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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추노', 과연 조선시대에만 존재하는가?

모두가 양반들을 욕하지만, 양반으로 태어나는 것을 거부하지 않는 지독한 이기주의! 신분과 적서에 대한 차별의 철폐는 역사가 존재한 이래 늘상 추구해왔던 목표였고, 이 목표는 현재에도 진행중이다.

고려시대에는 망이 망소이의 난이 있었고, "왕후장상의 씨가 어디 따로 있더냐!"를 모토로 내건 당시로선 상당히 충격적인 만적의 난도 있었다. 두 난 모두 노비들이 인권에 눈을 뜨면서 일어난 신분해방운동인 셈이었다.

조선시대에는 더욱 철저한 양반 중심의 계급 사회로 고착화된 사회였다. 천한 백성들의 설자리가 없었음에 분개했던 임꺽정은 경기도 양주에서 백정의 신분으로 난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어 효종조에는 광대 출신이었던 길산이가 난을 일으켜 신분차별이 없는 평등세상을 꿈꾸기도 했다.

하나, 이러한 난들은 매번 공고한 신분의 벽 때문에 무수한 희생만을 낳은 채 무위로 끝나고 말았다. 하지만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격이었던 이러한 어불성설의 난들이 백성들의 마음 속에 흔적으로 남으면서 마침내 1894년 비로소 이 땅에 노비제도가 철폐됐다. 적어도 문서상으로는 노비와 양반의 존재가 사라진 셈이다. 그러고 보면 우리 곁에서 노비제도가 사라진지가 겨우 100년이 조금 넘는 셈이다.

따라서 100년 전, 이 땅에 사는 누군가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노(奴)'와 '비(婢)'였던 셈이다. 그 지우고 싶었던 역사가 KBS의 드라마 '추노'로 다시 불거지고 있다. 살기 힘들어서 또는 사람답게 사랑하기 위해 현실에서 도망쳐야했던 노비들. 지금 그들의 과거가 '추노'로 고스란히 부활하고 있다.

알렉스 헤일리가 지은 '뿌리'에 등장하는 쿤타킨테는, 묘하게도 '추노'에 등장하는 노비들과 생각과 행동이 비슷하다. 이것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노비들의 삶이 그만큼 지난했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리라.

폐일언하고, 지금 국민들이 '추노'에 이토록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혹시 희망보다는 절망이, 기쁨보다는 슬픔이, 쾌락보다는 고통이 심했던 노비들의 삶과, 오늘을 사는 우리들의 삶이 비슷하기 때문이라면, 그래서 동질감을 느끼기 때문이라면, 이는 단순히 좋아할 일만은 아닌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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