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도 우리의 마음을 끌어당기는 그림에 우리는 왜 끌리는 걸까? 바로 색깔 때문이다. 다비드의 그림 '호라티우스형제의 맹세'가 주는 강인함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을 보면 경건한 마음이 드는 이유나, 피사로의 작품 '하얀 서리'가 더 차가워 보이는 원인의 해답은 역시 모두 색에 있다.
그리스 아르고스의 왕 아크리시오스에게 다나에라는 외동딸이 있었는데 어느 날 왕은 신탁을 하나 받게 되지만 믿기지 않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자기 딸이 나은 자식에 의해 자신이 죽임을 당할 것이라는 기절할 내용. 그날부터 걱정을 끌어안고 살게 된다. 딸이 절대로 아들을 낳지 않기 바라면서 불안한 세월을 보내던 중 기발한 묘책을 생각해 내지만 그도 모르는 한 가지 신탁은 피할 수 없다는 사실.
왕은 신하들에게 청동 탑을 짓게 해 그곳에 딸을 가두고 어떠한 남자도 접촉하지 못하게 하지만 탑 속에 갇힌 딸 다나에의 아름다움은 나날이 빛을 더해간다. 사람들의 호기심도 높아가고 소문은 마침내 바람둥이 제우스의 귀에 까지 들어간다. 신들의 대장이며 뛰어난 변신능력 소유자인 제우스는 황금의 비로 변신해 창살 사이로 스며든다. 그 결과 아크리시오스가 그렇게도 두려워하던 손자(페르시우스)가 태어나게 된다. 239쪽 그림 '다나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황금색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 그림의 화가는 구스타브 크림트. 그의 예술세계의 핵심은 여인이며 그는 아버지의 명령으로 갇혀 지내는 전설 속 다나에를 허벅지와 가슴이 풍만하도록 묘사해 화면을 장악시킴으로써 그녀가 제우스를 유혹하는 요부처럼 만들어 버렸다. 죄악의 원인은 여인들의 색정에 있다는 듯이 말이다.
노란색은 빛의 색이며 빛은 황금빛으로 해석된다. 노란 황금빛은 인간의 눈을 눈부시게 하며 마음을 움직이는 전율을 함유하고 있다. 황금은 호화로움의 상징인 듯 보이면서 파괴 본능의 진실성 또한 품고 있다는 저자의 설명이 흥미롭다.
<색깔이 속삭이는 그림>그림을 향한 열정을 안고 유학길에 올라 서양미술사의 매력에 끌려 프랑스에서 학사, 석사를 마치고 박사 과정에 등록 중인 저자의 이 책은 학년 초 학생들을 위해 본 리포터가 제목과 안내문 몇 줄만 보고 추천 구입한 학교도서관장서. 학교생활에 늘 바쁘다는 핑계로 이제야 읽어보니 중학생들에겐 좀 어려운 내용인 듯싶다.
구태여 저자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색이 있어 세상은 아름답지 아니한가? 우리는 얼마나 많은 아름다운 색깔 속에서 살아가는가? 주변 자연과 건물, 옷, 가구, 소품들이 색으로 되어 있으니 색채는 인간의 필수과목이란 생각마저 든다.
1장 Nature Color 중 ‘자연이 품은 색’에서 작품의 계절별 특징인 색깔을 예를 들어 설명하고, ‘색을 인지하는 눈’에서 눈의 이상, 색맹, 사진기를 거론하며 피터 브뤼겔의 ‘맹인의 우화’ 등 마음으로 보아야 할 작품에 대해 안내한다. ‘자연의 팔레트’에서는 클로드 로랭 등 화가들은 천차만별이면서도 변화무쌍한 하늘을 어떻게 그렸는지 분석하는 등 일상생활 속의 과학적인 내용을 쉽게 그림을 통해 설명한다.
2장 Real Color 중 ‘색을 발견하다’에서는 구석기시대 동굴벽화와 17세기 정물화의 빛과 색채를 이야기하고, ‘색을 비교하다’에서는 로트레크 등의 인물화의 분석과 색의 대비 이론을 가르쳐 준다. 야경을 잘 그려 너무나 유명한 렘브란트, 흑백의 대조가 심한 십자가의 그리스도를 그린 엘그레코, 요즘 한국 전시회로 새롭게 각광 받고 있는 르누아르 작품의 색채 특징을 볼 수 있다. 특히 ‘대문호 괴테, 색을 말하다’에서는 괴테의 관점에서 본 색채론이 중심이다. 빛과 색의 연구로 20여년을 바쳤다는 괴테의 이론은 지식이 일천한 리포터를 부끄럽게 한다.
3장 Color story 에서는 빨강, 노랑, 초록, 파랑으로 나누어 그림 속에 숨겨진 색채의 심리세계를 소개한다. 색깔은 색깔마다 특성이 있어 화가들이 때로는 진리와 생명을, 강인한 내면의 힘을, 불타는 열정이나 욕망을, 막 피어나는 생명의 파릇함을 나타내려고 애썼음을 밝히고 있다. 같은 색이 주위의 영향을 받아 긍정 혹은 부정의 색으로 변하기도 하고, 싱싱하고 영적인 색이 때로는 슬픔과 우울의 색이 되기도 하니 색깔은 마술의 세계이기도 하다.
40여점의 작품 감상스토리 사이사이에 ‘과학의 팔레트’, ‘논리의 팔레트’, ‘심리의 팔레트’라는 별도의 자리를 마련해 색의 잔상현상, 대비효과, 색의 상징이나 배색, 색채론 등을 별도로 설명하고 있어 명화를 감상하면서 화가가 사용한 다양한 색채의 의미나 정서적 효과를 과학적 논리적으로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최영주 지음, 아트북스, 2008.11.11. 초판 발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