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월부터 교원평가가 전격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교육과학기술부가 3월 교원평가제 전면 시행을 앞두고 시도별 교육규칙을 제정하기로 하는 등 본격적인 준비 작업에 착수했다. 전국의 모든 국․공․사립 초․중․고교 및 특수학교 재직 교원(교장․교감 포함)이 평가 대상이다. 평가는 크게 동료 교사에 의한 평가와 학생, 학부모 만족도 조사로 구성된다. 교장과 교감도 해당 학교의 교사 모두로부터 평가를 받는다.
평가 내용은 평교사의 경우 ‘수업과 학생지도를 얼마나 열심히, 잘 하느냐’에, 교장․교감은 ‘학교 경영을 얼마나 잘 하느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동료 평가지에는 ‘새로운 교수․학습법에 대해 연구하고 이를 적용하여고 노력하는가’, ‘수업 목표가 명확하고 구체적인가’, ‘흥미로운 질문, 호기심 유발 등으로 학습 동기를 자극하는가’ 등의 문항이 제시된다. 평가주기는 동료 교사 평가는 연말에, 학생 및 학부모 만족도 조사는 1학기가 끝나는 6월에 실시한다.
평가 결과는 교사 개인에게 지표별, 평가자별 환산점수로 통보되며 점수가 좋은 교사는 학습 연구년 등 인센티브를 받게 된다. 반면 점수가 좋지 않은 교사는 재직 중 원격 연수, 방학 중 의무연수, 장기 집중연수 등 단계별․등급별 연수를 받아야 한다. 교과부는 평가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학교별 평가 결과를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시도 교육청 평가 때도 교원평가제 운영 실적을 반영할 계획이다.
이러한 교원 평가가 실시된다면 현장에 미치는 파급 효과는 대단할 것이다. 여러 가지 면에서 많은 변화를 가져오리라 예상된다. 먼저 교사의 태도가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학생이나 학부모를 대하는 태도, 수업에 임하는 자세, 동료에게 대하는 자세, 업무를 처리하는 자세, 교장․교감에게 대하는 자세 등이 달라질 것이다. 또한 교장․교감의 태도도 많이 달라질 것이다. 교사들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고, 학부모나 학생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질 것이다. 교사들과 함께 교육을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더 헌신적으로 학교를 운영할 것이다. 경영의 마인드를 가지고 학교 경영의 실적을 올리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할 것이다. 열심히 일하는 교사들에게 더 많은 인센티브를 제공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이 학교 평가와 자신의 학교 경영 능력 평가 결과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런 교원평가가 교육 현장에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는 어떤 것들이 필요할 것인가? 먼저 ‘학교 현장’에 대해 알아야 한다. 학교 현장에 대한 철저한 이해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렇지 않다면 이 정책 또한 현장에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휩쓸려 갈 것이다. 학교 현장의 생리, 구조, 환경, 문제, 여건 등을 샅샅이 알아야 한다. 또한 가급적 현장에서 문제를 이끌어 내어 대안을 찾아가도록 해야 한다. 계속적으로 학교 현장의 목소리를 청취하고 정책에 반영하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정책이 살아남을 수 있다. 학교 현장에 함께 할 수 없는 물과 기름과 같은 체제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 물과 기름은 한 순간은 섞을 수 있지만 다시 갈라지게 마련이다.
교사들이 수업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교사들이 열심히 할 수 없는 환경 속에서 평가만 한다면 많은 교사들이 ‘미흡’ 한 평가 결과를 받을 것이다. 지금까지는 그래왔다. 교사들이 수업에 전념할 수가 없었다. 수업보다는 더 중요한 것들이 너무도 많았다. 학교에서 하루에 처리해야 할 일이 몇 가지가 되는지 셀 수가 없다. 모두가 중요한 일이고 시급해 처리해야 할 일이다. 수시로 날라 오는 팝업, 중요한 공문, 맡고 있는 행사를 추진하는 일, 생활지도, 상담 등 이루 말로 할 수 없을 정도이다. 한 마디로 정신이 없다.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모른다. 학생들이 하교하면 바로 회의에 참석을 해야 한다. 교사의 하루를 보면 수업은 중요한 일이 아니다. 공부는 학생들이 한다. 교사는 그 보다 중요한 일이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대부분 교사들의 하루하루 생활이다.
‘평가’가 아니라 ‘지원’이 우선이다. 만일 교사가 학생들을 ‘지도’도 하지 않고 ‘평가’를 한다면 우스운 일이다. 마찬가지다. 학교 현장은 너무도 열악하다. 그런데 평가의 잣대만 댄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다. 이러한 평가를 통해 많은 교사들이 소위 ‘문제’교사로 낙인이 될 것이다. 그러나 그런 교사들은 억울할 것이다. 한 번도 열심히 해 볼 기회도 주지 않고 평가를 한다면 순순히 수용할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이다. 자신이 운이 없어서 라고 생각할 것이다. 교과부가 평가를 하기 전에 현장의 교사들의 현실을 이해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묻고 싶다. 그리고 그러한 교사들의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또 그것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 묻고 싶다.
교원 평가를 한다면 이를 통하여 어떻게 학교 현장을 더 잘 이해하고 더 잘 지원하고, 더 잘 도와줄 것인가의 관점에서 해야 한다. 그래야 교원 평가가 뿌리를 내리고 그것이 학교 현장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이다. 또한 그러한 영향으로 공교육이 살아나고 학생과 학부모의 학교에 대한 만족도를 높일 것이다. 교원 평가를 무능한 교사를 퇴출하고 낙인하는 관점으로 한다면 교원 평가는 학교 현장에 뿌리를 내릴 수 없고 한 순간 학교 현장을 휩쓸고 갈 ‘쓰나미’가 될 것이다. 그러나 그 이후에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쓰러진 시체와 버려진 쓰레기만 남을 뿐이다.
요약하자면, 교원 평가의 방향은 교원의 ‘전문성을 신장’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또한 이것은 교사의 ‘수업의 질’을 높이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교사가 수업에만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이 급선무이다. 그래서 교사가 철저한 수업 준비를 하고 수업에 전념하며 새로운 수업 방법을 연구하기 위해 새로운 책을 읽고 동료들과 충분한 협의를 할 수 있는 ‘여유’와 ‘시간’을 주어야 한다. 따라서 학교에서 교사를 평가하는 절대 기준이 ‘수업’이 되어야 한다. 지금처럼 수업 외에 여러 가지 ‘일'을 잘 처리하는 교사가 높은 평가를 받아서는 안된다.
또한 교사가 참여할 수 있는 질 높은, 다양한 연수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일이다. 현재의 연수 프로그램은 대체적으로 만족도가 낮다. 이를 통하여 교사 스스로 현장에서 학생들과 함께 수업 기술을 적용해 보고, 질 높은, 새로운 연수 프로그램을 통하여 새로운 수업 기술을 개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교원 평가를 통하여 우리 모두가 바라는 공교육의 수준을 업그레이드 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