸다. 그림의 조형요소인 점, 선, 색채, 음영, 형태에 대한 이해부터 시작해 파스텔이나 수채, 유채 등 재료에 따른 그림의 효과, 화가들이 늘 고민하는 배치와 공간 문제, 표현 방식과 같은 시각적 요소들을 조목조목 설명해 준다. 판화나 벽화, 색채를 언급할 때에는 관련 지식을 함께 소개해 교과서 보다 친절하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찍는 핸드폰이나 디지털카메라로 찍는 사진촬영과도 관계되는 구도, 대칭, 원근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알려 주기 때문에, 좋은 작품이란 이와 같은 시각적 요소들의 절묘한 사용과 조화에서 아름다움이 창조되는 것을 알게 된다.

이 책의 두 번째 특징은 그림이 지닌 다양하고 풍부한 문화적 힌트로 그림이 더 흥미진진해지도록 접근을 시도한다. 책의 후반부는 심층적인 그림 감상을 이끄는 그림의 주제 부분들을 선별해 화가들이 사랑했던 신화와 이야기, 그림 속 상징, 그리고 그림을 보는 새로운 시각들까지 포괄한 흥미로운 이야기들로 구성하였다. 이전에는 무심코 보았던 그림 속 다양한 사물들이 가끔은 화가의 숨겨진 의도나 혹은 그림의 또 다른 이야기를 풀기 위한 힌트라는 걸 이해하게 되면서 그림이 지닌 흥미진진한 세계를 만나게 된다. 옥에 티를 찾는다면 워낙 많은 내용을 담다 보니 몇몇 거대한 작품의 경우는 축소되어 보기에 불편한 것 정도가 단점이다.

부록에는 본문에서 언급했던 50여 편의 작품을 싣고 해당 작품의 시대적 특징이나 경향 등 간략한 그림 감상 포인트를 썼다. 그림을 알기 위한 방법으로 우선 그림을 많이 봐야 하지만 이 책은 시간과 노력을 줄여주는 52가지 열쇠를 손에 쥐어 준다. 그래서 이 한권의 책은 어른과 청소년을 위한 세계 명화 감상 길라잡이로 손색없다.

관련기사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