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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무대 돋보기> 메디슨 카운티의 추억


사랑을 하면, 여자는 정말 예뻐지는 모양이다. 짧은 단발머리에 가발을 붙여 만든 긴 곱슬머리. 꽃무늬 원피스를 입고 등장하는 손숙(프란체스카)은 나이를 가늠할 수 없다. 연약해 보이는 몸매와 가벼운 발걸음. 환갑을 목전에 둔 여인이 저렇게 보일 수도 있다니…. 그래서, 사람들은 사랑을 하고 싶어하는 게 아닐까.

연극 '메디슨 카운티의 추억'(4월20일까지 산울림소극장 02-334-5915)은 액자식 구성으로 꾸며졌다. 69세의 프란체스카는 생일을 맞아 자식들에게 남길 유서를 쓴다. 24년간 가슴속에 품고 살았던 연인 로버트 킨케이드에 대해 드디어 고백을 하는 것이다.

"그가 내게 온 것은 1965년 8월16일, 월요일이었다"

그리고 연극은 프란체스카와 로버트가 처음 만났던 시점으로 돌아간다. 화사하게 변신한 손숙이 등장하고 한명구(로버트 킨케이드)는 물 빠진 청바지에 셔츠를 입고 은팔찌를 했다. 스토리 전개는 95년 메릴 스트립과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주연한 영화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에서와 같다. 사흘동안 사랑하고 평생동안 그리워한 중년 남녀의 사랑 이야기….

원작(로버트 제임스 월러의 동명 소설)에서는 프란체스카의 가족과 마을 사람 몇몇이 등장하지만 연극에서는 프란체스카와 로버트, 단 둘만 등장한다. 작품이 내장하고 있는 은밀한 느낌, 섬세한 사랑의 복잡한 감정을 2인 심리극으로 압축해 풀어낸다. 장면 전환 시 암전이 길어지는 게 흠이지만, 너무나 빨라서 어지러운 세상. 누구나 가슴속에 숨어있는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를 반추할 시간을 준다고 생각하면, 그 '느림'도 어쩌면 연출가(임영웅)의 숨은 뜻인 지도 모르겠다. 사랑은 짧아도 추억은 길다….

# 배우가 말하는 연극 '메디슨…'
"너무도 아름다운 사랑이야기죠. 부부가 오래 함께 생활하다 보면 서로에게 소홀해지기 쉽잖아요? 서로에 대한 관심도, 대화도 줄어들고…. 하지만 남편에게 그저 부엌데기에 불과한 여자도 분명 다른 사람에게는 아름다운 보석일 수 있습니다"(손숙)

"불륜, 극적 사랑 이런 것보다는 인간이 얼마나 외로운 존재인가, 꿈과 순수라는 것은 무엇인가에 관한 연극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랑이야기를 빌려 외로운 현대인들에게 자기성찰의 계기를 마련해 줄 수 있다면 좋겠어요"(한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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