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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10월에 만난 고3 아이들

파란 가을하늘 사이로 노란 은행잎이 눈부시게 비치는 10월의 어느 날이었다. 마침 4교시가 공강이기에 식사를 하려고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를 콧노래로 흥얼거리며 식당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때 마침 모의고사를 치르던 고3학생들이 시험이 끝났는지 우르르 한꺼번에 몰려나오기 시작했다. 쇠라도 소화시킬 나이에 점심시간을 넘겼으니 오죽이나 배가 고팠을까. 한 손으로 주린 배를 움켜잡고 한 손으로는 친구의 등을 두드리며 식당으로 달려가는 학생들의 뒷모습에서 역동성이 느껴졌다.

그때 바로 내 앞으로 스치듯 지나가는 한 학생의 엉덩이가 시야에 들어왔다. 자세히 보니 의자에 닿는 부분이 너덜너덜하게 꿰매져 있었다. 몇 번이나 기워 입었는지 거의 누빈 이불이나 다름없었다.

그 학생의 기워 입은 교복을 보는 순간, 만감이 교차했다. 얼마나 책상에 앉아있었으면 엉덩이가 저렇게 너덜너덜하게 헤어졌을까. 백마다의 말보다 녀석의 기운 엉덩이가 요즘을 살아가는 고3 학생들의 현실을 웅변해주는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 나는 지금까지 세상의 그 어떤 수도승도 엉덩이가 헤어지도록 공부에 정진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그만큼 요즘 고3 학생들은 힘이 들다. 그래서 지켜보고는 교사도 학부모도 힘이 든다.

세상에는 참으로 많은 종류의 삶이 존재한다. 태어날 때부터 부모를 잘 만나 한평생을 호위호식하며 살다 가는 사람이 있는 반면, 모든 것을 자신의 노력으로 해결해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 어느 쪽이 행복한 삶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엉덩이가 헤어지도록 공부에 매진하는 저 학생의 노력만큼은 반드시 정당한 보상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야만 가르치는 사람도 노력하라는 말을 자신 있게 할 수 있고 세상은 공평하다는 것을 주장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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