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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삶의 주인이 되고자 하는 열정세대

무엇을 꿈꾸고 있을까? 지금 이 아이들은. 딱딱한 의자에 앉아 책장을 넘기고 연필 굴리는 소리만 들리는 교실에 앉아 있는 이 아이들은 무엇을 꿈꾸고 있을까? 그리고 난 이 아이들에게 어떤 꿈을 갖게 하고 있나 하는 생각들이,  이 아이들과는 전혀 다른 생각을 하고 꿈을 꾸는 아이들의 글을 읽는 내내 맴돌았다.

똑같은 십대. 그러나 다른 길을 가는 십대. 그렇다고 어떤 길이 옳다 그르다 할 수는 없다. 누구나 자신만의 생각이 있고 자신만이 가고자 하는 길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다보면 요즘 청소년들이 우리 사회문제에 너무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곤 했다. 그러나 그것이 얼마나 기우였던가 했던 때가 있었다. 작년 촛불잔치(집회) 때였다.



사회 현실엔 관심 없이 살고 있다고 생각하던 아이(청소년)들은 자발적으로 촛불을 들었고 노래를 불렀다. 그리고 쇠고기 수입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를 냈다. 수많은 사람들 앞에 서서 자신의 생각을 말하기도 했다. 새로운 모습이었고 그 모습에 미래의 희망을 보았다고 하면 이상하다 할까. 일부 사람들은 그 촛불을 색안경으로 덧칠하고 붉은 색까지 입히려 했던 사실을 보면 희망이라는 단어가 이상하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십대들의 꿈 이야기. 희망의 이야기 <열정세대>( '참여연대 기획/김진아 외 지음)를 접하고 있노라면 희망이라는 또 다른 모습으로 십대의 모습이 다가옴을 엿볼 수 있다.

<열정세대>는 십대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십대들의 이야기라 해서 어른이 되기 위해 애쓰는 십대들의 이야기라 생각하면 곤란하다. 이 책 속의 십대는 스스로 정체성을 찾아가고, 자신의 삶과 사회의 주인공이 되고자 하고, 나를 위해서만 사는 게 아니라 이웃과 고락을 함께하면서 봉사하면서 보다 올바른 사회를 만들면서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청소년들의 고민과 생각들이 담겨 있다.

어느 하나의 이야기가 아니다. 자신이 다니는 학교를 사랑해야 좋은 학교를 만들 수 있다며 학생 자치 활동을 꿋꿋하게 하는 윤지의 이야기부터 우리에겐 멀게만 느껴지는 버마의 평화를 고민하는 리타, 자유롭고 진정한 언론인에 대해 고민하고 꿈꾸는 연주의 이야기도 있다. 또 십대 동성애자들의 이야기도 있고 올바른 사회를 만들기 위해 저항도 두려워하지 않는 따이루라는 아이의 이야기도 있다. 그밖에 여러 이야기가 들어 있는 <열정세대>엔 나약하고 공부밖에 모르는 청소년들의 모습이 아니라 자시의 삶의 정체성을 찾고 나와 우리가 행복해지길 꿈꾸는 아이들의 생각과 열정이 꾸밈없는 언어로 나타나있다.

어둠 속의 한줄기 빛... 열정세대

물론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친구들의 이야기가 기성세대에겐 말도 안 되는 소리로 들릴 수도 있고 세상물정 모르는 일부 철부지들의 생각으로 치부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이들은 진지하다. 순응하는 삶만을 주로 살아오고, 순응의 삶만을 강요했던 이들에겐 이 책은 도발적이고 언짢은 책이 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울타리를 벗어나 새로운 세상을 알고자 하는 청소년들에겐 자각의 책일 수도 있다.

그럼 여기서 '강강수월래(江江水原來-강을 원래대로 보고 느끼고 깨닫자는 의미라함)'의 일원으로 한반도 대운하 지역을 직접 걸으며 강을 느꼈던 백동훈의 글을 살펴보자. 그는 글을 통해 운하의 허구성과 어른들의 욕심을 깨닫게 하고 부끄럽게 하는 이야길 실어놓았다.

"나만 자연을 느끼자고 온 것이 아니다. 내 딸, 아들, 손자, 그 뒤의 뒤 내 핏줄들에게 내가 보고 있는 이 멋진 자연, 바람 냄새, 풀 냄새, 강 냄새, 바다 내음을 맡을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 -노디(순례 10일째 일지 중에서)

'한반도 대운하 건설'을 공약으로 대통령에 당선된 이명박. 그가 대통령에 당선되자 청소년 강 탐험대인 '강강수월래' 일행은 대운하 예정길을 걸어서 여행을 한다. 논쟁의 뒤안에만 있지만 말고 운하 예정 지역을 걸으며 현장에서 직접 느껴보고자 한 것이다. 그 결과 이들은 대운하가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지 깨닫게 되고 피상적으로만 알고 있는 어른들이나 청소년들에게 그 참모습을 알려주려 한다. 어떤 친구는 이명박을 지지했던 아버지에게 이런 편지를 쓰기도 한다.

"아버지, 아들입니다. 왜 이명박을 지지하셨나요? 지금 제가 아버지 덕분에 여기서 정말 열심히 걷고 있습니다. 비록 3일이지만 제가 열심히 보고 느낀 강은 너무 아름답고 장엄했습니다. 그런 강을 겨우 돈 때문에 죽여야 되는 겁니까? 대운하는 강을 흐르지 못하게 하고, 그곳에 살고 있는 정말 많은 생명을 죽여 생태계를 파괴합니다. 그리고 아버지가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돈! 대운하 만드는 돈도 결국 저희의 세금으로 충당하는 겁니다. 아깝지 않으세요? 아버지, 제발 사태의 심각성을 알아주세요."

그러나 지금도 많은 이들은 대운하의 심각성을 모른다. 알면서도 외면하고 무관심한 척 한다. 그러는 이 시간 경인운하의 삽질이 시작됐다. 착공식도 없이 몰래 숨어서 하듯 하는 삽질에 강은 이제 파헤쳐지고 울게 될 것이다. 그리고 많은 이들은 그 강을 바라보면서 아픔의 소리를 지르게 될 것이고 다른 한쪽에선 강을 파헤치기 위해 눈을 피할 것이다.

그런 현실을 이 나라의 청소년들은 어떻게 바라볼까 심히 염려가 된다. 그러나 십대들의 이야기인 <열정세대>를 읽고 있노라면 어둠 속에서도 한줄기 빛을 볼 수 있다. 강물이 흘러가듯 낡은 세대, 낡은 사고는 흘러갈 것이고 그럼 지금의 청소년들이 새로운 물이 되어 강을 이루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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