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을 끝내고 교무실에 돌아와 보니 예쁜 핑크빛 편지 한 통이 책상 위에 놓여있었다. 학생들이 낼 모레가 스승의 날이라고 편지를 쓴 모양이었다. 반가운 마음에 봉투를 뜯고 읽어보니 작년에 담임을 맡았던 학생의 편지였다. 자그마한 키에 얼굴이 귀엽게 생긴 아이였다. 당시에는 주변에 친구가 많아 늘상 산만하고 공부는 물론이고 야자도 소홀히 하는 경향을 보여 내 속을 참으로 많이도 썩혔던 녀석이었다.
그런데 2학년에 진급하더니 공부도 열심히 하고 성격도 몰라볼 정도로 차분해지고 성적 또한 점차 상승중이라 복도에서 마주칠 때마다 어깨를 두드리며 칭찬을 해줬더니 아마 그게 고마워서 편지를 보낸 모양이었다. 2학년에 진급해서는 마음을 다잡고 공부를 한번 해보겠다고 학기 초에 기숙사를 퇴사한 뒤로 현재는 집에서 통학하고 있는데 집에서도 몰라볼 정도로 변했다고 부모님께서도 많이 좋아하셨다.
자라나는 아이들은 열 번도 더 넘게 변하기 때문에 장래를 예단할 수 없다던 옛 어른들의 말씀이 딱 들어맞는 경우였다. 처음부터 문제아는 없다. 모두가 어른들과 선생님들의 관심부족이란 생각이 든다. 주변에서 조금만 신경을 써주고 격려해주면 얼마든지 환골탈태할 수 있는 가능성을 나는 이 학생을 통해 체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